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뜨겁게 타오르는 혜성의 찰나의 순간을 간직하는 것, '코멧'
사랑이란 뜨겁게 타오르는 혜성의 찰나의 순간을 간직하는 것, '코멧'
  • 영화부|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6.03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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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민주 기자]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_네이버 영화 '코멧' 포스터

 

이것은 6년에 걸쳐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몇 개의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같은 사랑, 다른 속도>

  영화 ‘코멧’은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아도취 성격장애를 가진 ‘델’은 사랑은 허상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평범하지만 약간의 낭만을 더 갖고 있는 ‘킴벌리’는 진정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처럼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델과 킴벌리는 영화 속에서 자주 다투고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 사랑을 믿지 못하는 델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킴벌리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델을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던 킴벌리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델은 실망과 포기가 되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다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기에 놓지 못했던 그들이 정말 이별을 맞이한 것은 바로 시간 때문이었다.

  델과 킴벌리의 시간과 속도는 결코 맞물릴 수 없었다. 과거도 미래도 상관없이 오롯이 현재만을 바라보고 즐기며 살아가는 ‘현재형’ 이었던 킴벌리와 달리, 델은 당장 5분 뒤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했다. 델의 사랑과 킴벌리의 사랑은 동일했으나, 둘 사이에 존재하는 속도의 차이는 마치 평행선처럼 그들의 사랑이 맞물리지 못하게 했다. 델은 언제나 킴벌리를 5분 늦게 사랑했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5분 늦게 깨달았다. 당장 돌아오지 못하는 사랑에 지친 킴벌리가 델을 떠나면, 델은 뒤늦게 그녀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킴벌리를 잡았고 이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그들의 사랑은 마치 벗어나기 힘든 늪처럼 찐득하고 또 한 편으로는 그들의 사랑의 정도와 깊이는 같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순간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들의 이별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너무도 달랐을 뿐이다.

 

 

<혜성, 그 의미에 대하여>

  이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등장하는 ‘Comet’, 즉 혜성은 주목할 만 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코멧’에서 혜성은 그들의 사랑을 나타낸다. 혜성이 하늘을 수놓는 순간에 만나 사랑을 시작한 델과 킴벌리는 어쩌면 한 순간 밝게 빛난 채 사라지는 혜성처럼 그 끝이 정해져있었을 수도 있다. 마치 혜성 같은 사랑은 킴벌리와 델에게 각자 다른 의미를 가졌다. 킴벌리는 비록 전부 타버리고 사라지더라도 타오르는 그 빛나는 찰나의 순간에 뛰어들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후 반짝였던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는 사랑을 했다. 하지만 델은 그 반짝임이 사라진 후의 삭막함이 두려워 그 반짝임 속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사랑이 식은 후의 아픔과 상실, 고통을 두려워하는 델의 모습은 당장의 현실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불확실함과 막연함에 대한 두려움을 잘 알기에 그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델은 그토록 두려워했던 5분 뒤를, 믿지 않았던 사랑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무엇보다도 뜨겁게 타오르며 킴벌리를 향해 쏟아져 내리는 혜성 그 자체가 되었다. 타오르는 혜성의 뜨거운 불빛은 사라졌지만, 영원히 떠오를 태양을 배경으로 킴벌리에게 다가가는 델의 모습을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영화는 6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림처럼, 혹은 사진처럼 단편적인 사건과 상황을 보여준다. 이처럼 정해진 시간의 순서가 없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장면 장면의 순서를 바꾸어 상상할 수 있었다.

만약 밤하늘을 수놓는 유성우와 함께 한 그들의 첫 만남이 헤어진 관계의 과거가 아닌 새롭게 시작될 시작이라면?

영화 ‘코멧’은 이처럼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을 제공해준 채 나머지는 우리의 상상에 맡긴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도, 새드엔딩이 될 수도 있는 이 영화는 마치 혜성처럼, 강렬하게 타오르는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여 남겨두는 사진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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