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벤투호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1.2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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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에서 연달아 부진한 경기력 선보인 벤투호...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바레인전 연장에서 결승골을 넣은 김진수 / 대한축구협회 제공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대표팀은 고민에 빠졌다. 20191월에 예정된 아시안컵 감독 문제였다. 당시 일각에서는 대표팀 감독으로는 외국인 감독 선임이 필요한 게 맞지만 아시안컵은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이뤄지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아시안컵은 우승할 시에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은 물론 각 대륙 국가대표 대회 우승팀들이 모여 펼치는 대회로 세계적인 강팀들과 경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할 시에 선수 파악은 물론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특히 국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신태용 감독이라는 점에서 아시안컵까지는 믿어볼만 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탈락과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외국인 감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고 협회는 바로 외국인 감독 영입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끈 경력이 있는 벤투 감독을 사령탑으로 부임시켰다.

 

# 좋았던 평가전 내용, 부진한 아시안컵 경기력

 

협회는 벤투 사단을 전원 대표팀에 합류시키며 성난 축구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제대로 된 대표팀 꾸리기에 열중하였다. 슈틸리케 시절 제대로 된 코치진조차 꾸리지 못하고 부진한 경기력으로 욕을 먹었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그리고 벤투호는 몇 차례의 평가전에서 칠레, 우루과이 등 강팀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패스 플레이에 중점을 둔 활발한 공격진의 움직임은 호평을 들었다.

 

아시안컵에서도 벤투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조별예선 상대 역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으로 무난한 조편성이었다.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이 조별예선 두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점이 걸림돌이었지만 약체팀을 상대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경기력은 답답했다.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선보이지 못한 건 물론 제대로 된 공격기회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친선경기 때 선보였던 활발하고 정확한 공격전개는 보이지 않았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전을 10으로 이긴 대표팀은 중국전에서 손흥민을 무리하게 투입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부진한 경기력을 생각했을 때 손흥민의 투입이 맞긴 하지만 48시간 전까지 영국에서 경기를 뛴 선수를 무리하게 투입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팀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에이스 우레이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만큼 전력적으로 약화된 상황이었다. 결국 경기는 손흥민의 맹활약으로 부진했던 공격이 살아나며 조 1위로 진출을 확정 지었지만 개운하지 못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 / 대한축구협회 제공

 

# 바레인전, 이기진 했지만... 아쉬웠던 연장전

 

대표팀은 16강 상대 바레인을 상대로 많은 패스미스를 보이며 예상 외로 상대에게 결정적인 공격기회들을 허용했다. 벤투호의 장점이었던 세밀하고 정확한 공격전개가 사라지면서 수비적으로 부담을 안게 되었다. 바레인의 수비는 견고했으며 대표팀의 크로스를 통한 측면 공략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연장전에 가지 않고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했으나 한 수 아래 바레인을 상대로 동점골을 허용하였고 결국 연장전에 접어들어 21 승리를 거두었다.

 

미드필더에 핵심인 기성용이 부상으로 대회 중 팀으로 돌아가고 이재성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볼 배급과 키핑, 패스 문제가 생기며 원활한 공격 전개가 힘들어졌다. 특히 상대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력을 지녔을 때는 경기를 중원에서 지배하는 안정감이 중요하다.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성용의 부상은 크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한 수 아래의 전략적으로 내려앉는 팀을 상대로 뾰족한 묘수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벤투 감독의 답답함 역시 문제라 할 수 있다.

 

아시아권 팀을 상대할 때 대표팀의 고민은 항상 공격이었다. 공격에서 뚜렷한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하면서 상대를 공략하는데 실패하였고 역습 한 방에 골을 먹어 비기거나 지곤 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번 바레인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려앉아 역습을 노리는 팀을 상대로 무기력하였고 상대의 한 두 번의 역습 찬스는 갉고 닦은 만큼 날카로웠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기대했던 공격진의 정확하고 세밀한 움직임은 이번 대회 내내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좌측부터) 황인범과 황희찬 / 대한축구협회 제공

 

# 시간이 부족했던 벤투 감독, 아시안컵 이후를 기대해야 된다

 

벤투 감독은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게 되었다. 벤투 감독의 선수 구성을 보자면 김학범 감독 하에서 활약한 아시안 게임 선수들과 기존 대표팀에서 중추를 맡았던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있다. 특히 지동원과 구자철의 경우 이제는 대표팀과 멀어졌다 생각되는 선수들임에도 본인의 스타일을 이유로 발탁하였다. 지동원의 경우 벤투호 하에서의 친선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지만 구자철은 그러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발탁했다는 건 현 벤투 감독이 아직 많은 선수들을 보고 테스트하지 못하면서 기존 선수진에 의존해 이번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벤투호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벤투 감독의 황태자라 할 수 있는 공격의 핵심, 남태희가 부상으로 낙마했다는 점이다. 벤투호가 신태용호와 비교했을 때 지니는 가장 큰 차이점은 남태희의 기용이었다. 카타르에서 메시 급 활약으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 남태희는 부임하는 대표팀 감독마다 기대를 안고 기용했으나 매번 기대 이하의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볼 키핑을 중점에 두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벤투호 아래에서 남태희는 본인이 지닌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보였으며 동시에 벤투 감독은 그를 공격의 핵심으로 기용하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선임은 대표팀의 공격진과 연관되어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은 뛰어난 공격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게 되는 시기를 맞이하였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승우와 권창훈, 황희찬, 이강인 같은 공격 재능이 좋은 선수들이 중추가 된다. 이럴 경우 기존에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대표팀의 경기 운영 스타일은 이들의 재능을 낭비하는 전술적인 선택이 된다.

 

현 벤투호의 부진은 시간에 있다. 손흥민은 2018년 한 해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을 소화하며 과도한 스케줄을 짊어져야 했다.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니다. 또 벤투 감독이 젊은 공격 재능들을 주전으로 활용하기에 이들은 너무 어리다. 그의 부임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활용이나 전술적인 측면에서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전술에 껴 맞출 수밖에 없을 만큼 실험이나 연구의 시간이 적었다.

 

벤투호에게는 아시안컵 이후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권창훈과 스페인 라 리가에 데뷔한 이강인을 테스트 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최적의 공격진을 맞추기 위한 끝없는 실험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기성용을 비롯한 이청용, 구자철, 이용 이후의 세대 교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된다. 백승호, 김문환, 이승우 등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 벤투호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이 과정이 실패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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