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고통 속에서 조명한 삶의 허무(虛無), '고스트 스토리'
상실의 고통 속에서 조명한 삶의 허무(虛無), '고스트 스토리'
  • 영화부|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5.26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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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민주 기자]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_네이버 영화 '고스트 스토리' 공식 포스터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플롯 구성이 대단히 독특한 영화이다. 영화에는 총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표면적인 스토리 라인이며 두 번째는 그 스토리 라인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이다. 이처럼 두 가지의 플롯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 방식과 개연성에 있어서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서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각각의 이야기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첫 번째 이야기-상실의 고통>
  영화 ‘고스트 스토리’의 첫 번째 플롯은 로맨스이다. 유령이 된 C와 살아서 삶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그의 연인 M의 서사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며 표면적으로 보이는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이처럼 영화를 C와 M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 영화는 상실의 고통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죽은 사람보다는 남겨진 사람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남겨진 사람뿐 만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다.

  남겨진 채 살아가야 하는 M의 모습과 함께 유령이 된 C의 시각에서도 상실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겨진 사람만이 상실의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떠난 사람 역시,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맞이한 이별에 대한 당혹감과 먼저 떠났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옆에 있음에도 함께할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롱 테이크로 4분 30초 동안 촬영된 M이 파이를 먹는 장면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고통을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모두의 관점에서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올라오는 슬픔과 눈물을 파이와 함께 꾸역꾸역 밀어 넣다가 결국 모두 토해버리는 M과, 그런 그녀를 달래줄 수도, 하다못해 등을 두드려 줄 수도 없이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C의 모습은 대사 한 줄, 배경음악 하나 없이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게 했다. 그저 하염없이 M을 바라보기만 하고, 한 번쯤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까 기다리는 C의 모습은 표정도, 대사도 없이 흰 천을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쓸쓸해 보인다.

 

 

<두 번째 이야기-삶의 허무(虛無)>
  첫 번째 플롯이 영화를 전개시키는 큰 스토리 라인이었다면, 두 번째 플롯은 그 첫 번째 플롯을 통해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진짜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야기의 핵심은 영화 속의 인물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M이 떠난 후 그들의 집에는 여러 사람들이 거쳐 가는데, 어느 날은 그 집에서 파티가 열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은 기억되기 위해 유산을 남긴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모두 죽게 되고, 지각 대변동이 일어나면서 90%가 소멸된다. 하지만 인간은 또 다시 문명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당신은 이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원하진 않는다.”

 

  이 대사는 영화 ‘고스트 스토리’에서 가장 긴 대사이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다. 남자의 대사만 들었을 때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후에 C가 바라보는 세상의 변화는 그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기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인간은 세상에서 기억되고 싶어서 계속해서 그들의 유산을 남긴다. 이러한 유산은 쇠퇴를 거듭하면서도 어느 순간 떠오르는 베토벤 9번 교향곡의 익숙한 멜로디처럼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될 수 있다. 즉, 삶의 연속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유산은 계속해서 기억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남자의 말처럼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해 ‘과연 그럴까?’ 라는 의문을 던진다. 삶이란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히 연속되고 기억되는 것은 사실 끊임없이 죽어가는 것이자 잊혀지는 것이다. 결국 삶이란 그저 허무(虛無)에 불과하다.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잊혀지고 사라진다는 상실의 고통 속에서 ‘삶’이란 것에 초점을 맞추어 그 연속성과 허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고스트 스토리’에서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I got overwhelmed'라는 OST 제목이다.
극복의 다른 말은 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은 자의 극복은 반대로 죽은 자의 소멸과 상실인 셈이다. M이 다시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기다리며 영겁의 시간을 보낸 C였기에, 마침내 그가 M이 남긴 쪽지를 펼치자마자 사라져버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표정도, 대사도, 배경 음악도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 어떤 것도 유추할 수 없는 C의 소멸이 자꾸만 기억에 남고 궁금해진다.
부디 C가 무한한 허무(虛無)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온과 안식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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