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딸의 인형을 찾으려 한 어머니, '어둠의 여인'
전쟁 중에도 딸의 인형을 찾으려 한 어머니, '어둠의 여인'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4.23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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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여인' 포스터ⓒ Wigwam Films
'어둠의 여인' 포스터ⓒ Wigwam Films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1970년대, 이란은 국정 운영의 비민주성,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 서구화 과정에서의 성직자 불만 고조 등으로 왕정체제에 대한 비판이 가속화되었다. 이에 시민들은 반국왕 시위를 벌였고 1979년 팔레비 국왕이 이집트로 탈출하고 추방되었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환영을 받으며 귀국하면서 혁명에 성공한다.

1979년 2월, 혁명 정부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면서 그렇게 이란에는 봄이 올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호메이니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은 최고지도자에게 삼권분립을 초월한 지위를 부여한 건 물론 종교지도자들에 의한 초의회적인 헌법감시평의회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이란이 약해진 틈을 타 침공한 이라크와의 전쟁을 지속하게 된다.

 

혁명에 가담했던 여인... 그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어둠의 여인' 스틸컷ⓒ Wigwam Films
'어둠의 여인' 스틸컷ⓒ Wigwam Films

 

영화 <어둠의 여인>에서 시데(나제스 라쉬디)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교실이 아닌 거리로 나가 혁명에 가담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혁명으로 바뀐 이란은 그녀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전쟁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안겨준다. 시데의 남편은 전쟁으로 전장에 나가게 되고 테헤란의 집에는 시데와 딸 도르사(아빈 만샤디)만 남게 된다. 어느 날 이라크 군의 폭격이 그녀의 아파트까지 향하게 되고 이 폭격의 과정에서 그녀는 이상한 형상을 하나 보게 된다. 그 유령과도 같은 현상을 경험한 뒤 도르사는 자신이 아끼는 인형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하나 둘 전쟁을 피하기 위해 테헤란을 떠나지만 시데는 떠날 수 없다. 도르사가 강력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도르사는 인형을 찾기 전까지 집을 떠날 수 없다며 저항한다. 남편은 폭격이 심해진다며 빨리 테헤란을 떠나라고 하지만 시데는 도르사의 인형을 핑계로 남편의 말을 거부한다. 모녀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폭격 때 보았던 형상은 점점 도르사에게 접근한다. 그 형상이 악령이고 악령이 인형을 미끼로 도르샤를 잡아두고 있다는 걸 알지만 시데는 떠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도 도르사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시데가 대학으로 돌아가려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데는 혁명에 가담했던 걸 후회하며 다시 되돌리고 싶다고 총장에게 말한다. 종교지도자들이 권력을 잡은 이란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바탕으로 한 억압적인 통치정책을 펼쳤다. 자유라는 봄을 얻을 것이라 여겼던 이란의 젊은이들은 독재를 물리치고 또 다른 독재를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시데는 의학도였다. 의사가 꿈이었던 그녀는 혁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제명을 당한다. 다시 대학에 돌아가 꿈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대학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는다. 시데는 서랍장에 고이 간직된 의학서적을 바라만 본다. 그녀에게 의학서적은 너무나도 소중한, 그래서 잃어버리기 싫은 꿈과 같다.
 
그녀는 도르사에게 인형이란 자신의 의학서적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찾을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꼭 찾아주고 싶어 한다. 혁명이 성공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소망이 붕괴된 경험을 한 시데는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집에 돌아왔을 때 인형을 되찾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현실을 도르사의 미래로 만들어주고 싶지 않은 모정을 그녀는 품고 있는 것이다.

 

이란의 여성인권을 보여주는 영화

<어둠의 여인> 스틸컷
ⓒ Wigwam Films

 

이런 사고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파트 주차 문제 장면이다. 아파트 주차관리인은 시데의 남편에게 당신 아내가 주차를 잘못한다며 똑바로 하라 말한다. 직접 보았느냐는 남편의 말에 관리인은 주차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신고가 있었는데 이 아파트에서 운전을 하는 여자는 당신 아내뿐이니까 범인이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이란 혁명은 처음부터 이슬람의 국가이념을 지향했던 것이 아니다. 혁명 세력과 종교지도자들의 목표가 같았고 당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호메이니가 국왕에 반기를 들면서 이슬람 교리를 우선으로 하는 이들이 권력을 쥐게 되었다. 이들은 이슬람 교리를 이유로 여성에게 억압적인 정책을 폈다. 이란은 2018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젠더 갭 리포트(Gender Gap Report)'에서 세계 149개국 중 142위를 차지할 만큼 여성 인권이 낮은 나라며 이는 중동 국가 전체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시데는 혁명의 성공 후 자신에게도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와 자유가 올 것이라 여겼으나 오히려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그 기회를 빼앗겨 버린다. 자신의 딸은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를, 그것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는 시데의 마음은 전쟁과 악귀라는 공포 속에서의 사투를 선보인다.

<어둠의 여인>은 여전히 '공포' 속에 살아가는 이란의 여성들을 조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혁명은 새로운 빛과 봄이 아닌 또 다른 억압을 가져왔다. 이 작품에서 도르사의 인형은 서랍장 안에서 나올 수 없는 의학 서적처럼 영원히 되찾을 수 없을지 모르는 꿈과 미래, 그리고 행복을 의미한다. 상징적인 의미와 시대적인 아픔을 담아낸 이 영화는 시각이 아닌 정신과 심리를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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