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영화의 한계와 도전 '뿔을 가진 소년'
한국 독립영화의 한계와 도전 '뿔을 가진 소년'
  • 영화부|김승현 기자
  • 승인 2019.06.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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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우리는 누군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

 

※ 본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제 19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뿔을 가진 소년> 언론/배급 시사회가 지난 5일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렸다. 김휘근 감독을 비롯한 전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사냥꾼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인간녹용’을 잡기 위해 삶의 끝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를 쫓고 쫓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개연성은 어디에>
 사냥꾼의 딸 수진(조하은)은 숲 속에 살고 있던 뿔을 가진 소년과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 둘은 도시로 도망치기로 약속한다. 수진은 소년의 손목에 방울을 달아주고, 자신은 오카리나를 불며 서로가 함께 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수진은 오카리나를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을 때도 계속해서 분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임을 그대로 노출하는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이유를 관객이 찾기는 매우 어렵다.


<복잡한 카메라 워킹>
 온 몸으로 암이 전이된 준배(채완민), 진폐증에 걸린 동생을 살리려는 진아(김윤정), 이미 죽은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주려는 동구(권기하). 이들은 모두 현대 의학으로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자신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리려고 한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보여주기 위함인지 영화 초반에 굉장히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을 선택했다. 그러나 1시간 이상 지속되는 불안정함은 관객이 피로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모호한 결말>
 사냥꾼들은 남산 밑에서 한참을 껴안고 있는 수진과 소년을 발견한다. 돈에 눈이 먼 사냥꾼들은 인간녹용의 값을 분배하다 결국 서로를 쏘게 된다. 살아야 하는 욕구가 가득했던 준배와 살려야 하는 욕구가 가득했던 진아가 수진과 소년을 향해 총을 겨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준배의 모습, 동생이 하던 일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진아의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이 장면을 보면 준배가 인간녹용을 차지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준배의 아이를 산 속으로 데려가고 방울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수진을 잃어버린 사냥꾼이 준배의 아이를 데려감으로써 뿔을 가진 소년으로 인해 발생했던 모든 일을 마무리하는 것은 아닐까. 결말만을 본다면 어떠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독립영화 특성 상 그러한 모호함이 칭찬받을 수 있다. 하지만 70분이 넘는 인물의 심리표현과 알 수 없는 오카리나 소리의 등장, 복잡한 카메라 워킹까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관객의 심리는 정작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인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있고 그 모습을 영화에 잘 녹여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인간녹용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낙원시장에서 약을 파는 사냥꾼들의 모습은 실제 종로의 배경을 완벽히 소화했다. 이러한 점들이 한국 독립영화의 자부심을 지켜낸 것이라 생각한다.
 

[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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