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동물들' 레이 레이, "영화란 '구멍 뚫린 검은 상자'같아" [Jeonju IFF]
'숨 가쁜 동물들' 레이 레이, "영화란 '구멍 뚫린 검은 상자'같아" [Jeonju IFF]
  • 한재훈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9.05.0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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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GV 현장] 영화 '숨 가쁜 동물들'

 

 

[루나글로벌스타 한재훈 문화전문기자] 지난 5일 저녁, 레이 레이 감독의 '숨 가쁜 동물들'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영화가 끝나고 작품의 '레이 레이' 감독이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이 레이 감독은 먼저 "로스엔젤레스에서 전주까지 13시간 걸렸는데, 비행기 속 모니터도 작고 음향 효과도 안 좋은 걸로 영화를 보다가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라는 소재를 어떻게 구체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사실 이 이야기를 어머니나 옛날 이야기로 기획하려 했던 건 아니고, 예전부터 오래된 것을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모인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 어머니 나레이션 목소리에 대해서는 "지난 여름에 중국 고향에 돌아가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재밌어서 3시간 가량 녹음하게 되었다"면서 "오랜 시간 작업을 거쳐서 탄생한 작품"이라 소개했다.

 

영화 속에서 사진이 넘어갈 때나 띄워질 때 기계음이 들리는데 왜 그렇게 한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레이 레이 감독은 "사실은 소리와 음향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인데 스스로 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에 나오는 소리가 세 살때 카세트에서 들었던 소리들인데, 어린애들의 소리, 자동차 소리 등 모두 어린 시절의 소리"라 말했다. 자신이 세 살 때 녹음된 테이프를 가지고 해 보려 했는데, 너무 옛날의 테이프라 소리가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유실된 소리들을 많이 복구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 소리들을 통해서 그 시대의 감성과 비디오 시각적인 것들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고. 

 

레이 레이 감독은 '영화'라는 것을 '검은 상자'라 생각한다고. 그 구멍을 통해 빛을 통과하고 통과된 빛을 보면서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을 재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어머니와 말하는 부분과 사진이 안 맞는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 "편집하면서 생긴 것, 첫 번째 이유는 이를 통해 '우리에게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권력자들에 의해 숨겨진 역사라든가, 혹은 우리가 대응하려고 했던 것들이 진짜 대응할 만한 것이었는지 100%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면서 "진실성이라는 게 이슈가 되게 많이 되고 있는 내용이고, 다큐멘터리 산업을 봐도 이슈가 많이 되고 있는데 권력이라거나 그런 것들을 관객들이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영화란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사람들이 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까, 또 이야기를 그냥 들을 수도 있는데 굳이 영화관에 와서 보는 이유는 스토리에 대한 공간. 영화관에 왔을 때 이해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달력 있게 전달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제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냥 무작위로 옛날 사진을 꺼내서 그와 관련된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를 풀었다. 이 제목을 어떻게 지었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기술적으로 기법을 채택을 한 것은 없다고. 쓰레기통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은데, 의외의 경로로 발견된 것들도 많다고 자료 수집 과정을 말하기도 했다. 사진과 영상이 4면으로 동시에 나오는 장면들이 여럿 있는데, 이에 대해 레이 레이 감독은 의외의 답벼을 했다. 스캐너가 4장을 한 번에 스캔할 수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생각해 그렇게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 보니 나쁘지 않다 싶어서 그대로 놔뒀다"고. 

   

레이 레이 감독은 좋아하는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말했다. 올드 보이. 변호인, 엽기적인 그녀, 춘몽을 꼽았다.

 

레이 레이 감독은 "제가 뉴욕에서도 똑같이 틀었는데, 스토리보다는 형식적인 것을 많이 물어보셨다. 한국은 비하인드 스토리나 이야기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셔서 달랐다. 문화적 차이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프랑스분(앙드라 바쟁)이 쓰신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책인데, 그래서 그 책을 읽으면서 촬영을 하는 그런 것들이 죽음과 굉장히 밀접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되게 어려운데, 어떤 입장에서 전달자가 되어 이야기 했을까. 감독은 "어머니와 저 사이에는 세대차가 큰데, 저의 경우에는 아랫 세대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많다. 접하기 어려운 것들을 영화는 대중성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상영하게 됐을때 어떻게 전할 수 있었는가 사고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완성 후 일화도 전했다. 감독이 완성된 영화를 어머니께 보여드렸는데, 보고 정말 이해하지 못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어머니는 '내 사진이 아니다', '이런 얘기 한 적이 없는데 무엇이냐', 이런 말들을 하셨다고.

 

그러면서 "감독이 지도자로서 자신의 생각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하려 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사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감독의 더 나은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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