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영화의 개성,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1' [BIFAN]
한국 단편 영화의 개성,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1' [BIFAN]
  • 문화부|김윤지 기자
  • 승인 2019.07.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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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KIM', '삼제왕풀이', '안나',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윤지 기자] 지난 27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성황리에 개막했다. 1일 CGV 부천에서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1'이 상영되었다. 단편 걸작선 1은 'KIM', '삼제왕풀이(Femily)', '안나(Anna)',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Daddy in the Bag)',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Possible Misfortunes on the Street)'로 총 다섯 작품으로 구성된다.


KIM(한국/2019/13분/WP/노영미)

'KIM'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KIM'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오직 인터넷에 떠도는 저작권이 자유로운 자료들로 만들어진 'KIM'은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미스터 킴을 찾는 그녀는 산길을 걸어다니며 만난 동물들에게 미스터 킴의 행방에 대해 묻는다. 제각각 다른 언어 음성 베이스를 통한 한국어로 답을 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자막이 없다면 알아듣기 힘든 대사도 많았지만 미스터 킴을 찾는 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묻는 이와 답하는 이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정체 모를 소리와 화면들이 보여주는 낯선 조화는 오묘한 이끌림을 가진다. 영화가 진행될 수록 미스터 킴이 누구인지 왜 산길에서 그를 찾는지 궁금해지지만 결국 그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얼굴 모를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제왕풀이(한국/2018/5분/WP/강소연)

'삼제왕풀이'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삼제왕풀이'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아들을 낳기 위해 굿을 하는 집에서 딸 효진은 엄마를 괴롭히는 굿을 저지하려고 한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굿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잘 담겼고, 굿을 원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도 잘 드러난다. 흔히 굿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풍물 악기와 박수 무당이 임신한 엄마에게 휘두르는 천 등, 굿을 하는 모습은 사뭇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하지만 중간에 계속 비춰지는 어린 효진의 시선은 순수하기 때문인지 어둡지만은 않다. 이러한 화면의 대비의 전환이 잦아지면서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가고 효진은 결국 무당의 굿을 방해한다.


안나(한국/2018/21분/WP/김태진)

'안나'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안나'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바쁜 엄마가 빌려놓고 간 영화 비디오를 보며 꿈을 키운 안나. 안나는 여러 영화를 접할 때마다 하고 싶은게 바뀐다. '록키'를 보고 복싱을 배우다가 코에 금이 가기도 하고, 지금은 '싱잉인더레인'을 보고 탭댄스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관심 있는게 잦게 바뀌고 여러 방면으로 도전을 하는 안나의 탭댄스 실력을 보니 단순히 관심만 있는 수준은 넘어선 것 같다. 그러나 안나는 대회 출전비와 교통비로 당장 십만원이 필요한데 수중에 돈이 없는 상황이다. 안나는 친구네 삼촌 가게의 전단지를 돌리는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아보려고 한다. 편의점에서 바쁘게 일하는 엄마는 안나가 공부를 하지 않고 자꾸 다른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결국 영화를 많이 본 안나는 전단지를 돌리기 위해 인형탈을 쓴 모습 그대로 엄마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강도짓을 한다. 스케치북에 귀엽게 쓴 '돈 내놔'와 돈을 챙기고 엄마가 숨겨둔 자신의 탭슈즈까지 찾아가는 등, 누가봐도 안나인 행동으로 돈을 얻어낸다. 안나는 단순히 돈을 뺏지 않고, 인형탈을 쓴채 탭슈즈를 신고 엄마 앞에서 처음으로 탭댄스를 선보인다. 결국 탭댄스 대회에 출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안나는 엄마의 옛날 꿈을 처음으로 알게된다.

 '안나'는 단순한 청소년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점이 다분하다. 하지만 안나다우면서도 영화스러운 생각으로 귀엽게 돈을 갈취했다는 점, 엄마 앞에서 춤을 보여주기 부끄러운 감정을 인형탈 뒤로 숨긴채 열심히 탭댄스를 선보이는 모습이 10대가 할 수 있는 자신만만함과 귀여움으로 감싸져 신선하게 표현되었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한국/2019/17분/WP/이민섭)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아버지가 식물인간이 되고, 아버지의 기억과 목소리가 담긴 로봇과 동행하는 딸. 로봇 속의 아빠는 딸과 즐겁고 단란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등 즐겁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식물인간 상태였던 아빠가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가게 된다. 깨어난 진짜 아빠는 자신의 기억과 목소리만 들어간 쇠철덩어리 로봇의 존재에 충격을 받고 불편해 한다. 현실의 아빠는 로봇 아빠와 있을 때만큼 다정하지 않았고, 부녀지간이라기에도 어색할 대화만 오고 갔다. 결국 아빠의 상태가 호전되고 딸이 갖고 있던 로봇은 반품을 해야하는데, 이별의 순간 로봇 아빠는 진짜 아빠가 딸에게 말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많을 거라고 딸에게 전한다. 진짜 아빠가 퇴원하고 여전히 어색한 부녀지간이지만 처음으로 아빠가 딸에게 감정을 표현하며 영화가 마무리 된다.

 로봇 속에 인간의 기억과 목소리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판타지스러운 장르지만, 현실적이기도 해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 혹은 식물인간과 로봇을 매개로 다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진짜 아빠가 깨어나고, 로봇 아빠는 진짜 아빠와 결국 다른 존재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사랑받고 싶지만 받지 못하는 존재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는 로봇 서비스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과도 관련되어 부모님과의 관계, 사랑 받는 것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한국/2018/35분/WP/이광재)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 스틸컷: BIFAN 공식 홈페이지

 형제가 겪은 20년 전의 거리 위에서의 사건. 사고를 겪은 이후 20년이 흐르고도 가족 모두 외부적, 내부적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영화의 화자는 그날의 사고 기억을 되살리려 가족을 인터뷰하면서 가족들이 비추지 않았던 속마음과 그당시의 감정을 알게 되고, 사고가 났던 그 길을 20년이 지난 지금,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형과 함께 다시 건너고 싶어한다. 꽤나 큰 사고였음에도 장애만 남기고 지금까지 잘 살아온 화자는 20년만의 그 날의 상황을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되고, 가족이 암묵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발길 향하지 않았던 사고난 곳을 형과 함께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보통의 보행자들이 생각하듯 아무일없이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건너게 된다.

 영화에서 드러나듯 하루에도 수십~수백명의 보행자가 도로에서 사고를 겪는다. 영화 속의 화자도 운이 좋지 않은 그 중 한명이었고, 큰 사고였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살아났다. 사고를 당한 본인만이 아닌 가족 혹은 사고를 목격한 그 누구라도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고, 그 트라우마는 짧거나 길게 혹은 영원히 그 사람을 따라 다닐 수 있다. 모두가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임에도 먼저 그 날의 '길 건너기' 행위를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한 화자의 마음가짐이 인상 깊었다. 형제의 도전은 단순한 보행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간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을 형과 본인의 감정까지 울리는 의미있는 행위가 되었다.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1'은 오는 3일 17시 부천시청에서 한 회차 더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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