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재개봉, 이번에는 어른들의 동화로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재개봉, 이번에는 어른들의 동화로
  • 문화부|최이선 기자
  • 승인 2019.05.08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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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공식 포스터

 

2006년, 동화적 판타지라는 홍보와 함께 개봉, 글쓴이를 비롯한 많은 어린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를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이번에는 잔혹한 판타지라는 문구를 기재했는데, 아름다운 영상미와 동화적 플롯을 가진 이 영화의 잔혹성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 판의 미로 스틸컷
영화 판의 미로 스틸컷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

현실 세계의 배경은 1944년의 스페인 내전으로, 파시스트 정권의 가혹한 학살의 현장이다. 오필리아의 의붓 아버지로 등장하는 비달 대위 또한 파시스트 정권의 군인으로, 가부장적이고 남성주의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오필리아의 두 번째 과업에서 모든 관람객을 충격에 빠뜨렸던 눈알 귀신.. 페일맨은 의붓 아버지와 냉혹한 현실에 대한 오필리아의 공포가 형상화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식탁의 그 많은 음식들을 무시하고 요정을 잡아먹는 페일맨의 모습과 토끼 사냥을 하는 부자를 살해하고 그들의 토끼를 먹는 비달 대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좀 더 확대하자면 이들의 모습에서 파시스트 정권의 만행과 그들의 희생자의 구도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작품 마지막에서 의붓아버지가 쏜 총에 맞고 죽어가는 오필리아의 피 흘리는 모습은 현실의 폭력성에 희생된 무고하고 순수한 이들의 모습을 대표한다.

반면 오필리아에게 피난처로 선정된 공간인 환상의 세계는 환상적인 색감과 동그라미,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어머니의 자궁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과 달은 현실세계의 그것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환상 세계를 표현하는 감독의 연출 능력 또한 영화가 주목 받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영화 내에서 현실세계와 환상 세계는 평행 세계처럼 함께 존재하며, 이를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오필리아 뿐이다.

 

영화 판의 미로 스틸컷
영화 판의 미로 스틸컷

 

신화적 면모와 미로의 의미

또한 영화에서는 여러 신화적 레퍼런스를 찾아볼 수 있다. 요정 판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이자 제우스 신에게 젖을 먹여 키운 동물인 염소로 등장하며, 페일맨의 식탁에서 포도를 먹는 오필리아의 모습은 금기를 어긴 페르세포네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남동생과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과업을 수행하고 희생하는 소녀의 모습은 헤라클레스와 닮아 있다.

작중에서 미로는 막힌 길이 없이 계속 이어져, 결국 오필리아는 미로의 중심에 이르게 된다. 영화의 서사는 오필리아가 미로의 중심에 이르는 길을 찾아나가는 탐색 과정, 즉 진정한 자신의 중심으로 이르는 길을 걸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비달 대위가 쏜 총에 맞아 죽지만, 결국 오필리아는 환상 세계의 공주가 되어 환상 세계에서 부활한다.

많은 이들이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판타지의 신비감을 통해 현실의 폭력성을 중화했다고 말하지만, 냉혹한 현실과 동화적 환상의 병치야말로 대조를 통한 현실의 비극이 강조되는 연출이 아닌가 싶다. 오필리아의 과업을 담은 이 영화를 어른들을 위한 잔혹한 동화로서 표현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루나글로벌스타 최이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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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성 2019-05-09 01:12:32
기사 넘 잘쓰셨네요! 영화 저도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