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터 캐릭터까지 아쉬움만 남는다 '자전차왕 엄복동'
소재부터 캐릭터까지 아쉬움만 남는다 '자전차왕 엄복동'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2.2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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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차왕 엄복동> 포스터ⓒ (주)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한국판 로튼토마토를 지향하는 영화 평점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별점 0.92점, 키노라이트(영화 선호도를 나타내는 신호등) 0%를 기록 중인 영화가 있다. 바로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네이버 평론가 점수에서도 4.25점을 기록 중인 건 물론 엄복동 역의 주연배우 정지훈이 자신의 SNS에 "영화가 별로일 수 있습니다. 밤낮으로 고민하고 연기했습니다. (중략) 저의 진심이 느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글을 남기며 영화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지훈과 제작 및 주연을 맡은 이범수가 적극적으로 예능을 돌며 영화를 홍보하고 있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자전차왕 엄복동>에 대한 영화평론가 그리고 기자들의 반응은 이 영화의 아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정도로 일관된 혹평을 들은 작품이, 노골적인 비판에 직면한 영화가 최근 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크게 '두 가지 악재'와 '세 가지 아쉬움'을 보여준다. 첫 번째 악재는 제작과정에서의 마찰이다. 촬영 도중에 '연출권 침해' 문제를 언급하며 감독이 중도 하차했던 바 있다. 결국 김유성 감독이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김유성 감독의 작품인지는 알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주)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작비 100억 원대의 거대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 제작자의 과한 욕심 때문에 계획대로 영화가 흘러가지 못했고 숱한 잡음을 냈다. 두 번째는 실존인물 '엄복동'의 실체이다. 영화 속 엄복동은 순박한 물장수로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경성으로 왔다 자전차(자전거)왕으로 등극, 조선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인물이다.

그런데 실존인물 엄복동이 자전차를 한 대도 아니고 십여 대나 훔친 절도범이라는 얘기가 알려졌다. '자전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자전거는 현대의 자동차만큼 비싼 가격의 물건이었다.
 
여기에 엄복동은 독립운동과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마치 독립운동가인 것처럼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영화 제작진 측은 엄복동의 자전거 절도 사실을 시나리오 과정에서는 몰랐다고 밝혔는데, 100억 원대의 제작비를 들여 영화를 만들면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실행에 옮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까지 언급된 두 가지 악재의 경우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일들이라 할 수 있다. 때로 이와 같은 우여곡절은 오히려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포장될 수 있으며, 앞서 드라마 <명성황후>, <기황후> 역시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은 인물들이었으나 완성도와 재미 덕분에 열풍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아쉬운 이유 세 가지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주)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 작품이 지닌 세 가지 아쉬움은 작품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왔다. 첫 번째는 영화의 제작단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자전차왕 엄복동'이라는 소재이다. 1910~1920년대 당시 자전차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엄복동이지만, 영화로 만들 만큼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라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자전차 경주 장면은 요즘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힘든 지점도 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빠르고 세련된 액션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작품 속 자전차 경주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등장하는 두 번째 아쉬움이 '애국코드'이다. 엄복동은 직접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인물은 아니지만, 당시 일본에 의해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우리 민족에게 자긍심을 고취시켜주었다. 이런 엄복동의 캐릭터를 살리고 애국심을 주된 감정 코드로 이끌기 위해 영화 속에 독립 운동가들을 집어넣는다.

극 중 조선 자전차팀을 이끄는 단장 황재호는 자전차로 독립운동을 꿈꾸고 김형신은 의열활동을 통해 독립을 꿈꾼다. 이들 사이에 엄복동이라는 캐릭터를 넣으면서 엄복동 역시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힘 써온 인물처럼 포장한다. 문제는 이런 포장이 과하다는 점이다.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주)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엄복동과 김형신의 이야기와 캐릭터가 잘 엮이지 못하다 보니, 관객이 이입하기에는 두 인물이 보여주는 감정선이 부족하다. 또 엄복동이 오해와 우연으로 독립운동과 엮이는 건 물론 어떠한 연대나 애국심을 선보이는 게 아닌 것에 반해 작품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고조시키기 위한 장면들을 집어넣으며 균형에 문제를 드러낸다.

세 번째는 이런 균형의 문제에서 나타나는 캐릭터의 활용이다. 한국 상업영화의 경우 장르에 상관없이 캐릭터들의 개성과 찰진 대사를 통해 코미디적인 측면을 살려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다.
 
헌데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들이 따로 노는 경향이 강하다. 부드럽게 캐릭터와 캐릭터를 연결시켜 이들 사이의 역사나 재미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복동이 자연스럽게 독립운동가들 사이에 들어오지 못하고 독립운동가들 역시 복동이 쓰는 서사에 섞이지 못한다.

이런 합이 없는 스토리는 복동이 이끌어가는 중심 서사와 감정의 중심이 되는 애국 코드 사이의 균열을 발생시킨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신파적인 애국코드조차 살려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 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신파는 인물 사이의 갈등과 애절함에서 등장한다. 헌데 영화는 그런 애절함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저 복동과 주변 인물간의 관계를 통해서만 관객들이 감동과 슬픔을 느끼기를 강요하는 듯하다. 그들 사이의 감정을 고취시킬 대사나 장면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상투적이고 깊이가 부족하다 보니 영화는 '감정과잉' 상태에 빠지고 만다. 소재부터 위태로워 보였던 <자전차왕 엄복동>은 우려되었던 점들이 그대로 들어맞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시사회 이후 이어진 악평으로 기대를 부를 만한 동력이 사라진 만큼, 배우들의 적극적인 홍보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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