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와 유쾌함 대신 가족극 택한 이 영화의 아쉬움 '브라더 오브 더 이어'
코미디와 유쾌함 대신 가족극 택한 이 영화의 아쉬움 '브라더 오브 더 이어'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3.0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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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닉쿤 주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꺾고 태국 박스오피스 1위 / 3월 7일 개봉예정

▲<브라더 오브 더 이어> 포스터ⓒ (주)영화사 오원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제22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보인 베트남 영화 <불량소녀>는 왜 이 작품이 베트남에서 흥행 신기록을 세웠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잘 만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동시에 왜 이런 뚜렷한 성과에도 국내에서 개봉되지 못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은 그 사회의 현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정서와 유사하기에 공감할 수 작품이 있는 반면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기도 하다. <불량소녀>에서는 36살의 요가 강사가 클럽에서 여성을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그 여자가 미성년자라는 점,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요가 강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요즘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어 보였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개봉 당시 태국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높은 인기를 구사한 작품이다. 오빠와 여동생 사이의 애증을 다룬 이 영화는 유쾌한 웃음과 가슴 따뜻한 드라마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도 다소 '올드'한 감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남매 첫(써니 수완메타논트)과 제인(우랏야 세뽀반)의 관계를 보여주는 초반부는 마치 활어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인다. 광고기획자인 첫은 큰 키에 스타일리시한 외모로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집에서는 설거지, 빨래, 청소 집안일은 뭐 하나 하려고 하지 않는 귀차니즘이 몸에 배인 짐짝이다.

제인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오빠를 듬직하게 여겼지만, 자라면서 무능하고 쩨쩨하며 게으른 그의 모습에 염증을 느낀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제인은 엉망진창인 집에서 여자하고 노는 데만 열중하는 오빠의 모습에 질려버린다. 첫과 제인, 두 사람의 시점에 따라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부각시킨 도입부는 꽤나 흥미롭다. 여기에 코미디 장르가 지닌 특유의 과장된 상황설정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웃음을 유발해낸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 스틸컷ⓒ (주)영화사 오원


제인이 일본 계열 기업에 취업하고 상사인 모치(닉쿤)와 사랑에 빠지는 지점에서부터 이야기 전개는 다소 아쉽다. 첫의 거래상대로 등장하는 모치가 제인의 상사가 되면서 첫과 제인, 모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첫은 여동생을 사랑하는 오빠답게 여동생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꼴을 보고 있지 못한다. 반면 제인은 매번 자신의 사랑은 방해하면서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첫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 긴장감을 통해 재미를 줄 수 있었던 영화는 첫과 제인 사이가 갈라지면서 가족 통속극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는 영화가 균형을 잃었거나 방향성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니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포스터만 보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실상은 드라마 장르에 코믹함이 더해진 형태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는 남매간의 갈등이 중심이 된다. 그러니까 영화는 유쾌하고 코믹하게 극을 이끌어가다 후반부에 감동을 선사하는 구조가 아니다. 일일드라마처럼 사랑과 가족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며 후반부에 감동을 더한다. 이런 이야기의 구조는 장르적인 재미를 극대화하고 드라마를 더하는 형식이 아니라, 드라마를 중심에 두고 코믹과 멜로를 곁가지로 더하는 낡은 방식을 취한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에 의해 이야기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위해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런 캐릭터의 역할은 단조로움을 유발한다. 특히 모치라는 캐릭터가 그렇다. 모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인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여주는 착한 남자이다. 첫과 제인이 갈등을 겪는 이유는 모치 때문이지만 모치의 캐릭터가 부각되지 않다 보니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부족하다. 중심인물이 셋밖에 없는 작품의 특성상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약하면 관계가 주는 재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 스틸컷ⓒ (주)영화사 오원


인물이 주는 재미가 적으면 늘어나게 되는 게 사건이다. 인물들 사이에서 나올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계속 사건을 만들고 또 만들어서 수동적으로 인물들을 이끌어 가는 전개를 이 작품은 선보인다. 설정은 매력적이지만 인물들은 수동적이고 전체적인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건은 피로감을 유발한다.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요즘 관객들이 즐기는 작품들과 거리가 멀다. 특히 장르에 있어서 코미디 또는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은 중반 이후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의 진중한 분위기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는 드라마적인 완성도 보다 그 완성도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 방식이 낡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태국의 상업영화가 아직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남매 사이의 관계, 세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웃음과 갈등을 더 유발해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고 이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족극에 빠져 재미를 줄 수 있는 지점들을 포기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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