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써 대자연의 경이와 두려움을 전하다, '아쿠아렐라' [16th SEFF]
'물'로써 대자연의 경이와 두려움을 전하다, '아쿠아렐라' [16th SEFF]
  • 영화부|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5.31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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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영화 '아쿠아렐라'

[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민주 기자]

 

저작권_네이버 영화 '아쿠아렐라' 포스터

 

  영화 ‘아쿠아렐라’는 러시아의 다큐멘터리 감독 ‘빅토르 코사코프스키’가 제작한 영화이다. 실제 움직임의 4배 느린 속도인 초당 94프레임으로 촬영된 영화 ‘아쿠아렐라’가 담아내는 ‘물’은 89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그 웅장함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아쿠아렐라’는 극을 이끌어나가는 스토리도, 등장인물도, 대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고요히 그 자리에서 변화하고 살아 숨쉬는 ‘물’을 조명한다. 영화는 물을 표현하기 위한 어떠한 인위적인 사운드나 컴퓨터 그래픽도 사용하지 않는다. 태초의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는 물이 스크린에 가득 찰 때 느껴지는 대자연의 웅장함과 거대함, 그리고 검푸르게 빛나는 바다에서 느껴지는 묘한 두려움은 단번에 보는 사람을 압도하게 된다.

아무런 스토리도 없는 영화였지만, 그 어떤 대사보다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했다. 영화는 각각 바이칼호,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마이애미, 그리고 앙헬 폭포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자연이 보내는 경고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 거대함을 표현한다.

 


우선 바이칼호에서 우리는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알 수 있었다. 인류는 현재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자연은 그만큼 퇴보하고 또 훼손되고 있었다. 지난 해 까지는 튼튼했던 얼음이 더 빠르게 녹아내리고, 그 위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과 차들이 녹은 얼음 때문에 물속으로 처박히게 된다. 기계를 사용하면 얼음을 깨부수고 차가운 물속에 빠진 사람과 차를 꺼낼 수 있지만, 이미 녹아버린 얼음은 그만큼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가 물속에서 나오지 못한다고 우는 남자의 말에 미친 듯이 작살로 얼음을 깨보려고 두드리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만, 절대 웃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또한 영화에서는 빙하를 다 녹여버릴 것처럼 작열하는 태양이 자주 등장한다. 말 그대로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녹아내리는 빙하의 소리는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과도 같이 들린다. 특히 다른 인위적인 사운드 없이 빙산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소리와 함께 뒤집어지고 부서지는 빙하는 거대한 물이 살아 숨 쉬며 그 거대한 몸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녹아내린 빙하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마이애미에서는 허리케인이라는 재앙이 닥치게 된다. 마이애미를 강타한 허리케인은 건물을 부수고, 도로를 들어내며 물을 막기 위해 설치된 댐을 파괴한다. 우리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고 나서도 그런 생각을 계속할 수 있을까. 허리케인 앞에서 인간이 쌓아올린 모든 문명과 발전은 바람 한 번에도 부서지고 무너지는 너무나도 나약한 것이었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홍수를 피하기 위해 동굴에 숨어든 사람들의 모습에서, 결국 인간은 다시 거대한 대자연을 피해 숨어살던 원시시대처럼 어둡고 좁은 동굴로 피하게 된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녹아내리는 빙하에서 허리케인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것보다도 명확하다. 대사 한 줄, 스토리 하나 없이 그저 시각적인 영상만으로도 자연이 보내는 경고와 그것을 무시한 인간의 최후를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허리케인에서 이어지는 앙헬 폭포는 태초의 자연 그 자체이다. 오염되지 않은 태초의 상태. 깨끗한 물이 자연의 섭리대로 흐르며 무지개가 떠오르는 모습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연을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경이롭고 아름다운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넘실거리던 파도가 기억에 남는다. 파도의 물결 하나하나를 세세히 보여주고, 때로는 눈부시도록 푸르게 빛났다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블랙홀처럼 검푸르게 휘몰아치는 물의 모습은 마치 에메랄드와 같은 보석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죽음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처럼, 봐서는 안 될 심연을 들여다 본 것처럼 손이 떨릴 정도로 두렵다.

이처럼 영화 ‘아쿠아렐라’는 물을 통해 자연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넘어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 담았으며 바이칼호에서 허리케인으로, 허리케인에서 앙헬 폭포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만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 ‘아쿠아렐라’는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너무나도 완벽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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