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돌아온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매력, 영화 '라스트 미션'
배우로 돌아온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매력, 영화 '라스트 미션'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3.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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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미션>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2012년,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를 끝으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더 이상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82세의 노년 배우였던 그는 인생의 9회말 2아웃에서 유망주 발굴을 위해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야구 스카우트 역을 맡았다.

이후에도 <아메리칸 스나이퍼>, <저지 보이즈>,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등 좋은 작품들을 연출해 온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임에도 불구 다시 한 번 스크린에서 연기 투혼을 선보인다.

2019년 개봉하는 영화 <라스트 미션>은 87세의 마약 운반원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으며 여전히 불타오르는 영화를 향한 열정을 보여준다.

 

하훼업을 하던 노인이 마약 운반 제안을 받고...
 
2005년, 화훼업을 하는 얼(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지역 축제에 참여, 대상을 수상한다. 자신을 축하하는 친구들과 관계자들을 위해 술을 한 잔씩 돌리는 얼. 그날은 다름 아닌 그의 딸 아이리스의 결혼식이었다.

12년 후, 평생을 꽃만 재배해 온 87살의 얼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농장 문을 닫게 된다. 그는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하지만 그를 받아주는 사람은 손녀 지니(테이사 파미가)뿐이다. 아버지를 혐오하는 아이리스와 서운한 말만 내뱉는 아내 메리. 갈 곳을 잃어버린 얼에게 손을 내밀어 준 건 그와 전혀 상관이 없는 세계, 바로 '마약' 소굴이다.
 
미국 전역을 운전하고 다니면서 단 한 번도 딱지를 뗀 적 없는 얼을 유심히 지켜본 마약유통업자가 그에게 접근한다. 마약 유통인줄도 모르고 물품 운반 일을 하던 얼은 거액을 손에 넣자 일의 정체를 알고도 다시 찾아가게 된다.

극 중 얼이 마약 유통을 계속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고 두 번째는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마약상이기 때문이다. <라스트 미션>은 얼이 마약을 배달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그의 캐릭터를 통해 재미를 준다. 


 

▲  <라스트 미션>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지난 삶을 만회하려 애쓰는 노년 남성 얼

극 중 얼은 유머러스하고 속은 따뜻하지만 지나치게 자유분방하다. 그의 이런 면모는 마약 운반을 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얼은 마약상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지만 일을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약속된 장소와 시간은 지키지만 정해진 루트대로 가지 않고 마약을 실은 채 중간에 정차하기도 한다. 그가 한 부부를 도와주는 장면에서는 사회의 분위기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꼰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 주문을 무시했다가 화훼 사업에 실패한 그는 흑인 남편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니거(nigger)'라고 흑인을 경멸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마약을 운반하는 장면이 대부분을 이뤄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데, 여기에 젊은 여자를 좋아하고 오지랖이 넓은 얼의 모습이 더해져 스토리 라인에 다채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기에 얼이 살아온 세월을 보여주는 두 개의 장면과 대사는 깊이를 더한다.

첫 번째는 얼이 지니의 결혼식에 참석한 장면이다. 얼은 결혼식을 위해 준비한 꽃이 예쁘다는 메리의 말에 꽃을 키우기 위한 노력과 피어날 때의 아름다움을 설파한다. 이에 메리는 가족 역시 마찬가지라며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그의 인생을 꼬집는다.
 
두 번째는 얼이 자신의 현재에 대해 한탄하는 장면이다. 얼은 돈으로도 시간은 살 수 없다고 말하며 허망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그는 마약 운반으로 번 돈을 통해 손녀의 결혼식에 술을 돌리고, 불타버린 참전용사회관 재건 비용을 내며 압류당한 농가를 되찾는다.

하지만 그 어떤 액수로도 아내와 딸과 함께할 수 있었던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돌리진 못한다. 이런 장면들 속 얼은 기존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에게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색다른 색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젊은 시절과 다른 매력 보여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  <라스트 미션>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서부영화와 <더티 해리> 시리즈로 대표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젊은 시절 배역들은 강인한 남성성을 드러냈다. 190cm가 넘는 큰 키에 강렬한 카리스마, 마초적인 매력을 선보였던 그는 노년이 된 이후에도 이런 강렬한 역할을 주로 선보였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고독한 권투 트레이너 프랭키와 인종주의자들에 의해 차별과 폭력의 고통에 시달리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위해 나서는 <그랜 토리노>의 월트가 그러했다.

헌데 <라스트 미션>의 얼은 다르다. 뼈만 남은 팔과 깊게 주름진 얼굴은 인생의 마지막에 선 듯한 나약함을 보여준다.
 
얼이 지닌 삶의 회한이 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 그 자체가 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뒤늦게 가족을 찾아가고 마약 운반이라는 일에 빠져든 그의 모습은 밝고 유쾌한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꽃잎이 다 떨어져 버린 한 송이 꽃처럼 애절하고 처연하게 느껴진다. 노배우의 열연은 그것이 실제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헷갈리게 느껴질 만큼 강한 혼이 담겨 있다.

<라스트 미션>은 이제는 감독으로 더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배우로서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기존의 영화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그의 색다른 매력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연구가 담긴 매력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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