히치콕의 '현기증', 그 어지러운 환각
히치콕의 '현기증', 그 어지러운 환각
  • 최이선
  • 승인 2019.09.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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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현기증' 공식 포스터
영화 '현기증' 공식 포스터

Vertigo

주인공 스카티는 전직 경찰로서, 자신을 구하려던 동료 경찰이 추락사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로 높은 곳에 올라갈 때마다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은퇴 이후 친구 개빈의 부인인 메들린의 자살을 막는 임무를 맡게 되고 결국 그녀를 지키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칼로타의 영혼과 자신을 동일시하던 메들린은 교회 첨탑에서 떨어져 죽고, 스카티는 죄책감에 빠진다. 시간이 흐른 뒤, 스카티는 메들린과 똑 닮은 주디를 만나 둘을 동일시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주디와 메들린은 같은 사람이었고 케빈이 아내를 살해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주디를 고용하여 메들린 행세를 하게끔 했던 것이다. 결국은 주디 마저 메들린의 위장 죽음처럼 교회 첨탑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영화 '현기증' 스틸컷
영화 '현기증' 스틸컷

Illusion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스카티의 현기증은 일종의 환각처럼 느껴진다. 스카티는 칼로타의 환영에 사로잡혀 그녀에 대한 연민을 메들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며, 가짜 메들린에 대한 동경으로 그녀를 대하지만 그녀는 스카티의 눈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주디를 만났을 때 스카티는 과거 메들린에 대한 환각을 주디에게 투영하고, 그녀에게 고통을 준다.

 

영화 '현기증' 스틸컷
영화 '현기증' 스틸컷

주디를 쫓아 첨탑의 꼭대기로 올라가며, 스카티는 잠시 자신의 현기증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이때 현기증이 사라졌다고 외치는 미묘하고 야릇한 스카티의 표정에 집중해보자. 그러나 주디의 죽음 이후 그녀를 내려다보는 스카티의 표정은 현기증이 결코 사라지지 못함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내에서 미지의 칼로타, 작자 미상의 칼로타의 초상화, 어디서 만났는 지 기억나지 않는 개빈 등등 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 대부분은 환영의 인물들이다. 전부 ‘현기증 벗어나기’라는 스카티의 목적을 위해 새로이 창조된 비극의 배우들인 것이다. 결국 스카티는 주디를 자기 자신을 투영한 메들린으로 만들어 냈지만 주디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도, 자신의 현기증을 극복하지도 못한 채 영화는 끝난다.

 

[루나글로벌스타 최이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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