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된 사람에게 공동체가 주는 충족감은 얼마나 절대적인가, '미드소마'
결핍된 사람에게 공동체가 주는 충족감은 얼마나 절대적인가, '미드소마'
  • 영화부|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7.15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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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민주 기자]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_네이버 영화 '미드소마' 포스터

 

 

영화 ‘미드소마’는 2018년 모두를 새로운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은 영화 ‘유전’의 감독인 아리 에스터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유전’을 매우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이번 ‘미드소마’ 역시 큰 기대를 안고 본 작품이었다. 그리고 영화 ‘미드소마’는 근래 감상했던 영화들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전작 ‘유전’에서도 그랬듯, 장면 하나 하나의 미장센과 그것을 연출하는 기법이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이러한 감독의 연출력은 영화 ‘미드소마’에서 만개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상상력과 연출력이 결합한 최고의 걸작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느긋하고 느릿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화면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런 느린 전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기이하고 이상한 마을의 분위기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극대화하여 보는 사람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압박감은 마을 사람들의 순수하고 해맑았던 첫인상에 점차 광기를 덧씌우기 시작하면서 함께 미쳐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영화 ‘미드소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가족’이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가족’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대니는 의존적이고 정신적으로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데다가 하루아침에 가족을 모두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극단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그녀에게 펠레가 보여주는 마을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모두가 가족이고 형제이며, 그 속에서 나갈 필요 없이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는 세계. 게다가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대니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예고된 죽음을 맞이하고, 그것을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줄 또 다른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니는 결국 마을을 떠나지 못한다. 오히려 점차 그들의 공동체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앞치마를 매고 요리를 한다. 공동체의 ‘업무’를 분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더 지나자 그들의 옷을 입고 직접 축제에 참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니는 그 축제의 주인공, 메이퀸이 되기에 이른다. 메이퀸이 된다는 것은 이미 대니가 그 마을의 일원이자 가족으로 완전히 정착했음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메이퀸이 된 대니는 마지막에 9명의 영혼을 고르는 자리에서 그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자신의 남자친구를 희생양으로 택한다. 이는 어쩌면 점점 그녀에게 소홀해지고, 의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크리스티안 대신, 대니가 간절히 바랐던 ‘소속감’을 주고 그녀에게 가슴 깊이 공감해주며 의존할 수 있게 해 준 공동체를 택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마지막에 산채로 불타는 크리스티안을 바라보며 슬며시 지어보인 대니의 미소가 처음으로 당당해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감정적으로 억눌려서 항상 눈치를 살피고 애써 지어보이는 미소가 아닌,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미소. 결국 그 결과가 어떻든 대니는 자신이 정말로 바라고 원하던 것을 그 안에서 찾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미드소마’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전작인 ‘유전’과는 차이점이 많다. ‘유전’에서는 주로 어둠 속에서의 공포를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는 철저히 밝고 아름다운 대낮에 모든 사건이 일어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어쩌면 밤보다 낮이 더 공포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은 무언가를 가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밝은 빛은 대상을 더욱 환하게 보여준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그 막막함과 두려움. 밝은 백야라는 것이 ‘미드소마’의 기이한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전’이 할머니-어머니-아들의 3대를 거치면서 유전적으로 내려오는 운명적인 공포와 거대한 악에 무력하게 순응하는 인간을 보여주었다면 ‘미드소마’는 철저히 대니의 선택으로 모든 사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작과도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감독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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