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대장부 소헌왕후가 이어준 신미스님과 세종, 그리고 한글
'나랏말싸미', 대장부 소헌왕후가 이어준 신미스님과 세종, 그리고 한글
  • 영화부|유채린 기자
  • 승인 2019.07.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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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유채린 기자]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쓰이고 있는 한글은 만든 사람과 반포일, 그리고 글자를 만든 원리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이다. 한글 창제와 관련된 많은 설이 있는데 <나랏말싸미>는 그중에서도 신미스님과 관련된 것을 소재로 하여 영화화한 작품이다.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유교를 기반으로 한 나라 조선에서 억불정책을 가장 왕성하게 펼쳤던 왕인 세종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을 독점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권력 또한 독점하고자 했던 유신들에 맞서 ‘모든 백성이 문자를 읽고 쓰는 나라’를 꿈꿨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문자 만들기의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만나게 된 신미스님은 산스크리트어에 능통한 ‘불자’였다. 가장 천한 자로서 취급받던 스님과 가장 높은 왕이 만나 새로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협업을 시작했다. 각자의 목적은 달랐으나 목적은 일치했는데, 그것은 바로 지식 독점의 붕괴였다.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세종은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뤄왔던 인물이고 사전 정보가 많은 인물인 만큼 그를 다루는 이야기는 자칫하면 뻔한 ‘세종대왕의 업적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나랏말싸미>가 다른 서사와 달랐던 지점은 위대한 업적임을 드러내기보다 그 과정에 더 집중했다는 데 있다.

<나랏말싸미>는 발성 기관을 본떠 만든 자음과 천지인 세 개만을 사용해 만든 모음이라는 한글 창제의 원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으면서,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의 세종을 그린다. 외척을 견제했던 아버지 태종이 부인의 친정을 풍비박산 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죄책감과 왕비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느꼈던 모습이 드러나며 창제 과정에서 신하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외로움 역시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이렇듯 세종이 느꼈을 감정을 함께 다루면서 창제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비중 있게 다뤄냄으로써 새로운 세종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나랏말싸미>의 흥미로운 점은 소헌왕후 캐릭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조철현 감독은 두 명의 졸장부인 신미스님과 세종이 갈등을 겪으며 멀어졌을 때 이들을 다시 이어주고 계속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대장부로서의 소헌왕후를 그려냈다.

이렇듯 <나랏말싸미>의 소헌왕후는 그저 뒤에서 응원하고 내조하는 아내가 아니라 인연을 맺도록 도와주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서사 진행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나랏말싸미>는 신미스님이라는 인물을 다루며 한글 창제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이것 역시 이 영화가 가지는 차별점이자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왕과 스님이 협업하여 문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세종뿐만 아니라 소헌왕후와 신미스님의 역할도 중요하게 다루면서 한글 창제가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담긴 성취이자 결과물임을 드러낸다.

신미스님이라는 흥미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실제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사계절의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한글 창제 과정 이야기는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쓰던 한글에 대한 새로움을 느끼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낯설지 않은 '한글'을,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공간 안에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랏말싸미>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에 두고 약간의 현대적인 요소와 웃음코드를 넣어 무겁지 않게, 그러나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서사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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