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판타스틱', 캡틴이 꿈 꾼 파라다이스
'캡틴 판타스틱', 캡틴이 꿈 꾼 파라다이스
  • 문화부|김윤지 기자
  • 승인 2019.05.22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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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판타스틱 포스터: 네이버 영화
캡틴 판타스틱 포스터: 네이버 영화

[루나글로벌스타 문화부|김윤지 기자] 서로가 사랑하는 짝을 만나 부모가 되면, 부부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한다. 때로는 각자의 교육관이 부딪혀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부부의 교육관이 일치한다면 아이를 키우기에 큰 난관은 없지 않을까.

 '캡틴 판타스틱'에서 벤(비고 모텐슨)은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벤이 만들어놓은 파라다이스에서 아이들은 사회와 단절된 채 홈스쿨링을 하고 자연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매일 숲을 뛰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며 강하게 자라고, 정해진 시간에 벤이 내주는 과제를 해내며 나이를 불문하고 고전을 읽는다.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로 고전을 해석해내고 의견을 첨가하는 등 또래의 아이들과는 분명히 다른 저마다의 비범함을 보인다. 동물을 사냥하고, 사냥감을 해체하고, 가죽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며 불을 피우고 책을 읽다가 노래를 부르는 등 절대 평범하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아파서 떨어져 지내던 엄마가 죽으면서 벤의 가족은 엄마의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숲속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과 맞닥뜨리면서 아이들은 혼란을 겪는다. 첫째 보(조지 맥케이)는 바깥 세상에서 만난 또래 여자 아이들과 관심사를 공유하며 말을 섞는 방법조차 모르고, 다른 다섯명의 아이들은 평범한 집을 보고 쓸데없이 낭비가 많고 부를 과시하는 공간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벤의 가족을 보면 '괴짜'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올 것 같다.

캡틴 판타스틱 스틸컷: 네이버 영화
캡틴 판타스틱 스틸컷: 네이버 영화

'벤의 파라다이스는 유토피아였을까'

 벤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명확하고 뚜렷히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흥미롭다'와 같은 모호한 단어는 무의미한 단어라고 말한다. 이 아이들이 고전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시각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세상이 단지 책 속의 세상뿐이라면 어떨까. 벤 몰래 하버드, 스탠포드, MIT, 브라운 대학 등 여러 최상위 대학에 합격한 보에게 벤은 말한다.

"넌 이미 여러 언어, 수학, 물리를 완벽하게 터득했어. 그런데 대학에 가서 뭘 더 배우겠다고?"

벤은 교육기관에서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누구보다 훌륭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사회에 부딪힌 보는 또래들과 평범한 대화조차 안되는 '별종'일 뿐이다.

 또한 벤의 가족이 정말 평범한 아이들인 그들의 사촌들을 만났을 때, 벤의 가족은 평범히 핸드폰 게임과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노는 사촌들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엄마 레슬리의 가족인 하퍼(캐서린 한)는 아이들답지 못하게 생각만 커버린 벤의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며, 벤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벤은 이 때 10살도 안된 다섯째 사자(슈리 크룩스)에게 미국의 권리장전을 읊게 하고, 권리장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게 한다. 명확하게 가치와 이념을 알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말할 수 있는 사자를 보며 사자의 지식과 가치관은 대단하지만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벤의 파라다이스에서만 살지 않는 이상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는 권리장전보다 친구들과의 공통 관심사, 게임, 학교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캡틴 판타스틱 스틸컷: 네이버 영화
캡틴 판타스틱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 후반부에서 벤은 점점 자신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진짜 세상에 아이들과 나와보니, 아이들은 전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가족 버스 '스티브'를 타고 장례식장에 가던 중 경찰이 벤 가족을 검문하게 된다. 경찰은 버스에 타고 있는 여러 아이들을 보고 학교에 갈 시간이 지나지 않았냐고 묻는다. 미국은 아동보호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기에 학교를 보내지 않아도 사실상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다. 또한 벤이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면서 생긴 몸의 상처와 멍은 아이들이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아동학대로 처벌 가능한 범주이다. 사회가 바라보는 벤은 비정상이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고, 진짜 무기를 선물하는 등 어딘가 독특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위험한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이 꿈꾼 파라다이스가 실제로 아이들의 뇌와 몸을 또래에 비해 아주 비약적으로 강하게 성장 시켰지만, 그건 오직 벤의 파라다이스 내에서 유익할 뿐이다. 결국 사회에 나와서 살 아이들은 그런 벤의 교육보다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법 등 진짜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

 벤의 교육방식은 좋은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회와 단절시키고 세상과 동떨어진 숲속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것만이 옳은 방법일까? 미국의 최고 명문대에 합격한 보는 아빠 벤에게 말한다. "난 책 밖의 세상에 대해선 아는게 하나도 없다고!"

 영화의 끝에서 결국 벤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교육해왔던 방식으로 타협한다.  영화 중반부에 노엄 촘스키의 날을 챙기는 벤에게 사춘기 아들, 넷째 렐리안(니콜라스 해밀턴)이 "우리도 평범하게 크리스마스나 챙기면 안돼?"라고 묻자, 벤은 "네 생각의 이유를 말해봐. 타당하다면 우리의 생각이 바뀔거야."라고 타협을 가르친다. 진짜 세상에서 자신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벤은 수염을 깎고 아이들을 떠나는 모습으로 타협한다. 그렇게 벤의 가족은 타협을 하고, 변화를 맞이하며  여전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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