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본질을 향한 강한 열망을 나타내다 '사형장으로의 초대'
예술의 본질을 향한 강한 열망을 나타내다 '사형장으로의 초대'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1.31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품

'사형장으로의 초대' 표지 / 을유문화사 제공
'사형장으로의 초대' 표지 / 을유문화사 제공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롤리타>로 유명한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1967년의 인터뷰에서 "내가 쓴 작품 중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형장으로의 초대>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투명하지 않다'는 죄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 받은 친친나트라는 시인이 홀로 갇혀 있는 기괴한 감옥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간수 로디온과 소장 이바노비치는 광대 같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반복하며 아내 마르핀카는 그가 아닌 다른 남자들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을 데리고 면회를 온다. 소장의 어린 딸 엠모치카는 '롤리타'처럼 성적 매력을 풍기며 친친나트의 감방 안을 배회한다. 그리고 므슈 피에르라는 죄수로 정체를 속인 사형 집행인이 감방 동료로 오게 된다.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라는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다. 초현실주의와 환상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왜 작가가 이 작품을 자신의 최고의 작품으로 뽑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삶은 떠돌이였다. 소비에트 혁명으로 러시아를 떠나야 했고 2차 대전 당시 아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유럽을 떠나야 했다. 그는 미국에 정착했지만 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완벽한 정착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는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런 고민은 예술적인 가치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작가는 본인의 삶에서 찾아내지 못한 본질적인 가치를 예술에서 찾고자 하였다.

작품 속 친친나트는 예술에 대해 고민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언어를 통해 예술을 표현한다. 시인에게 언어는 사회가 정한 규칙과 관습을 따르지 않는, 기존의 통념을 부수고 새로운 표현과 의미를 확립하는 존재이다. 친친나트는 투명하게 언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회가 정한 규칙과 관습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감옥에 갇힌다.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감옥이란 공간은 시간과 대비되어 기묘한 느낌을 준다. 친친나트는 자신이 언제 사형되는지 시간에 대해 물어보지만 어느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다. 그에게 시간은 끝은 정해져 있지만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자유로운 존재처럼 느껴진다.

반면 공간이 되는 감옥은 그에게 물리적인 제약을 둔다. 그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고 마음대로 가족을 만날 수도 없다. 동시에 엠모치카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도 피하거나 막을 수 없다. 친친나트는 감옥 안에서의 시간만을 고려했을 땐 멋진 시를 여러 편이고 완성시킬 수 있는 시간을 부여받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간적인 제약은 그가 작품을 쓸 수 없게 방해한다.

작품의 제목인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완전한 '예술'을 뜻한다 할 수 있다. 감방 동료인 므슈 피에르는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감방에 잠입한다. 그는 죄수임에도 간수에게 소리를 지르고 소장이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대상이 된다.

므슈 피에르는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존재인 죄수이자 동시에 사형집행인이라는 생명을 좌우하는 신의 위치에 오르기도 한다. 이런 이중성은 이 작품이 보여주는 과거-현재, 사실-환상, 진실-허구 등 대비되는 모든 지점들과 관련되어 있다. 작품은 대비되는 지점들을 구분하지 않는다. 독자에게도 이를 구분할 단서를 주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자체가 허구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자신이 머무는 현실에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였다. 이런 삶은 그로 하여금 삶이란 현실을 허구로 바라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현실이라 할 수 있는 감옥에 이중적인 요소들을 집어넣는다.

이 허구적인 공간 속에서 친친나트는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한다. 그에게 현실은 투명해지기를 강요하는 강압적인 공간이다. 이에 작가는 친친나트가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택하는 공간을 사형장으로 설정한다.

진정한 예술은 해방에서 이루어진다. 그 해방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의 해방, 즉, 국가와 사회라는 현실에서의 완벽한 탈출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이 작품은 말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어떠한 규칙과 규율,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을 완성시켰다. <사형장으로의 초대>는 진정한 예술을 향한 깊은 고민이 만들어낸 가장 환상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