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하는 애증의 관계, '물비늘' [BIFAN]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하는 애증의 관계, '물비늘' [BIFAN]
  • 영화부|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7.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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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물비늘'

[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민주 기자]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_티빙 드라마 스테이지 2019 '물비늘' 포스터

 

 

영화 ‘물비늘’은 이미 2018년 TV 드라마를 통해 한 차례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는 작품이다. ‘물비늘’은 제 23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매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요즘, 여러 가지 매체에서 방영되는 작품들을 큰 스크린으로 옮겨서 상영하는 ‘코리아 판타스틱 : 크로스오버’ 부문의 영화이다. 

 

이 영화는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고등학교 시절 서로 사랑했던 슬과 진철이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의 타임라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주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며 파스텔 톤의 색감이 두드러지는 슬과 진철의 고등학교 시기와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 입히고 상처 받는 슬과 진철의 관계처럼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와 차가운 모노톤의 색감이 주를 이루는 현재가 바로 그것이다. 

 

 

색감의 차이로 과거와 현재를 나타내는 것처럼, 영화 ‘물비늘’에는 색깔을 통해 많은 것을 나타낸다. 영화 속에서 인물의 감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색은 ‘파란색’이었다. 영화는 파란색 하이힐을 신은 슬이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 내내 현재의 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밝은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검은 색 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슬이 신은 파란 색 하이힐에 더욱 눈길이 간다. 보통 영화에서 인물의 신발을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슬의 이 하이힐은 어떤 의미일까. 발뒤꿈치가 전부 벗겨져도 꾸역꾸역 신고 다니던 슬의 하이힐은 진철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 진철은 가장 좋아하는 색이 ‘파란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슬이 진철을 신경 쓰기 시작하고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좋아하는 파란 색 옷을 입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내내 슬이 신고 나오는 파란 하이힐은 입으로는 그를 죽여 버리고 싶다고, 증오한다고 하면서도 끝내 지워지지 못한 진철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슬과 현재의 슬이 입는 옷의 변화도 주목할 만 한 점이었다. 과거 고등학교 시기의 슬은 밝고 당차며 사고뭉치이긴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그렇기 때문에 슬이 입고 다니는 옷도 분홍색, 주황색, 노란색 등 그녀의 밝은 성격을 잘 나타내는 색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입은 후 슬이 입는 옷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이전에 입고 다니던 밝은 색 옷은 찾아볼 수 없고 극중에서 계속해서 옷이 바뀌는 진철과 달리 슬은 첫 등장에서 입고 나온 블라우스를 제외하고는 항상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이처럼 옷이나 신발 등의 색깔을 통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인 ‘슬’이라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영화 속에서 슬과 진철이 큰 상처를 입게 된 이유는 바로 슬의 낙태였다. 슬은 아이를 낳기를 원했지만 어른들은 슬에게 아이를 없앨 것을 강요했다. 슬은 진철과 함께 몰래 도망치기로 약속하였지만 진철은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슬과의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슬은 결국 수술을 받았고, 그 상처를 가진 채 계속해서 진철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과연 슬의 상처를 오롯이 진철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슬과 진철의 사랑을 가로막고 수술을 받게 강요한 것은 어른들이었다. 어른들의 체면과 욕심이 어쩌면 ‘가시거시’처럼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었던 슬과 진철의 사랑을 망쳐버린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만 어긋나고, 서로를 옭아매며 수렁으로 빠져드는 둘의 관계가 너무 안타까웠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잊을 수 없고 덮을 수 없는 상처로 인해 전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없게 된 애증의 관계. 기성세대의 권위가 파괴시킨 그들의 사랑이 갈 곳 잃은 분노로 변질되어 서로를 파멸로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물비늘’은 진철이 슬의 파란 하이힐을 하얀색 운동화로 갈아 신겨주면서 끝으로 향한다. 진철에 대해 놓지 못하는 사랑과도 같았던 파란 하이힐을 진철이 직접 갈아 신겨주는 것은 슬이 입은 모든 상처에 대한 사과이자 그녀가 마음의 짐처럼 갖고 있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부담을 덜어주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물비늘’이란 물 위에서 햇빛이 반짝이는 것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 단어로, 주인공의 이름인 ‘윤슬’과 같은 말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치 물비늘처럼 눈이 부시게 빛나던 슬의 환한 미소가 계속해서 기억에 남았다. 햇빛이 쏟아지는 창고 안에서 서로를 보며 미소 짓던 슬과 진철의 모습이 너무도 예뻐서, 그들의 망가진 사랑이 더욱 씁쓸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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