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을 놓지 못한 모녀 [Jeonju IFF]
한 남자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을 놓지 못한 모녀 [Jeonju IFF]
  • 영화부|이가은 기자
  • 승인 2019.05.27 0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불가능한 사랑' 리뷰

영화 '불가능한 사랑' 포스트
영화 '불가능한 사랑' 포스터: 다음영화

 

[루나글로벌스타 이가은 ] <불가능한 사랑>이라는 영화 제목에 이끌려 상영 시작 20분 전에 원래 보려고 했던 영화를 포기하고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예매를 해서 맨 앞줄 맨 끝자리 가장 불편한 좌석에서 영화를 보았지만, 영화가 주는 여러 감정들과 생각들은 그 불편함을 쉽게 잊게해주었다. 이 영화는 모녀가 한 남자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을 놓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50년대 한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라셀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처음 필리프를 처음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풋풋하면서 정열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필리프의 훤칠한 외모와 지적이면서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라셀이 왜 그에게 사랑에 빠졌는지를 알게 해주지만, 그는 그저 자신의 욕망에만 중시하면서 타인의 바람은 신경쓰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셀은 그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필리프가 가난한 유대교 집안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그녀와 연애는 하지만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라 못 박으며 너가 만약 돈이 많았다면 다시 고려해봤겠지라는 그의 말에 라셀은 상처받은 얼굴을 내색하지 않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임신했을 때도 그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그녀는 애써 덤덤하게, 마치 그녀는 그의 말이 당연하듯이 수긍한다.

그녀의 태도는 딸 샹탈이 태어났을 때도 변하지 않는다. 파리로 떠난 필리프에게 딸을 보러오라고 하거나 그녀에게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해 서류상 아버지 미상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며 그와의 연락을 이어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사랑을 이어가려는 그녀의 노력에 대한 필리프의 보답은 배신이었다. 그는 그녀와 달리 부유한 집안의 남편에게 순종적인 독일 여자와 결혼을 한 것이다. 영화 내내 필리프가 보여주는 행태는 곳곳의 관객들의 탄식 소리가 들릴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다, 결과적으로 필리프가 사랑하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인물임을 알게 된 이후에도 라셀은 그에 대한 사랑을 쉽게 뿌리치지도, 거부하지도 못한다. 그의 행동에 한없이 상처받고 괴로워하면서도 그를 향한 제어할 수 없는 감정과 그가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쉽게 저버리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관객들은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정말 사랑이 무엇이길래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던 그녀가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수동적이게 되었을까.

영화 '불가능한 사랑' 스틸컷: 다음영화
영화 '불가능한 사랑' 스틸컷: 다음영화

 

영화 중반부 이후 내레이션을 통해 처음 등장했던 라셀의 딸 샹탈의 비중이 커지면서 영화는 또 다른 불가능한 사랑을 보여준다. 샹탈은 그녀를 홀로 키워 온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하는 한편 아주 어릴 때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다. 10여 년 만에 만난 아버지는 배움에 목말라 하는 그녀에게 여려 지식과 경험을 주었고, 샹탈은 그녀와 많이 닮은 필리프를 동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들은 매주 주말마다 만나면서 샹탈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커지는 듯 해보였고, 라셀에게는 오히려 냉랭한 태도를 보인다. 샹탈은 라셀에게 2명은 가족이 아니라 하며 자신이 가족을 가지지 못한 이유가 마치 어머니인 라셀에게 있다는 듯이 화풀이를 한다. 하지만 필리프는 역시 샹탈에게 있어도 불가능한 사랑이었다. 그 또한 샹탈에게 애정이 생긴 것 같았으나 그는 끝까지 끔찍이도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자신의 딸을 성적 학대하는, 상상 이상의 쓰레기였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된 라셀은 큰 충격을 받고 샹탈이 더 이상 필리프와 만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에 샹탈은 어머니의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보다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았고 자신은 결국 가족을 가질 수 없게 되었구나하는 상실감의 눈물을 보인다.

시간은 흘러 라셀은 할머니가 되고 샹탈은 자신만의 가족을 이루었다. 성인이 된 샹탈은 그떄까지도 필리프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 또한 자신이 어머니처럼 필리프에 대한 사랑을 끝내 버리지 못한 것일까. 어머니에 대한 답답함과 안쓰러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가던 모녀는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서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게 되는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선사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은 사랑받을 수 없는 상대를 평생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 왜 어떤 사람은 상대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관계의 끈을 놓지 못하고 되려 이해심을 발휘하려는 걸까. 필리프의 말처럼 그들이 서로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사랑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딸 샹탈이 얘기했던 것처럼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해 라셀이 불가능한 사랑에 빠져들게 만들고 그로 인한 고통은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왜 샹탈은 언제나 곁에 있던 어머니인 라셀과의 사랑이 가장 영원하고 어쩌면 유일하게 가능한 사랑임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사랑은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으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뒤흔들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