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이라는 구원,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순수함이라는 구원,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영화부|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5.01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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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김민주 ]

 

*본 기사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_네이버 영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포스터

 


영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스턴트맨 로이와 인도에서 온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오디어스’ 이야기와 현실 속 이야기 두 스토리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알렉산드리아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는 대가로 자살을 위해 약을 가져다줄 것을 요구하는 로이. 소녀의 순수함을 이용해 생을 포기하려는 로이는 과연 ‘오디어스’처럼 새드엔딩을 맞이하게 될까.
 

<살바도르 달리를 떠올리게 하는 영상미>
이 영화의 감독인 ‘타셈 싱’은 화가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연출하는 영화는 마치 한 폭의 명화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24개국을 아우르는 로케이션과 10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 그리고 단 한 번의 CG도 쓰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웅장함과 거대함을 넘어 숭고함까지 느껴지게 한다. 특히 인위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본연의 모습 그대로인 로케이션의 모습과 인공적인 조명이 아닌 자연광을 받아 빛나는 영화의 배경들은 마치 한 폭의 명화 같은 영상미를 담아내고 있다. 타셈 싱 감독의 전작인 ‘더 셀’ 역시 잔인한 장면들을 예술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미드 ‘한니발’과 같은 흡입력과 중독성을 이끌어냈다. 영화 ‘더 폴’ 역시 환상적인 영상미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영화 속 이야기인 ‘오디어스’의 모험담이 전개되면서 등장하는 장면들의 경우 선명한 색감과 마치 이세계(異世界)에 있는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타셈 싱은 영화를 단순히 살아 움직이는 대상을 영상으로 ‘찍어내는’ 것을 넘어 마치 명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예술적인 색감은 영화를 ‘그려 낸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순수함이라는 구원>
이 영화는 보고 난 후에도 앞니 두 개가 빠진 채 통통한 볼살을 드러내며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환하게 웃는 알렉산드리아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알렉산드리아의 환한 웃음은 ‘순수함’이라는 구원이었다. 굳게 닫힌 로이의 마음의 문까지도 열게 한 작은 소녀의 웃음에 그 누가 구원받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이미 그녀가 로이를 구원하고 마침내 생의 의지를 되살릴 것이라는 점을 ‘성체’를 통해 나타낸다. ‘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 이라는 로이의 대사처럼, 알렉산드리아는 그녀가 가진 순수함과 따스함으로 세상으로부터 몸과 마음 모두에 상처를 받은 로이를 치유해준다.

로이는 이야기의 결말이 왜 해피엔딩이 아니냐고 물으며 우는 알렉산드리아에게 ‘Because it's my story’라고 한다. 로이가 말하는 오디어스 이야기는 그 자신의 인생과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화가 나 있고, 상처 받았으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는 더 이상 해피엔딩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알렉산드리아가 말한 'Mine, too' 라는 대사는 더 이상 싸워 이길 힘이 없는 로이에게 그가 짊어진 ‘삶’이라는 부담을 나눠 가지겠다는 의지였고, 그러므로 계속 나아가달라는 순수한 부탁이었다. 생을 포기할 정도로 외롭다고 느꼈던 로이에게 알렉산드리아가 건네는 ‘Mine, too' 라는 한 마디는 구원이었던 것이다.

 

<영화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주역>
영화 ‘더 폴’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조연’이다. 영화가 개봉하고 흥행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은 스크린에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프리미어를 도는 주연 배우들이다. 하지만 그 영화가 많은 명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주인공이 돋보일 수 있는 이유는 ‘주연’에 가려져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는 수많은 조연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조연’들에게 주목하여 그들을 돋보이게 해 주고, 그들에게 서사를 부여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인 로이는 주인공을 대신해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위험한 액션을 연기하는 스턴트맨이다. 이처럼 로이는 그가 찍은 영화 속에서는 그저 한 사람을 대체하는 스턴트맨에 불과했으나, 영화 ‘더 폴’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또한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오디어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영화 ‘더 폴’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조연들이라는 점 역시 흥미롭다.

영화 초반에는 스쳐지나가도 어떤 관심도 끌지 않고 이름조차 없는 조연들이었지만, 로이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으로 재탄생된 그들은 다시 영화 ‘더 폴’의 전개 안에서 마주치게 되면 새삼 반가워지고 그들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된다. 이처럼 영화 ‘더 폴’은 대사 한 줄, 제대로 된 장면 하나 없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존재를 관객에게 각인시켜 줌으로써 화려하고 멋진 스타와 영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또 다른 주인공들에게 찬사와 감사를 보내는 게 아닐까.

 


이처럼 영화 ‘더 폴’은 아름다운 영상미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극대화하면서도, 그가 전달하고자 한 순수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원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모든 조연, 단역, 스턴트맨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잘 전달했다. 타셈 싱 감독이 만들어낼 또 다른 아름답고 묘한 작품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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