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할 또 하나의 사람들, 유색인종의 독일인
우리가 기억해야할 또 하나의 사람들, 유색인종의 독일인
  • 문화부|김윤지 기자
  • 승인 2019.05.1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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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학살에 가려진 'Black Germans'

Where Hands Touch 포스터: 네이버 영화
Where Hands Touch 포스터: 네이버 영화

 

[루나글로벌스타 문화부|김윤지 기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엠마 아산테 감독이 극본, 감독을 맡은 영화 'Where Hands Touch'는 2018년 토론토 국제 영화에서 처음 상영되었다. 국내에서는 미개봉 되었지만 현재 VOD나 넷플릭스 등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이 영화는 평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인지하지 못했던 나치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

 1944년 독일, 15살 소녀 레이나는 독일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치가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에 레이나의 엄마는 피부색이 눈에 띄게 다른 레이나를 나치로부터 보호하려고 한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숨어서 지내야 하는 레이나는 자신이 독일인이며, 불임 시술을 받았다는 서류를 늘 챙겨 다녀야 한다. 그러던 중 나치 청년 단원 루츠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레이나의 서류가 고의적으로 불태워지고 레이나는 검문을 당할 때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가게 된다.

'흑인 독일인으로 나치즘 사회를 살아간다는 건'

 레이나는 독일인이다. 레이나의 엄마도 독일인이며 레이나도 자신이 독일인이라고 굳게 주장한다. 그러나 나치와 나치즘 사회의 시선에서는 피부색이 다른 레이나 역시 유대인과 같은 인종청소대상일 뿐이다. 세계 2차 대전과 나치에 대해 들으면 바로 아우슈비츠(Auschwitz)와 같은 유대인 수용소와 유대인 학살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들이 가장 큰 피해자이고 독일이 영원히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어 핸즈 터치>를 통해 나치에게 핍박 받은 사람이 유대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치는 엄연히 독일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순수한 독일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레이나와 같은 흑인과 백인 사이의 혼혈(물라토라고 불리나 현대에서는 인종차별의 소지가 있는 단어)을 핍박했다. 영화 속 어린 레이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하고 독일인임에도 당시 유대인과 같은 취급을 받는 상황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Where Hands Touch 스틸컷: 다음 영화
Where Hands Touch 스틸컷: 다음 영화

  "저는 독일인이에요."

 10대는 정체성 확립과 더불어 내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나이다. 그런 10대의 레이나는 자신의 뿌리, 정체성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도 했다.

 비록 아프리카계 독일인이지만 자신이 독일인임을 의심하지 않았고, 수용소에서 열등한 취급을 받으며 정체성을 잃어갈 만한 환경에 놓였을 때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관객의 시선에서 봤을 때 레이나는 독일인과 유대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아 보여 더 겉도는 것처럼 보인다. 수용소에서도 유대인이 아니라 무리에 들어갈 수 없었다. 영화 속 수용소의 유대인은 자신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또 다른 차별을 낳는 이중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통해 우리가 평등과 핍박에서 벗어난 삶을 원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불평등하게 대하진 않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레이나의 엄마 커스틴에게도 주목해볼 수 있다. 커스틴은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올곧은 신념을 갖게하려고 노력했다. 주변의 손가락질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고 레이나를 위해서라면 대신 수용소에도 끌려갈 수 있었다. 이러한 커스틴의 교육 방식과 사랑은 레이나의 집 근처 빵집 유대인이 죽은 사건 이후의 가족 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엔-"그 형이 만진 빵을 먹었는데, 근데 유대인이었네"

레이나-"멍청한 소리 마, 코엔. 귄터는 착한 유대인이었어"

커스틴-"레이나, 착한 유대인이라고? 귄터도 평범한 인간이었어"

 나치즘이 뿌리내린 사회 속에서 '유대인'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대했던 커스틴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커스틴의 캐릭터를 통해, 나의 평소 신념과 반(反)하는 극한의 압박이 있더라도 나의 신념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 앞에서도 올바른 가치관을 추구하고 주장할 수 있을지, 마음만은 악(惡) 앞에서 커스틴처럼 행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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