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으로 남아버린 사랑 그리고 이별, '다잉'
목련으로 남아버린 사랑 그리고 이별, '다잉'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12.25 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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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5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경쟁작 / 12월 27일 개봉예정

▲<다잉> 포스터ⓒ 더블앤조이 픽쳐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꽃이 떨어지는 걸 의미하는 단어인 낙화(落花)를 대표하는 두 꽃이 있다. 첫 번째는 제일 아름다울 때 떨어지는 꽃인 동백꽃이다. 나무에서 한 번, 땅에서 한 번 핀다는 동백꽃은 그 죽음마저도 아름다운 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두 번째 꽃인 목련은 꽃이 필 때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듯 꽃잎이 하나하나 변색되어 추레한 모습으로 낙화한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동백꽃 같은 죽음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죽음은 목련을 닮았다.
 
<다잉>은 뇌종양에 걸린 연인의 곁을 지키려는 여자가 점점 그 무게감에 짓눌러 힘겨워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도입부, 휴가지에서 사랑을 나누는 마르타(마리안 알바레즈 분)와 루이스(안드레스 게르트루디스 분)의 모습은 새하얗게 피어오른 목련처럼 아름답다. 두 청춘 남녀의 사랑에 고난이 시작된 건 루이스가 뇌종양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마르타와 루이스는 서로의 사랑으로 이 역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들은 아직 젊고 힘이 있으니까.
  

▲<다잉> 스틸컷ⓒ 더블앤조이 픽쳐스


하지만 아픈 사람을 돌보아야 되는 간병은 아픈 사람과 돌보는 사람 양쪽을 지치게 만든다. 아픈 사람에게는 간호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없다. 몸이 아프면 피곤하고 쉽게 지치며 짜증이 난다.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리며 자신을 향한 더 많은 배려를 원한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한 번 갈등의 해소로 이해와 사랑이 다시 피어나는 게 아니다. 아픈 사람에겐 그럴 여력이 없다.
 
루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있다. 몸이 아플수록 그는 더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옆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연인 마르타에 대해 품는 감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픈 사람은 가까운 사람에게 더 차갑고 나쁘게 대한다. 자신이 겪는 이 고통을 어딘가에 호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곁에서 루이스를 지켜주겠다 다짐했던 마르타는 루이스의 변화에 점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다잉> 스틸컷ⓒ 더블앤조이 픽쳐스


마르타는 두 사람이 나눴던 사랑의 순간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여긴다. 꽃이 지고 나면 다시 봉우리가 피어나듯 사랑의 계절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루이스가 사랑했던 그 시절 모습 그대로일 때 가능하다. 점점 변해가는 루이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르타는 흔들린다. 루이스와 함께 수영을 했던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돌아온 그녀를 루이스는 의심한다. 어디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오진 않았는지 캐묻는 질문을 반복한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점점 사라져 간다.
 
다잉(Dying)의 사전적인 의미 중에는 '죽어가는 사람들'이란 뜻이 있다. 작품이 죽다를 뜻하는 Die가 아닌 Dying을 택한 이유는 죽어가는 과정, 특히 죽어가는 사람들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건 루이스뿐만이 아니다. 마르타 역시 질식할 것만 같은 루이스의 모습, 자신에게 상처를 남기는 그의 모습에 서서히 죽어가는 자신을 바라본다. 더 이상 연민만으로 그의 겪에 남기 힘든 본인을 말이다.
 
<다잉>은 죽어가는 그리고 죽는 순간마저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동백꽃 같은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르다. 때론 더 이상 목련처럼 추해지기 싫어 이별의 순간을 원하는 죽음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별마저 아름답고 찬란하길 꿈꾸지만 신체적인 아픔이 주는 정신의 병은 서로를 향한 상처와 고통, 감정적인 슬픔을 낳는다. 이 영화는 동백꽃이 아닌 목련으로 남아버린 사랑의 순간을 잔잔하지만 지독하게 잡아내는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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