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은 영화, 둘이 닿을 수 없는 이유는?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은 영화, 둘이 닿을 수 없는 이유는?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4.2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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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마음을 울리는 로맨스 영화들의 특징은 두 주인공이 이뤄질 수 없는 제약과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원한 관계인 서로의 가문 때문에 고통을 겪은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사랑이 범죄가 되는 미래사회를 그린 <이퀼스>까지 멜로 영화 속 사랑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통제되어 왔고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품었다. 한창 사랑에 빠질 나이인 젊은 10대 남녀가 6피트(ft), 그러니까 약 182cm 정도로 성인 남성 한 명 정도의 거리 이상 가까워질 수 없다면, 그래서 서로를 안을 수도 없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 
  
영화 <파이브 피트>는 같은 병을 가진 사람끼리는 6피트 이하 접근해서도, 접촉해서도 안 되는 CF(낭포성 섬유증)을 가진 두 남녀, 스텔라와 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밝고 쾌활한 성격의 스텔라는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언젠가 건강해질 미래를 꿈꾼다. 폐를 이식 받을 때마다 5년씩 더 살아갈 수 있는 스텔라. 그녀는 자신과 같은 낭포성 섬유증을 지닌, 하지만 한 단계 더 심각한 병으로 임상 실험을 하고 있는 윌을 만나게 된다. 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윌. 윌은 스텔라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에게 흥미를 느낀다.

 

 

윌이 싫지 않은 스텔라. 그녀는 자신을 모델로 그리고 싶은 윌의 소원을 이뤄주는 대신에 열심히 치료를 받을 것을 조건으로 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윌과 스텔라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만질 수도, 입을 맞출 수도 없다. 서로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기 싫었던 두 남녀는 결심한다. 낭포성 섬유증이 그들에게 많은 걸 뺏어간 만큼, 그들도 이 병으로부터 한 가지를 빼앗아가겠다고. 그 한 가지는 바로 1피트의 거리이다. 영화의 제목 <파이브 피트>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거리를 의미한다. 
  
<파이브 피트>는 서로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두 남녀와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영리한 작품이다. 그 비결은 유튜브와 영상통화에 있다. 스텔라와 윌은 서로 추억을 쌓으며 가까워지기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들은 두 주인공이 우연 또는 한쪽의 관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쌓아가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이 과정에서 소소한 스킨십이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헌데 이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스킨십은 물론 병원이라는 공간을 마음대로 빠져나가기도 힘들다.

 

 

윌이 스텔라를 자세히 알게 되는 건 그녀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 때문이다. 윌은 이 영상들을 보며 고통 속에서도 항상 밝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스텔라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자유롭게 병실을 돌아다닐 수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은 영상통화를 통해 이뤄진다. 이런 영상통화는 제한된 공간이 지니는 한계를 벗어나게 해줌과 동시에 두 주인공의 소통을 원활하게 이뤄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이런 제약을 통해 애절하고 간절한 장면들을 연출해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수영장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스텔라는 자신과 윌 사이에 존재하는 당구대를 붙잡고 자신의 몸에 가져다 댄다. 당구대를 통해 자신의 체온과 촉감이 윌에게 닿기를 바라는 이 장면은 서로를 바라보지만 만지고 느낄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묘사해낸다.

 

 

이런 특별한 감성과 동시에 틴에이지 무비가 지닌 익숙함으로 경쾌한 리듬감을 더한다. 밝고 쾌활한 캔디형 여주인공과 큰 키에 잘생긴 반항적인 성향의 미남 남주인공은 로맨스 영화의 공식과도 같다. 여기에 코믹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속이 깊어 두 주인공이 갈등을 겪을 때 감정적인 해소를 도와주는 스텔라의 친구 포는 전형적인 캐릭터이지만 극에 활력을 더해준다. 이런 캐릭터들의 조합은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는 건 물론 죽음의 공포와 슬픔을 이겨내는 건강한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파이브 피트>는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밝은 틴에이지 무비의 기운으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자칫 균형을 잃어버리면 너무 가벼운 느낌을 줄 수도, 혹은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음에도 이 영화만의 표현방식을 통해 적절한 리듬감을 유지해낸다. 단 1피트만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두 청춘남녀의 이 아련한 사랑 이야기는 벚꽃이 만발한 4월, 사랑의 감동을 느끼게 해 줄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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