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니까”...올 겨울을 따스히 적셔줄 감성 미스터리 소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니까”...올 겨울을 따스히 적셔줄 감성 미스터리 소설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1.18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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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제공
아르테 제공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2002년 개봉해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던 <어바웃 어 보이>는 플레이보이 미혼남 프리먼과 왕따 소년 마커스 사이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결혼은 하기 싫고 여자랑은 어울리고 싶어 하는 프리먼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연애대상으로 생각하고 이와 관련된 모임을 향한다. 그곳에서 엄마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왕따 소년 마커스에게 잘 대해주던 프리먼은 마커스와 갈등을 겪는다. 마커스는 자신을 무시하는 프리먼에게 말한다. ‘난 아저씨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을 하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어바웃 어 보이>에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프리먼은 인간을 섬처럼 생각하고 서로 떨어진 존재라 여긴 반면 마커스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하였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한 고등학생 남학생이 사신(使神)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특별한 만남들을 담아낸 감성 미스터리 작품이다.

한때는 주변의 선망을 받던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한 순간의 불행으로 모든 행복을 날리게 된다. 정치가 출신의 사업가였던 아버지는 전과자가 되어버리고 젊고 아름다웠던 어머니는 집을 떠나버린다. 축구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사쿠라는 다리를 심하게 다치면서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 집안은 경제난으로 허덕이고 학교에서는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는다. 그렇게 행복을 잃어가던 신지에게 동급생 하나모리 유키가 찾아온다.

시급 300엔에 잔업 수당이 없는 사신(使神)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 하나모리. 사신 아르바이트는 이승에 남은 미련 때문에 '추가 시간'을 부여받은 사자(死者)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하나모리는 말한다. 이 6개월 단기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어떤 소원이든 한 가지를 이루어 준다는 제안에 사쿠라는 의심한다. 하지만 성치 않은 다리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없기에 조건을 수락하는 사쿠라. 하지만 사신 아르바이트는 그에게 아픔을, 그리고 행복을 동시에 안겨 준다.

작품 속 사자들은 이승에 남은 미련 때문에 세상을 떠나지 못한다. 사자들은 이 미련과 관련된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고 사신은 사자의 미련을 풀어주어 그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일을 한다. 그리고 사라진 추가 시간은 사신을 제외한 인간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기억으로 소멸된다. 문제는 사신과 사자 사이에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론상 사자는 사신을 통해 미련을 해결하고 저세상을 향한다. 하지만 그 미련이라는 건 해결할 수 없는 아픔이다.

거짓이란 예상 외로 가족 간의 관계에서 많이 생겨난다. 부모는 훌륭한 부모처럼 보이기 위해 자식과 주변인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계속 받고 싶기에 거짓말을 한다. 작품 속 사자들은 모두 가족 간의 문제로 미련이 남았고 떠나질 못한다. 그들은 사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작품 속 사자인 히로오카라는 여성을 예로 들자면 그녀는 아기를 출산하던 중 죽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저세상에 떠난 후 추가 시간이 사라진 뒤 아기가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며 이 미련을 해결해 달라 말한다.

그녀가 일부러 해결하기 힘든 고민을 말한 이유는 자신의 마음 속 품은 거짓이 들통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남편의 간청에 반 강제로 결혼한 그녀는 아기를 낳은 후 아기를 친정으로 보내라는 시부모에게 싫다며 언성을 높인다. 그녀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아기를 사랑하지 않음을, 그저 남편이 싫어 아기를 인질처럼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감정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준다. 부모라면 자식을 사랑해야 되지만 자신의 내면에는 그 감정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 거짓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히로오카는 그저 어떻게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추가 시간을 늘려만 나간다.

이 작품은 일본 내의 가정 붕괴 현상을 주목하면서 비록 삶은 불행의 연속이지만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이 있기에 아름답다는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정은 사랑과 에너지를 품은 곳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부모는 아이를 통해 에너지라는 활력을 얻는다. 헌데 이런 가정의 붕괴는 아이에게는 사랑의 결핍을, 어른에게는 삶의 의욕과 행복의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결핍과 붕괴를 겪는 가정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다.

사회를 이루는 단위인 가정이 붕괴를 이루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가정은 거짓된 사랑과 안정을 유지하기를 강요당한다. 좋은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을 강요받는 히로오카의 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은 비록 사랑 받기 힘들고 불행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인연'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쿠라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자들을 만나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면서 스스로도 위안을 얻게 된다.

사쿠라는 알게 된다. 행복이란 건 참 쉽게 망가진다는 것을. 그 자신이 겪은 아픔처럼 스치는 바람처럼 공허하게 사라진다는 걸. 하지만 소중한 행복이 있기에, 그 행복을 붙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삶은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걸 알게 된다.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고, 불행이라 여겼던 순간이 희망과 행복이 되는 이 작품의 구조는 사랑과 희망이 멀리 있다 여기는 이들에게 따스한 힐링을 전달한다.

소재와 문체에 있어 라이트 노벨처럼 여겨지지만 무거운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건 물론 죽음과 인연이라는 소재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긴다는 점에서 무게감을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상 미스터리라는 잔잔한 장르에 삶의 희로애락을 녹여내며 감성을 더한 이 작품은 먹먹한 슬픔과 눈물 나는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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