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임새 있는 복선이 돋보이는 잔혹한 핏빛 스릴러 '로드킬'
짜임새 있는 복선이 돋보이는 잔혹한 핏빛 스릴러 '로드킬'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2.2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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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오광록 주연

▲<로드킬> 포스터ⓒ (주)갤럭시컴퍼니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로드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 푸른 강과 푸른 수풀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검은색 승용차가 멋지게 지나간다. 부동산 업자로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는 오광(이철민 분)은 이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차 안에서 통화를 나눈다. 그 통화의 내용은 집을 팔지 않는 노인을 욕하는 내용이다. 오광이 이 아름답고 한적한 시골 동네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집을 팔지 않는 노인을 '협박'하기 위해서이다.

이 작품은 주행 중 야생동물의 갑작스러운 침입으로 발생하는 차량 사고를 의미하는 '로드킬'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로드킬>은 인간의 욕망이 만든 차도 위에서 목숨을 잃어버리는 동물들처럼 나약하고 순박한 사람들을 향한 사회의 위협을 공포·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영화이다.
 
탐욕스러운 부동산업자 오광, 순박해 보이는 장씨 가족

<로드킬>은 오광이 떨어지는 새를 피하려다 차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악랄한 부동산업자 오광과 미스터리한 장씨(오광록 분) 가족의 만남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설정한다. 가장 장씨는 물론 아내 연희(김윤지 분), 아들 현석(신원호 분)과 딸 소희(배수경 분)까지 지나칠 만큼 친절하게 오광을 대해준다.

오광은 맡은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최소한의 친절만 받고 차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오광의 가족은 길을 잃어버리고 웅덩이에 빠져 오광은 다리를 다치고 만다. 결국 오광의 가족은 장씨 가족과 같이 지내게 된다. 이들의 동거는 '왜 장씨 가족이 오광에게 친절한가?'라는 의문으로 관객을 빠뜨린다. 장씨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광의 마음에는 다른 욕망이 꿈틀거린다.
  

▲<로드킬> 스틸컷ⓒ (주)갤럭시컴퍼니


작품은 대사에서부터 오광과 장씨 가족의 캐릭터를 명확히 구분한다. 오광은 욕을 달고 사는 건 물론 처음 보는 사람도 면전에서 면박을 줄 만큼 행실이 나쁘다. 반면 장씨 가족은 고전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순수한 대사와 구수한 사투리를 통해 순박함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오광은 이 순박한 장씨 가족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오광이 장씨 아내에 대한 욕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녀와 관계를 맺은 것. 그리고 이 모습을 아들 현석에게 들키고 만다. 오광에 대한 분노를 드러낼 줄 알았던 현석은 오히려 그를 비웃는다.
 
순박한 촌사람인 줄 알았던 장씨 가족들이 비밀을 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게 오광이 죄를 범하면서 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이 작품의 스릴감은 꽤나 유효하다. 큰 자극이나 사건은 없지만 긴장감 있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이 힘은 후반부에 폭발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고 공포... 짜임새 있는 복선까지
 

▲<로드킬> 스틸컷ⓒ (주)갤럭시컴퍼니


오광이 장씨 가족과 대립을 이루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액션과 스릴감, 그리고 공포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낫, 식칼, 알루미늄 야구배트, 손도끼, 여기에 제초기가 사용되는 작품 속 액션 장면은 하드코어한 재미에 피 튀기는 공포와 스릴을 선사한다.

초반부의 코믹함과 중반부의 미스터리, 여기에 후반부 스릴러와 공포가 제대로 터지면서 흐름에 따라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구성을 선보인다. 장르적인 만족과 동시에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지닌 짜임새 있는 복선이다.
 
공포 장르가 지닌 환상성을 십분 발휘한 영화의 연출은 이런 환상성을 단순히 환상과 몽상으로 끝내지 않는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환상 속 장면의 복선으로 집어넣으며 극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오광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악행들이 복선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약자들을 향한 사회의 잔혹함을 조명한다. 인간은 깨끗하게 닦인 길을 만들기 위해 동물들의 영역을 침범하였고 그들을 차로 쳐 죽이는 로드킬이란 비극을 범하게 된다. 

영화 속 '로드킬'이 의미하는 것

극 중 오광은 부유한 사람들을 도와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며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 그리고 깨끗하게 닦인 길처럼, 부유하고 행복한 자신의 인생만 바라본다. 그 길 위에서 죽은 생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채.
  

▲<로드킬> 스틸컷ⓒ (주)갤럭시컴퍼니


작품의 도입부에서 오광은 무언가를 차로 친다. 그는 그것이 사람인 줄 알고 긴장한다. 하지만 허수아비라는 걸 확인한 순간 욕을 하며 누가 허수아비를 여기에 두었느냐며 화를 낸다.

그에게 자신의 악행으로 죽은 사람들은 사실상 허수아비이다. 힘없고 축 처진 허수아비는 약자라는 이유로,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접적으로 죽여 온 이들을 의미한다. 영화 속 오광의 악행은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사회적인 약자들을 괴롭혀 온 악인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로드킬>은 각본의 짜임새는 좋지만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공포·스릴러 영화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공포 장르임에도 눈에 띄는 공포를 선보이지 못한다는 점,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해내기 위해 인물과 이야기를 억지로 이끌어 간다는 점, 무엇보다 2번의 베드씬을 선보이며 인물 간의 갈등을 비슷한 방식으로 고조시킨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간접적으로 죽이는 악인들의 행위를 '로드킬'로 표현한 건 물론 장르적인 색을 입히고자 한 이 영화만의 시도는 분명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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