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을 느끼게 해주는 '12번째 솔저', 인간의 숭고함이란
휴머니즘을 느끼게 해주는 '12번째 솔저', 인간의 숭고함이란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4.17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2차 대전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를 바꿔놓았다. 가장 이성적인 민족이라 여겼던 독일인들은 대량 학살의 참극을 저질렀으며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식민지 사고가 전 유럽을 공포로 밀어 넣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인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1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에게 가해졌던 가혹한 판결은 2차 대전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고 돈과 과학을 우선시한 인간 소외는 유태인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역사를 보여주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았고 휴머니즘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 작품 <12번째 솔저>는 노르웨이의 국가적 보물이라 불리는 실존 인물 얀 볼스루드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63일 동안 노르웨이부터 스웨덴까지 124km의 거리를 오직 조국을 위한 신념 하나로 나아간 실존 인물 얀 볼스루드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2차 대전 당시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4월, 독일 나치는 노르웨이를 점령하고 노르웨이 요새를 구축한다. 북단에 배치된 독일군에 의해 연합군 수송대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스코틀랜드에서 영국군에게 훈련 받은 노르웨이 병사 12명은 이 요새를 폭파시키기 위한 '마틴 레드 작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하고 그들은 독일군에게 포로로 붙잡히게 된다. 단 한 명, 얀을 제외하고.

 

 

나치 친위대 쿠르트 슈타케는 도망친 얀이 살아있을 것이라 여기지만 그의 부하들은 총상을 입고 영하의 날씨에 물속에 잠수한 채로 절대 살아있을 수 없다 단정 짓는다. 영하의 추운 물속에서 기적 같이 목숨을 건진 얀은 조국을 생각하는 노르웨이 주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붙잡힌 동료들은 모두 처형을 당하고 극비문서가 담긴 서류가방까지 빼앗긴 상황. 얀은 살아남은 자신만이라도 작전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중립국인 스웨덴으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전쟁보다는 인간에 중점을 맞췄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작품은 얀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며 그의 심리를 다각적으로 묘사한다. 
  
얀에게는 꼭 살아남아야 된다는 사명감이 있다. 이는 조국을 위한 애국심이자 혼자 살아남은 동료들에게 품은 죄책감,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이런 무게감은 점점 망가지는 그의 육체와 극한의 상황에서도 버티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티는 정신을 통해 표현된다. 노르웨이의 극한 추위 속에서 상처 입은 발은 점점 망가져 가고 나치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면서 피로와 굶주림에 몸은 점점 말라간다. 이런 육체의 고통 속에서 얀의 정신은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노르웨이 설원에서 상처 입은 채 걷던 중 그는 또 다른 자신을 만난다. 자신처럼 상처 입고 굶주린 얀은 한 번 달려보지 않겠냐며 말을 걸며 멈추지 말 것을 종용한다. 숨어 지내던 창고에서 발의 상처가 깊어졌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꿈처럼 상상해낸다. 도주의 길이 막혔을 때, 얀은 자신을 숨겨준 집에서 만난 한 소녀와의 대화를 기억해낸다. 나치가 우리에게서 방향을 보고 나아갈 북극성은 뺏어나지 못했다는 그 말을 기억해낸 얀은 다시 한 번 생존에 대한 욕구를 불태운다. '살아남은 건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이런 얀의 사투에 감동의 메시지를 더한다. 
  
작품은 얀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하면서 기틀을 잡는다. 여기에 흥미로운 두 장면을 통해 작품의 질적인 측면을 높인다. 첫 번째는 쿠르트 슈타케가 얀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포로들을 물속에 넣었다가 자신이 직접 들어가는 장면이다. 독일 나치는 이성과 과학을 바탕으로 침략 전쟁을 감행하였다. 특히 그들은 우성학을 이유로 열성인 인간들은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로 간주, 수많은 장애인들을 학살하였다. 쿠르트 슈타케는 얀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했고 이를 위해 포로들을 물에 넣으며 시간을 측정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시간이 나오지 않자 분을 삼키지 못하고 스스로 물속으로 들어간다. 이 장면은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잘못된 정신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쿠르트 슈타케의 강한 집착을 드러낸다.

 

 

두 번째는 스키를 타고 도망치는 얀을 쿠르트 슈타케가 전투기로 추격하는 장면이다. 전쟁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장면은 생사를 둘러싼 액션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스키를 타고 도주하던 얀은 우연히 쿠르트 슈타케와 부딪치고 그의 정체를 눈치 챈 쿠르트 슈타케는 전투기를 몰고 와 하늘에서 그를 공격한다. 지상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얀과 그를 향해 강한 악의 기운을 내뿜는 쿠르트 슈타케의 대립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얀을 덮치는 거대한 산사태는 이 영화의 큰 볼거리라 할 수 있다. 
  
<12번째 솔저>는 전쟁 영화이지만 화려한 전쟁 장면이나 독일군의 잔혹함을 통해 긴장감을 부각시키는 작품이 아니다. 얀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간의 치열한 생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영화이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자칫 흥미 위주로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주인공의 정신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면서 탄탄하게 구성해 낸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영화들 사이에서 생존이란 가치를 긴박하고 숭고하게 담아낸 기적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미덕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