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침묵하는가, '누구나 아는 비밀'
우리는 왜 침묵하는가, '누구나 아는 비밀'
  • 영화부|유채린 기자
  • 승인 2019.07.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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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유채린 기자] 제71회 칸영화제의 개막식을 장식했던 <누구나 아는 비밀>이 극장을 찾아온다. <누구나 아는 비밀>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세일즈맨> 등의 작품을 통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작품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30초만에 전 좌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오드 AUD, (주)티캐스트
사진=오드 AUD, (주)티캐스트

줄거리

라우라는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고향을 찾는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여 떠들썩한 결혼식 파티를 즐기던 중, 자러 갔던 딸 이레네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며 경찰에 신고하면 딸을 죽이겠다는 납치범의 문자에 라우라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오랜 친구이자 과거 연인이었던 파코까지 이레네를 찾기 위해 애쓴다. 

시간이 흐를수록 라우라는 점점 초조해지고, 가족을 잘 아는 주변인에 의해 시작되었을 거란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를 의심하며 지금껏 모두가 함구했던 비밀의 베일이 벗겨진다.

 

사진=오드 AUD, (주)티캐스트

영화 속 스페인, 그리고 작은 마을

영화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40분 가량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인 '토레라구나'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목가적인 풍경과 아름답고 열정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과 문화가 어우러진 작은 마을은 감독의 의도를 전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고 전해진다.

파라디 감독은 "15 년 전, 스페인 남부를 다니다가 한 마을에서 벽에 붙은 아이 사진을 봤다. 실종 아동을 찾으려고 붙인 전단지였다. 이후에도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러던 중 머릿속에 머리 속에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처음에는 짧은 이야기를 썼고,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촬영 직후에 다시 각색하기 시작했다. 4년 간의 각본 작업을 진행했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페인의 분위기와 특유의 문화를 녹이는 데 주안을 두었다."라며 영감을 얻었던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이야기는 이 작은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영화가 흘러가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까닭은 바로 중심 플롯에 있다. 이레네의 납치는 계기가 되어 이야기의 핵심이 바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마저 의심하게 된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작은 마을'은 서로가 서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곳으로써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된다.

 

인간 내면의 모순을 파고드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 하지만...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로 알려진 김대환 감독은 <누구나 아는 비밀>에 대해 "전개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세련된 장르 영화"라는 호평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전개를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해결과정을 보여주기보다는 각 인물의 감정선과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레네를 찾는 과정 속에서 제목에 나오는 '비밀'이 과연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나고, 그에 따라 인물들의 생각과 얽힌 관계 역시 베일을 벗는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가족까지 의심하게 되는 라우라를 비롯해 이레네가 자신의 딸임 마주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파코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영화는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수상쩍은 모습을 담으며 미스테리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한 연출은 라우라를 포함해 카메라가 포착하는 모든 캐릭터의 상황에 이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은 탄탄한 플롯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 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사진=오드 AUD, (주)티캐스트
사진=오드 AUD, (주)티캐스트

그럼에도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인간 내면에 잠재된 심리를 잘 짜인 이야기로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아는 비밀>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함구하고 있는 '누구나 아는 비밀'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풀어내면서 동시에 '왜 비밀에 대해 침묵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어쩌면 그 기저에는 이기심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밀을 드러내는 것도 결국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는 파코의 아내인 '베아'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이레네를 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제서야 진실을 털어놓는 라우라와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입을 떼는 알레한드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그들은 모두 득될 것이 없기에 침묵했고, 얻을 것이 있기에 침묵을 깼다.

복잡한 상황에 놓인 단순한 존재들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을 곱씹게 된다. 영화에서 단순한 존재들인 인간이 복잡하고 이것저것 얽혀 있는 상황에 놓일 때 했던 방법은 함구였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또 하나의 새로운 '누구나 아는 비밀'을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 존재가 단순하기 때문에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당장 눈 앞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가져올 상황은 모른 채 침묵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아는 비밀>은 오는 8월 1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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