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虛榮心),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Jeonju IFF]
허영심(虛榮心),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Jeonju IFF]
  • 영화부|유지민 기자
  • 승인 2019.05.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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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비스티 보이즈 리뷰'

올해 ‘제 20회 JIFF’에서는 한국 영화 '스페셜 포커스'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부터 시작하여, 나홍진 감독의 ‘황해’,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까지 개봉한지 수년이 지나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한국 영화를 재조명함으로써 한국 영화의 또다른 원척을 살펴본 것이다. 프로젝트에 포함된 다양한 감독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개성으로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감독 한명이 있다. 바로 '윤종빈' 감독인데, 그는 2004년 단편영화 ‘남성의 증명’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데뷔한 15년차 메이저 감독이다.

윤종빈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그는 조폭(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군대 내 폭력(용서받지 못한 자, 2005), 호스트 바(비스티 보이즈, 2008)같이 우리 사회의 특정 집단의 어두운 부분을 주 소재로 삼고 그런 어두운 면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살려낸다는 특징이다. 또한 작품 안에서 주인공들은 절대로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으며 자아의 밑바닥까지 타락하게 된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비스티 보이즈'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번 JIFF에서 상영작으로 선정된 ‘비스티 보이즈’는 윤종빈 특유의 현실적이고 암울한 스토리텔링을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 청담동의 럭셔리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호스트 바 남성들과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있다. 조금은 스타일리쉬하게 표현했을 법도 한데, 비스티 보이즈는 이를 거부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블랙 코미디 분위기를 내고 있다. 호스트 바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주인공 두명, 리더 재현(하정우 분), 인기남 승우(윤계상 분)를 필두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갈수록 파국을 치닫는 데에 관점 포인트를 둘 수 있다.

파국으로 치닫는 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바로 ‘허영’이다. 재현은 여자를 오로지 돈을 얻어낼 존재로만 보며 큰 사채빚에 얹어 있을 때조차 동거녀의 돈으로 명품 구두를 사서 신는, 즉 오로지 겉모습으로 자신의 체면을 살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사는 남자다. 그에게 허영심이란 모든 걸 내일로 미룬 채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는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영화 초반엔 재현의 입발린 달콤한 대사에 조금의 동조를 느낄 수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허영에 갇혀 주변인들의 인생까지 망치는 재현의 태도는 역겨운 인간 군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관객들이 낯설게 느끼도록 만든다.

승우는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는 지원(윤진서 분)과 사귀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너무 사람을 믿지 말라며 사귀는 걸 반대하는 재현의 말을 뒤로한 채 지원과 동거까지 시작한 승우는 점차 지원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참견하게 된다. 그렇게 지원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게 된 승우는 지원에게 폭력, 강간을 행사하며 스토킹까지 일삼는다. 여자에게 마음을 안주고 이용만 하는 재현과 반대에 있는 인물로, 결국 승우 또한 다른 측면에서 파국에 이르게 된다.

겉모습과 화려한 삶의 허영에 찌든 재현과,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여 사랑의 허영에 찌든 승우. 비스티 보이즈는 이 두 주인공을 통해 관객들에게 사회적으로 비밀에 감춰진 밤문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화려한 외면에 자리하고 있는 초라한 내실을 지독하게 현실적인 방법으로 담아내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비스티 보이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러한 점에서 윤종빈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를 통해 뚜렷한 개성과 한국 영화에서 차지하는 아이덴티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얼리티에 집착한 나머지 플롯이 약해졌다는 점과 전혀 고민한 티가 나지 않는 젠더적 측면의 문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매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윤종빈 감독. 비스티 보이즈를 통한 허영에 대한 풍자는 욕망을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파멸될 수 있는가에 대한 훌륭한 고찰이었다고 생각된다.

 

제 20회 전주 국제 영화제 (2019년 5월 2일부터 5월 11일까지 진행) 상영작, 러닝타임 123분, 장르 코미디, 드라마, 범죄

[루나글로벌스타 유지민 ]

영화 '비스티 보이즈'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 '비스티 보이즈' 스틸컷,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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