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는 누구인가
돈키호테는 누구인가
  • 영화부|김승현 기자
  • 승인 2019.05.1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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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

[루나글로벌스타 영화부|김승현 기자] 영화는 천재 CF 감독 아담 드라이버(토비 役)와 자신이 17세기 돈키호테라고 믿는 조나단 프라이스(하비에르 役) 두 남자의 여정을 담고 있다. 토비는 보드카 광고를 찍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났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광고 촬영지가 자신이 십년 전에 졸업 작품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던 곳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그곳에 다시 방문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가 영화를 만듦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삶이 변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의 여인 둘시네아 공주 역할을 맡았던 조아나 리베이로 (안젤리카 役)는 진정한 스타가 되기 위해 마드리드로 떠났고, 하비에르는 돈키호테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미친 노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토비는 직장 상사의 아내와의 불륜 의혹으로 인해 경찰에 잡혀가게 되고, 성주 행사를 피하기 위해 돌아가던 중 사고가 발생해 황야에 버려지게 된다. 그곳에서 하비에르를 만나 자신을 산초라고 부르는 돈키호테와 함께 둘시네아 공주를 찾으러 모험을 떠난다. 토비는 스페인 금화를 숨기기 위해 광산으로 들어가다 폭포 속에서 안젤리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안젤리카는 의문의 남성들과 함께 어딘가로 끌려가듯이 사라지고 토비와 하비에르는 그녀를 찾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토비는 이 과정에서 꿈과 현실을 번갈아가며 겪게 된다.

하비에르의 상처를 치료해주던 토비는 숲속에서 자신의 직장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모두 17세기 무도회 복장 차림이었다. 보드카 광고주인 조디 몰라(알렉세이 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동료들은 알렉세이가 하비에르를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며 함께 길을 나섰고 그곳에서 안젤리카를 만나게 된다. 안젤리카는 알렉세이의 부인이었지만 그의 소유물 취급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토비는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말을 타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자신마저도 꾸며진 가상의 상황을 계속해서 현실로 착각하게 된다.

그는 결국 알렉세이와 상사 스텔란 스카스가드 (보스 役)의 계략에 의해 하비에르를 죽음에 처하게 만든다. 하비에르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돈키호테가 아닌 구두공임을, 토비의 영화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임을 자각하게 된다. 토비는 안젤리카와 함께 하비에르가 원래 살던 마을로 돌아가게 되지만 풍차를 보고 거인이라고 외치며 자신이 돈키호테인 것처럼 행동한다. 결국 그는 졸업 작품 속 하비에르가 외치던 대사를 읊으며 돈키호테가 되고 영화는 끝이 난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토비가 과거에 만들었던 졸업 작품 속 영화와 현재의 시간을 번갈아 가며 필름과 디지털 형태를 반복하며 보여준다. 처음에는 토비조차 하비에르를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여정 속에서 토비마저 혼란을 겪는다.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꾸는 꿈, 알렉세이가 돈을 통해 만들어낸 거짓된 무도회에서 그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17세기 돈키호테는 무너진 기사정신의 그리움 때문에 미쳤다고 말한다면 21세기의 돈키호테는 자신과 타인이 만들어낸 허상으로 인해 미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토비가 겪는 혼란이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테리 길리엄 감독의 상상력과 스페인의 아름다운 광경이 잘 어우러져 지루함을 없애준다. 감독은 “주목할 만한 예술적 성공”이라고 말하며 세트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덕분에 스페인의 자연을 그대로 담은 장면들을 계속해서 볼 수 있으며 안젤리카와 토비가 10년만에 재회하는 동굴의 장면은 말 그대로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의 돈키호테와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스페인의 모습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위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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