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외치는 이들을 프로불편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억압받는 다수'
불편함을 외치는 이들을 프로불편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억압받는 다수'
  • 영화부|유채린 기자
  • 승인 2019.07.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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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유채린 기자] 2016년 강남역에서 한 대학생이 강남역 근처 노래방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남성에 의해 살해되었다. 당시 CCTV에는 피의자와 피해자만 찍혀 있어 빠르게 체포할 수 있었는데, 남성은 이후 경찰조사에서 "여자들이 항상 나를 무시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20세기 초반 서구권에서 여성의 참정권 운동에서부터 출발한 페미니즘은 운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혐오(미소지니)’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여성들은 이전에 외치지 못한 부당함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프로불편러’로 규정하며 차별이 없음을 주장하곤 한다.

 

사진=Shadows Films

<억압받는 다수>는 매우 일차원적인 방법을 통해 이러한 현대 사회의 인식이 사실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꽤 경쾌한 노래로 문을 여는 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현대 사회와 완전히 반대되어 있다. 여성이 주가 되고 남성은 매일 성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는 슬리퍼를 신고 반바지를 입은 주인공을 보며 지나가는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희롱한다. 주인공은 아이를 맡기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한 무리를 만나 성적인 모욕과 폭행을 당하게 된다.

주인공이 신고를 위해 경찰서에 갔는데 그곳은 온통 여자들뿐, 남성은 커피 심부름을 하는 존재이다. 경찰서로 찾아온 부인은 주인공을 달래는 듯하다가 자신의 승진을 이야기하고, 차를 타러 가던 중 둘은 말다툼을 하게 된다. 혼자 가서 차를 가져오겠다며 걸어가는 부인의 모습을 멀리서 비추고, 이어 누가 뒤따라오는 듯한 느낌에 두려워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여성(부인)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버릴 장면이 없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까지도 영화는 세심하게 뒤집는다. 커피 심부름을 하는 남성, 제모를 하고 히잡을 쓰는 남성, 주인공이 부인에게서 듣는 “네가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그렇지.”라는 말까지, 영화는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고, 그래서 차별이라고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는 것들까지도 바꿔서 보여준다. 

그렇게 우리를 낯설게 만들던 영화는 시작과 끝을 통해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세상이 허구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히려 두려움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여성의 모습이 더욱 비참하게 다가온다. 영화가 보여주는 ‘여성이 남성을 두고 희롱하는 사회’, ‘여성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을지, 성희롱을 당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남성의 모습’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나면, 그 반대가 ‘현실’이라는 것은 쓰디쓴 고통이다.

 

사진=Shadows Films
사진=Shadows Films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가진 사람들은 가진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진 것을 더 불리고 지키는 데 관심이 있을 뿐,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나누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관계로 치환하든 마찬가지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은 가진 자이다. '남성 중심'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회가 그들을 위주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작든 크든 그 구조로부터 수혜를 받았다는 것을 말한다. 

매우 일차원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위치를 바꾸어 보는 이들을 낯설게 만드는 이 영화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못한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너무 과장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은 결코 상상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이 '현실'에서 사는 이들이 예전에, 어제, 혹은 몇 시간 전에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그런 불합리한 사회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영화 속 남성의 모습이 불편하고 이상하다면, 현실의 여성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이상한 것임을 느껴야 한다. 10분짜리 영화가 직접적으로 건네는 말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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