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서스펜스가 공존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을 향한 비판, '블랙클랜스맨'
유머와 서스펜스가 공존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을 향한 비판, '블랙클랜스맨'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12.23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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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살아라' 스파이크 리 감독 /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골든글로브 4개 부문 노미네이트

▲<블랙클랜스맨> 포스터ⓒ 40 Acres & A Mule Filmwor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Klansman'이라는 단어는 큐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이라는 단체의 회원을 지칭하는 용어다. 큐 클럭스 클랜은 사회 변화와 흑인의 동등한 권리를 반대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미국 남부 주들의 백인 비밀 단체다. 줄임말인 'KKK'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내의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감독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BlacKkKlansman)은 K와 K 사이에 k를 하나 더 집어넣음으로 KKK를 완성시킨다. 1978년 백인 우월집단 KKK에 잠복해 비밀정보를 수집한 흑인 형사 론 스툴워스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스파이크 리 특유의 유머감각과 인종차별을 향한 강한 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파이크 리가 만든 거의 모든 작품들은 미국 내 흑인 사회의 갈등, 문화를 다루고 있다. 뉴욕 할렘가를 배경으로 흑인과 이탈리아인의 충돌을 다룬 <똑바로 살아라>나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X의 삶을 다룬 <말콤X>등이 대표작이다. 그는 이번 작품 <블랙클랜스맨>에서도 미국 사회 내 흑인을 향한 차별을 이야기한다. 이런 시각을 좀 더 강화해 보여주기 위해 그는 작품의 도입부에 두 편의 영화를 가져다 놓았다.
 
첫 번째는 흑인 노예 해방을 둘러싼 남북전쟁을 다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두 번째는 남북전쟁 후 해방된 노예들이 백인들을 공격하지만 KKK단에 의해 소탕 당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미국영화의 아버지' D.W.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이다.

그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미국 내 인종차별주의자들은 흑인 해방을 막기 위해 같은 민족끼리 피를 흘렸고 이후에는 흑인들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는 프레임을 가져온다.
 
<블랙클랜스맨> 도입부에 나오는, 흑인 남자가 백인 소녀를 성폭행하려 하자 이에 저항하던 소녀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국가의 탄생> 속 한 장면은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공포 그리고 차별과 배격에 대한 정당성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자리를 빼앗으려는 흑인, 그리고 이런 흑인을 돕는 인권운동을 펼치는 유태인을 혐오한다. 영화 속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경찰은 KKK 잠입 수사에 하필이면 이 두 인종, 흑인과 유태인 경찰을 임무에 투입시킨다.
  
유머와 서스펜스, 동시에 인종차별을 담아내는 영화
 

▲<블랙클랜스맨> 스틸컷ⓒ 40 Acres & A Mule Filmwor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경찰서는 급진적인 흑인운동단체 블랙팬서와 KKK 사이의 충돌 기류를 감지하게 되고, 이를 우려한 경찰서장은 흑인경찰 론 스툴워스(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에게 잠입 수사를 지시한다. 당시 흑인들 사이에서 흑인 경찰은 백인들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며 비판 받았고, 배를 불리기 위해 같은 흑인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돼지라 불렸다. 론은 정체를 숨긴 채 블랙팬서의 동향을 살핀다. 이 임무를 통해 그는 경찰서 내 인종차별주의자들과 흑인운동을 주도하는 흑인들 사이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스파이 신세가 된다.
 
이 와중에 론에게는 또 하나의 수사가 주어진다. 정치인 듀크가 우두머리로 있는 KKK에 지지자인 척 전화를 걸어 그들을 속인 뒤 몰래 정보원을 잠입시키는 것. 흑인인 론이 정보원 역할을 할 수 없기에 잠입하는 정보원의 역할은 유태인인 필립 짐머만(아담 드라이버 분)에게 돌아간다. 론은 전화로 KKK를 속여 정보를 캐내고 그들과 접촉하는 역할은 짐머만이 대신한다. 즉, 짐머만이 론이 되어 잠입하게 된 것이다.
 
이 수사과정을 통해 작품은 유머와 서스펜스, 동시에 인종차별을 담아낸다. 특히 론 스툴워스가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웃음을 자아낸다. 론은 흑인과 백인의 억양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백인인 척 위장해 KKK에 전화를 건다. 그는 흑인이면서 백인이 되어야만 하는, 동시에 상대는 흑인인 그를 유색인종을 혐오하는 백인으로 오해해 '웃픈(웃기고 슬픈)' 유머를 선보인다. 또 짐머만은 자신이 유태인이 아니고 흑인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선사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에 트럼프 연설 장면이 나오는 까닭
  

▲<블랙클랜스맨> 스틸컷ⓒ 40 Acres & A Mule Filmwor


여기에 론과 짐머만 두 사람의 정체가 언제 들통날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은 서스펜스를 일으킨다. 유머가 분위기를 풀어준다면 서스펜스는 긴장감을 자아내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선사한다. 핵심 포인트는 역시나 흑백의 이분법 논리를 선보이는 인종차별이라 할 수 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작품에서 미국 국기를 흑과 백만으로 칠해놓는다. '사람'이 아닌 '인종'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은 수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이는 비단 흑인의 피만이 아니다. 같은 백인들끼리도 서로 피를 흘리는 아픔을 경험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을 가져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기차역을 가득 채운 전쟁 부상자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혐오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고통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차별주의자들은 대상을 끊임없이 쪼개고 쪼갠다. 우리와 너희가 아닌 나와 너로 대상을 좁힐 만큼 세세하게 편을 가르고 그 울타리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상대를 향해 날을 세운다.
 
론은 흑인집회에서 같은 흑인이지만 경찰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다는 사실을, 짐머만은 같은 백인이지만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차별을 조장하는 트럼프의 시대'를 비판한다. 인종 차별주의자에 의해 죽은 백인 여성의 사진과 그 사건을 일으킨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대해 '그들은 아주 소수일 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트럼프의 연설 장면을 집어넣으며 흑과 백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를 악용하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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