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호소다 마모루를 만나다 '미래의 미라이'
성숙해진 호소다 마모루를 만나다 '미래의 미라이'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9.01.01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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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 1월 16일 개봉예정

▲<미래의 미라이> 포스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그의 작품들은 주류의 공동체에서 벗어난 인물들이 새로운 공동체에 정착하면서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아이이며 아이는 세상과의 접촉을 통해 성장을 경험한다. <미래의 미라이>는 기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과 같은 결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색다름과 감독의 깊은 성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늑대아이>는 인간 여자와 늑대인간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늑대인간 아이들의 이야기를, <괴물의 아이>는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소년이 괴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반면 <미래의 미라이>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 차이를 지닌다. 4살 어린이 쿤은 동생 미라이가 태어난 후 갈등을 겪게 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라이를 사랑하고 좋아해 주라고 말하지만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여동생만 독차지하자 질투와 미움을 품게 된다.
 
급기야 쿤은 장난감으로 미라이를 때리기에 이르고 직장에 나가야 되는 어머니와 어머니를 대신해 두 아이를 돌보아야 되는 아버지 둘 모두에게 아픔과 염려를 준다. 작품은 이런 쿤의 가족을 위해 '미래의 미라이'를 쿤과 만나게 한다. 교복을 입은 미래에서 온 미라이를 통해 쿤은 타임리프를 경험하게 된다. 어린 시절 말썽쟁이었던 어머니를 만나는가 하면 전쟁에서 다리를 다친 남성적인 할아버지를 만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을 초월한 만남은 쿤을 성장하게 만든다. 쿤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통해 현재의 어머니에 대한 이해를, 할아버지를 통해 아프고 힘들어도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미래의 미라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렇다면 왜 감독은 미래에서 온 미라이를 통해 쿤에게 타임리프라는 경험을 선사한 걸까. 쿤의 가족은 성숙한 가정이 아니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말괄량이였던 만큼 자신이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며 쉽게 달아오르는 성격이다. 아버지는 연약하고 육아와 집안일에 있어 어설프다. 여기에 쿤은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으며 부모가 여전처럼 자신만 바라봐 주길 바란다. 그들 가족은 각자의 고충이 있고 이 고충 때문에 힘겨워한다. 미라이가 쿤에게 선사한 순간들은 쿤을 성장시킨다.
 
쿤은 말 못하는 어린 아기 미라이 대신 학생이 된 여동생 미라이를 만나며 마음을 터놓게 된다. 자신의 속마음을 미라이에게 털어놓고 미라이가 쿤을 바라보는 마음을 듣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유대감이 쌓이게 된다. 여기에 타임리프를 통해 과거를 여행하면서 자신과 부모님, 그리고 미라이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운명'임을 알게 된다. 감독은 이런 성장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영화 속에 설치해 놓았다.
 
첫 번째는 집 안 정원에 위치한 나무다. 나무는 인간을 바라보며 인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 머무른다. 나무의 안에는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정원의 나무는 쿤 가족의 역사를 상징한다. 쿤은 타임리프를 통해 이 역사를 체험하면서 부모와 자신, 자신과 미라이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된다. 나무는 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열쇠이자 가족의 역사를 담은 기둥의 역할을 한다.
  

▲<미래의 미라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두 번째는 집의 구조이다. 아버지가 건축가라는 콘셉트에서 탄생한 독특한 구조의 단독주택은 집 가운데에 정원이 있고 방이 없어 벽이 적으며 계단이 많은 구조로 되어 있다. 감독 호소다 마모루는 적은 벽을 통해 소통을, 아이들이 부모를 만나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되는 구조를 통해 성장의 의미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벽이 없는 집의 구조는 쿤이 가족들과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방에 틀어박혀 혼자가 될 수 없기에 갈등을 겪고 동시에 해소를 이룬다. 한 번의 타임리프가 한 단계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처럼 쿤이 부모를 만나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한 걸음 한 걸음을 통해 쿤은 부모에게 다가간다. 그 순간 아이는 조금 더 부모와 가까워지는 성숙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성숙함은 쿤만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쿤이 태어났을 때 육아에 도움을 주지 않아 아내를 힘들게 했던 아버지, 직장을 이유로 아이와 소통할 시간이 적었던 어머니 역시 미라이를 통해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감독 호소다 마모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액션이나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화한 잔잔한 일상물을 선보였다. 하지만 감정의 깊이에 있어서는 이전 작품들보다 더 깊고 따스한 감정을 선보인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 첫째 아이가 겪은 감정적인 변화를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버지로써 자신의 성장이 작품 속에 깊게 스며들어있다.
 
흔히 아이는 천사 같다고 한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행복은 물론 어른 역시 아이를 통해 성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항상 어른을 올바른 미래로 인도하며 때로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마치 작품 속 미라이처럼. 환상적인 판타지와 흥미로운 연출을 선보이며 수많은 팬층을 확보한 '호소다 월드'를 생각할 때 이 작품이 택한 잔잔한 일상 속 타임리프 드라마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판타지적인 흥미를 강화하는 대신 아이가 지닌 의미와 가족의 성장과 성숙을 담아낸 감독의 선택은 색다른 호소다 월드의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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