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을 말하다...'타임 투 킬'과 '케이프 피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을 말하다...'타임 투 킬'과 '케이프 피어'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1.04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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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피어> 포스터ⓒ Melville Productions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2016년, 원주 중학생 보복 칼부림 사태로 '자력구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자력구제는 '법률상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자기의 힘으로 권리 내용을 실현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 오늘날 법치국가에서는 당연하게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 학생이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가해 학생들에게 칼부림을 한 이 사건은 교육청의 제도와 학교의 행정이 실질적으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구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더욱 깊어진 사건이었다. 

 
국가기관의 구제 절차를 기다리다간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거나 절박한 상황에서는 자기의 생명과 재산 등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그 범위는 매우 좁고 이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특히 한쪽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가했어도 맞는 사람이 완벽하게 방어자세만 취한 게 아니라면 쌍방폭행으로 처리되는 경우를 종종 뉴스에서 목격한다. 사람들은 이를 보며 "때리면 가만히 맞고 있으란 얘기냐"고 분노하기도 한다.

영화 <케이프 피어>와 <타임 투 킬>은 이런 자력구제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J. 리 톰슨 감독의 1962년 작 <케이프 피어>는 법정에서 증언을 섰다가 출소한 전과자에게 위협을 받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변호사 샘 보든(그레고리 펙 분)은 6년 전 맥스 케이디(로버트 미첨 분)라는 남자가 한 여성을 강간 및 폭행하는 걸 목격하고 그를 제지한다. 샘의 증언으로 맥스는 6년 형을 선고받는다. 출소 후 샘을 찾아온 케이디는 그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통보한다. 샘은 케이디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친구인 경찰 서장 마크 더튼의 도움을 받는다. 마크는 케이디를 뒷조사하고 공권력으로 그를 압박한다. 하지만 케이디가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이런 압박은 효과를 잃어버린다.
  

▲<타임 투 킬> 스틸컷ⓒ 워너 브라더스 

 

케이디가 샘을 협박했다는 녹음 기록도, 그가 샘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했다는 증거도 없기에 케이디는 공권력의 압력으로부터 해방된다. 이후 샘의 집 강아지가 죽고 딸 낸시가 케이디에게 쫓기는 등 악몽이 이어진다. 이어 샘은 사립탐정을 고용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사립탐정은 케이디가 폭행을 가한 여성을 찾아가 그를 고소하라 설득하지만 겁에 질린 여성은 이를 거절한다. 케이디가 '악인'이란 걸, 샘에게 위해를 가할 마음이 있다는 걸 경찰은 알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고 '증거와 증인'이 없기에 케이디의 위협은 계속된다.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타임 투 킬>은 1964년 흑인 인권운동을 벌이던 청년 3명이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 단원 10명에게 구타당한 뒤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던 미시시피 주를 배경으로 한다. 인종차별의 역사가 깊은 미시시피주의 작은 소도시에서 식료품을 사들고 가던 흑인 소녀는 술과 마약에 찌든 백인 청년 두 명에게 무참히 강간을 당한다. 심하게 다친 소녀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절규한다. 그는 인종우월주의가 심한 미시시피 법정이 두 백인 청년에게 중형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직접 이 두 사람을 처단하기로 마음먹는다.
 
소녀의 아버지 칼(사무엘 잭슨 분)은 법정 문 앞에서 두 청년에게 기관총을 난사해 그들을 살해한다. 흑인이 백인을, 법정 앞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살해한 이 사건에 칼의 무죄 가능성은 0%로 점쳐진다. 칼와 안면이 있던 신참 변호사 제이크(매튜 맥커너히 분)는 칼의 부탁에 그의 변호를 맡기로 한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정치적 야심이 있는 악랄한 검사 버클리(케빈 스페이시 분)이다. 버클리는 배심원 전원을 백인으로 바꾸는 등 칼의 유죄를 이끌기 위한 작업을 철저히 벌인다. 여기에 KKK단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가세하고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법정에서의 싸움은 점점 힘들어진다.
  

▲<케이프 피어> 스틸컷ⓒ Melville Productions


<케이프 피어>와 <타임 투 킬>은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력구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변호사 샘은 사립탐정의 권유로 깡패들을 고용, 케이디를 내쫓고자 한다. 하지만 케이디는 초인적인 힘으로 깡패들을 모두 무찌르고 샘을 고발한다.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해자가 되어버린 샘은 경찰과 법에 대한 의존을 버린 채 스스로의 힘으로 케이디와 맞서 싸우기로 결정한다.
 
공권력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개입을 최소화 한다. 또 피해자가 증명해내지 못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판단을 가하지 않는다. 샘은 교활한 케이디가 가하는 위협을 입증해내지 못했고 모든 걸 잃었다. 샘은 사회가 정한 법과 규칙에서 벗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과 무기를 통해 싸우기로 마음먹는다.
  

▲<타임 투 킬>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타임 투 킬>의 변호사 제이크는 최후 변론에서 왜 칼이 자력구제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강조한다. "만약 당신의 딸이, 당신의 부인이, 당신의 어머니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실지 생각해 주십시오. 그녀를 백인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라는 그의 변론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저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딸이 처한 불합리한 상황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아버지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울분을 배심원들에게 전한다.
 
<케이프 피어>와 <타임 투 킬>은 공권력의 한계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들의 분투를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공권력의 범위를 벗어난 폭력과 위협에 대한 자력구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두 아버지는 형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다가오는 위험과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에 맞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력 구제가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두 영화는 우리 사회 법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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