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의 모든 것', 삐뚤어진 남성성을 말하다 [BIFAN]
'호신술의 모든 것', 삐뚤어진 남성성을 말하다 [BIFAN]
  • 문화부|김윤지 기자
  • 승인 2019.07.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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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문화부|김윤지 기자] 4일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호신술의 모든 것(The Art of Self-Defense)가 3회차 상영, GV가 진행되었다. '호신술의 모든 것'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 초청되었다.

시놉시스

 소심한 성격의 케이시는 어느 늦은 밤 오토바이 폭주족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그 날의 악몽을 떨칠 수 없던 케이시는 가라데 도장을 등록해 호신술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점점 자신감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케이시의 편집적인 강박 역시 차오른다.

 '호신술의 모든 것'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전개임에도 자잘한 웃음 코드와 속도감 있는 대사로 '코미디' 장르임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제시 아이젠버그의 너드 분위기가 이번 영화에서도 매력적으로 통한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자같다', '남자답다'라는 구석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소심한 케이시를 잘 표현했다. 이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주된 메세지는 '남성성'이다. 케이시가 바이크갱에게 강도를 당하게 된 계기도 바이크갱이 신체적으로 약해보이고 소심해보이는 사람을 표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도 사건 이후 케이시는 자신의 남성성을 되돌아보게 된다.

'호신술의 모든 것'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호신술의 모든 것'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사고 이후 케이시는 호신용 총기를 소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총기 구매 서류 통과를 기다리는 동안 가라데 도장을 발견한다. 자신을 '센세'라고 부르는 사범은 가라데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케이시가 도장에 등록하고 가라데를 시작하면서 케이시는 센세와 도장 사람들을 우상처럼 여긴다. 가라데를 통해 자신도 강인한 남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케이시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다.

노란 띠

 케이시는 가라데를 배우고 얼마되지 않아 흰 띠에서 노란 띠로 승급한다. '띠 색깔이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 센세의 말을 듣고 케이시는 노란 띠 없이는 자신을 지켜내거나 싸우지 못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가게에 가서 노란 물건만 사거나 셔츠 위에 노란 띠를 묶고 마음을 가다듬는 등 띠 색깔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된다. 결국 노란색 벨트를 주문해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도장뿐 아니라 케이시의 직장에서도 남자들이 본인의 남성성을 드러내려는 행위는 계속된다. 상사를 험담하면서 자신이 그를 힘과 폭력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허풍을 떨고, 힘 자랑을 하며 팔굽혀 펴기를 하자고 하며, 회사에서 포르노와 총 등 남성성으로 가득찬 잡지를 본다. 이런 모습은 우리 생활 속에도 흔히들 펼쳐져 있다. 마초 사회라고 묘사되는 폭력으로 물들고 왜곡되는 남성성은 약자에 대한 무시와 폭력으로 새로운 문제를 계속 낳고 있다.

'호신술의 모든 것'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호신술의 모든 것'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무술에서 드러나는 서열 사회

 힘과 능력이 '띠'라는 수단을 통해 서열화되는 도장은 멤버들이 서있을 때도 계급에 맞춰서 수직적인 서열을 드러낸다. 검은 띠부터 흰 띠까지 한눈에 보이는 서열은 승급을 통해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한다. 도장 내 유일한 여성 멤버인 '애나'는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승급 심사에서 다른 남자 멤버에게 자리를 빼앗긴다. 가라데가 남자의 운동이라고 말하는 센세 밑에서는 애나는 검은 띠를 받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애나는 최고의 실력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도장에서 사범의 말에 따라야 하는 것은 보통 당연하지만, 이 도장에서 센세의 말에 절대 복종 해야하는 분위기는 어딘가 이상하다. 케이시를 밤에 불러내 케이시를 때린 바이크 강도 중 한명을 찾았다며 케이시에게 폭력 행위를 부추기는 센세는 결국 케이시를 무고한 사람을 때린 범죄자로 만든다. 그리고 그 현장을 녹화해 케이시의 약점을 잡는다. 센세의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나면서 영화가 케이시의 성장 영화로만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케이시의 변화

 케이시는 강인한 남성이 되기 위해 프랑스가 아닌 독일과 러시아를 좋아하기로 하고 메탈 음악을 들으면서 정서를 강인하게 만들고, 매일 쓰다듬어주던 닥스훈트를 강하게 키우려고 마음 먹는다. 흔히 '남성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자신의 삶에 하나씩 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케이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과 단순히 남성적으로 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내면의 강인함이 아닌 외면적인 강인함만 추구하는 것은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남을 먼저 다치게 하는 결과로 만든다. 케이시가 가라데 도장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인 바이크갱과 전혀 다를게 없다. 내면의 폭력성을 깨닫고 변해가는 케이시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센세의 실체를 파헤친다.

 결국 가라데 도장은 케이시가 센세를 물리치면서 평화를 찾는다. 물리친 방식이 가라데 도장의 11법칙과 다르고 관객의 뒷통수를 치는 전개에서 다시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남성성과 서열, 권위에 대한 저항을 풍자적이고 비판적으로 잘 풀어내며 가볍게 그려 관객의 폭소와 웃음이 만발한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승급하지 못하고 억압받던 애나가 새로운 도장의 리더로 자리하면서 후에 애나가 가져올 도장의 변화가 기대되며 영화가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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