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만들어내는 한폭의 그림, '아쿠아렐라' [16th SEFF]
물이 만들어내는 한폭의 그림, '아쿠아렐라' [16th SEFF]
  • 문화부|김윤지 기자
  • 승인 2019.05.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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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문화부|김윤지 기자] 5월 23일 서울극장에서 제 16회 서울환경영화제가 개막되었다. 개막작으로 빅토르코사코프스키 감독의 '아쿠아렐라'가 상영되었다. 25일 2회차 상영되었다. (빅토르코사코프스키/영국,독일,덴마크,미국/2018/89분/다큐멘터리)

'아쿠아렐라' 포스터: 네이버 영화
'아쿠아렐라' 포스터: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초당 94프레임, 즉 실제 움직임의 4배 느린 속도로 촬영된 이 어마어마한 영화의 주인공은 물(water) 자체이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오랜 호수인 바이칼호의 충격적인 장면에서 시작해서 허리케인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마이애미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에서 장엄한 여행을 마치는 이 현기증 나는 영상에서 우리는 압도적인 물과 얼음의 향연 속에 이끌려 들어간다. 영화는 서사도, 내레이션도, 특별한 맥락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때로는 장대하고, 때로는 아름다우며, 때로는 두려운 물의 다양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폭격 속에 90분간 잠겨있다 보면, 자연의 엄청난 힘과 대조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그 어떤 장광설보다 효과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설파하는 빅토르 코사코프스키의 역작이다.

 

'아쿠아렐라' 스틸컷: 서울환경영화제
'아쿠아렐라': 서울환경영화제

'아쿠아렐라'는 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80여분간 물의 움직임, 물의 형태를 독특한 방식으로 관찰하고 보여준다. 영화 초반에는 바이칼 호수의 얼음이 녹을 시기에 얼음이 깨져 물에 빠져버린 사람들과 자동차가 나온다. 차를 건져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끊임없이 깨지고 움직이는 빙하와 얼음이 더 동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대사나 나레이션 없이 물의 움직임만을 보여주는데, 물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얼음이 깨지는 소리, 심해에서 만들어지는 물의 깊은 소리 그리고 폭포 소리와 태풍우 소리까지. '물' 자체가 줄거리인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물의 색채와 자기주장하는 듯한 물의 소리만으로 시청각적으로 꽉 차는 느낌이 든다.

 제목 'Aquarela'는 포르투갈어로 수채, 수채화를 뜻한다. '아쿠아렐라'는 물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한폭의 그림이기도 하다. 물의 색채에도 주목해볼 수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푸른색과 하얀색 계열뿐만이 아니다. 물과 다른 자연이 만나 색깔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경이롭게 만든다.

 해외 인터뷰 자료에서 코사코프스키 감독은 물의 변하기 쉬운 속성과 변덕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주인공이라고 언급했다. 물은 아름답고 시원하지만, 상황에 따라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얼음 호수에 빠지게 되면 물 밖으로 나오기도 쉽지 않고 얼음에 가로 막혀 출구를 찾기 힘들다. 홍수가 나면 가구와 가축, 심지어 집까지 떠내려가 마을 하나가 통째로 폐허가 된다. 허리케인이 부는 마이애미에서는 나무는 물론 신호등과 전봇대까지 쓰러뜨리는 물과 자연을 보고 있자면 대자연에 압도되는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물의 내면은 때로는 조용하고 안정되기도 하며 세계를 순환하면서 매번 다른 곳의 일부가 된다. 동식물의 몸에 상당한 양의 물이 있는 것도 이 자연의 주인공이 '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의 구성에 주목해보면, 초반부 영화에서는 얼음 상태의 '고체'의 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얼음이 녹은 바다 밑을 탐험하다가 사나운 '액체' 상태의 바다를 보여준다. 그리고나서 굉장히 느린 프레임으로 잔잔한 수면 위를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후반부의 폭포에서는 '기체' 상태의 물안개와 무지개를 보여준다. 물은 기체 상태로 하늘을 떠돌다가 다시 비가 되어 땅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양한 상태, 그리고 상태변화로 바다부터 하늘까지 여행할 수 있는 물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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