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순간들이 담겨진 나의 이야기
포기할 수 없는 순간들이 담겨진 나의 이야기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12.25 0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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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표지 / 북라이프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삶이 힘들고 지치는 이유는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고 자는 문제만 해결되는 게 삶이라면 세상에는 힘든 일도 지칠 일도 없다. 그렇다면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의 의미는 무엇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성하였다. 1, 2단계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리길 바라는 기본적인 욕구이다. 이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3단계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 4단계 존중의 욕구로 나아간다.

 

우리는 대부분 이 4단계 욕구까지는 만족을 느끼며 살아간다. 문제는 5번째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 자아실현 때문에 인간의 삶은 끝없이 피곤하고 고달프며 갈증을 느끼게 된다. 한때 방송작가였다가 현재는 번역가인 노지양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대표 번역 작품을 지니고 있을 만큼 많은 작품을 번역했고 결혼 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노지양 작가의 삶은 ‘먹고사는 문제’로 생각했을 때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때 작가를 꿈꾸었던 만큼 ‘내 작품’에 대한 갈증이 그녀에겐 남아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 <완벽주의자>의 ‘머리로만 책을 쓴 남자’를 통해 작가는 글을 향한 자신의 열망을 드러낸다. 소설을 쓰다 주변의 혹평을 들은 뒤 머리로만 글을 쓰고 실행에 옮기지 않은 소설 속 남자처럼 노지양 작가 역시 작가를 꿈꾸었으나 미뤘던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글에 대한 갈증은 그녀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게 만들었고 그 작품이 이 책,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살면서 느낀 감정들을 네 개의 파트로 나눔과 동시에 각각의 이야기마다 하나의 영단어 혹은 숙어표현을 통해 감정이나 생각을 서술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장 일하는 마음에서는 엄마로써 또는 번역가로써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2장 되고 싶은 마음에서는 자신의 취미 혹은 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때 SNS 네임드였던 사연부터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던 사연까지 다양한 체험을 담아냈다.

 

3장 불행하지만은 않은 마음은 살아가면서 자존감이 낮아졌던 순간 또는 자신의 삶을 낮게 보았던 순간들을 이야기하며 그런 열등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4장 여자로 살아가는 마음에서는 여성으로써 느낀 점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영단어를 통해 작가 자신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living the dream’이라는 숙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living the dream’은 꿈을 이룬 사람에게 자주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그렇게 받기를 꿈꾸던 아카데미상을 손에 넣었을 때 ‘당신은 꿈속에서 살고 있군요.’라는 말을 한다면 이때 포함되는 숙어가 ‘living the dream’이다. 노 작가는 꿈속에서 사는 시간보다 꿈을 이뤄나가는 시간이 더 이야기할 것이 많다고 말한다. 즉, 꿈보다 소중한 건 그 꿈을 이뤄나가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꿈을 이루면 그걸로 끝이다. 꿈을 꾸는 시간은 길지만 꿈속에서 사는 시간은 짧다.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그들은 다큐멘터리에서 록스타로써 누리는 영광과 명성에 대해서는 짧게 이야기했지만 뮌헨의 녹음실에서 있었던 우울과 고통의 순간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꿈이란 건 꿈속에서 사는 시간보다 꿈을 꾸는 시간이 더 길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두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면 새로운 꿈으로 빠지게 된다. 꿈을 꾸는 시간이 우리의 삶을 채우는 알맹이이기 때문이다.

 

노지양 작가의 이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을 ‘번역’했다는 느낌이 든다. 둥둥 떠다니는 마음의 말들을 하나하나 영단어에 담고 이를 풀어낸 작품이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라고 본다. 노 작가의 이야기는 꿈을 이루지 못했던 지난날을 보여주며 여전히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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