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이 보여준 세 가지 아쉬움
'뺑반'이 보여준 세 가지 아쉬움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2.0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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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반> 포스터ⓒ (주)쇼박스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뺑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뺑반>은 2019년 초 한국영화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 예상되었던 작품이다. 전작 <차이나타운>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초청과 수상을 기록한 한준희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다는 점이 이유 중 하나였다. 또한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 등 최근까지 영화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뺑반>은 2월 6일 기준 140만 관객을 동원하였으나 기대되었던 설 연휴 특수를 누리지 못하였다. 1월 말 기대작이라는 예상과 달리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뺑반>은 관객의 기대와 영화의 전개가 상반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크게 세 가지 지점에서 아쉬움을 주었다.
 
첫 번째는 장르적 쾌감과 거리가 먼 전개법이다. 경찰 내사과 경위 시연(공효진 분)이 F1 출신 사업가 재철(조정석 분)을 잡기 위해 '뺑소니 전담반' 뺑반으로 향한다는 영화의 기본 골격은 코믹함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보일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영화의 속도 자체는 빠르다. 하지만 그 빠른 속도가 작품의 흥미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연과 윤지현(염정아 분)이 수사에 실패하고 시연이 뺑반으로 좌천되는 과정, 그 이후 뺑반에서 펼쳐지는 첫 번째 에피소드까지는 예상됐던 재미를 선사한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작품의 제목이 '뺑반'임에도 불구하고 뺑반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그 한 번이 전부이다.
  
극 중 따로 노는 두 주인공, 그리고 비중의 붕괴
 

▲<뺑반> 스틸컷ⓒ (주)쇼박스


시연과 '뺑반 에이스' 순경 민재(류준열 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굳이 제목이 '뺑반'일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구심점이 관객의 생각과 다소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민재가 뺑소니를 잡는 데 천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그의 활약과 시연의 집념이 좋은 콜라보를 형성할 것이라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른 방향으로 각자 수사를 진행하면서 캐릭터의 합이 실종된다. 시연은 검사 태호(손석구 분)의 도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민재는 혼자 수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앞서 에피소드를 통해 인물 간의 서사와 감정을 쌓는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후반부에 이르러 관객은 시연과 민재 사이의 관계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여기에 카레이싱과 체이싱 장면의 표현은 나름 실감나지만 이를 살리기 위한 스토리의 구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스토리가 주는 스릴과 쾌감이 있어야 추격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기 마련인데 그런 시도가 부족하다. 이는 아래에 언급할 두 가지 측면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뺑반> 스틸컷ⓒ (주)쇼박스


아쉬운 이유 두 번째는 극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주인공 바꾸기이다. 시연이 재철을 잡는 수사극이라 예상되었던 이야기는 갑자기 극 중반부터 민재와 재철, 두 남자의 처절한 결투로 변한다. 그러면서 극의 핵심 인물은 시연이 아닌 민재로 바뀌게 된다. 이런 구성은 흔히 에피소드로 이어진 만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끝을 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이 주인공이 바뀌는 과정에 감정을 이입할 만큼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뺑반>이 주인공을 바꾼 이유는 그만큼 민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민재는 매력을 끌 수 있는 요소는 다 투입시킨 캐릭터이다. 순박하고 꺼벙한 외양과 달리 사건 해결에 있어 천부적인 두뇌가 있다. 긍정적으로 보이는 평소 성격과 달리 어두운 과거가 있으며 그 과거 때문에 나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속은 착하고 순하다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다. 또 뛰어난 싸움 실력과 레이싱 실력을 겸비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이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작품은 시연이라는 캐릭터를 포기하고 만다. 이 순간 전체적인 흐름에는 균열이 생긴다. 관객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흥미를 잃게 된다. 여기에 민재와 재철과의 대결이 쾌감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극 중 재철은 매력적인 악역과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게 사악하고 이기적이며, 카리스마를 드러내기보다는 말을 더듬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광적인 인물이다. 여기에 부모가 자살한 어두운 과거가 나오면서 그를 더 악한 인물로 포장한다. 악역이 매력적이라면 악역을 중점으로 주인공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재철은 그런 기둥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민재와 재철이 맞붙는 과정에서 특별한 매력이 형성되기 힘들다.
  
감동 택하느라 특유의 장르적 쾌감 잃어
 

▲<뺑반> 스틸컷ⓒ (주)쇼박스


세 번째는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휴머니즘이다. 범죄 장르의 쾌감과 액션 장르의 속도감을 포기한 이 영화가 택한 요소는 휴머니즘이다. 민재의 어두운 과거와 개과천선, 여기에 뺑소니 사고가 지닌 어두운 면을 중점적으로 인간의 가치와 존중을 조명하며 따스한 감정을 말한다.

문제는 이런 요소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영화가 포인트로 잡는 속도감과 드라마적인 휴머니즘의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민재를 주인공으로 바꾸면서 극의 속도와 쾌감이 떨어지며, 결국 주고자 하는 감정은 전달하나 효과성에서는 의문을 느끼게 만든다.
 
뺑소니와 난폭 운전이 사회적인 이슈인 만큼 극 중 소재로 주요하게 다루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따뜻한 마음을 강조한 점은 좋다. 다만 이런 감정을 매끄럽게 녹여낼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다. 장르적 쾌감을 살리면서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핵심감정을 줄 수 있어야 했는데, 핵심감정으로 작품 전체를 감싸려다 보니 쾌감이 감소하는 아쉬움을 가져왔다. 민재를 중심으로 한 지나친 휴머니즘적 요소의 연발은 마치 감동을 느끼라는 강요로 느껴질 정도다.
 
<뺑반>은 카레이싱과 체이싱 장면은 물론 민재와 재철의 혈투를 통해 액션적인 표현에서는 나름의 성과를 보여준다. 다만 액션의 파괴력과 속도감을 살리기 위한 스토리적인 구성에 있어서는 부족한 영화이다. 사회적인 이슈와 장르적인 쾌감,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이 전형적이라도 좋으니 알맞은 조화를 이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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