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의 삶에서 발견한 좋은 사람의 이야기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위대한 예술가의 삶에서 발견한 좋은 사람의 이야기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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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포스터ⓒ 영화사 진진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이차크 펄만에 관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위대한 음악적 재능 뒤에 숨겨진 '좋은 사람'의 이야기 말이죠."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의 감독 앨리슨 쉐르닉은 왜 이차크 펄만을 선택하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현대 예술가들을 다룬 여러 다큐멘터리로 상을 받은 그녀는 15번의 그래미상과 4번의 에미상을 받은 바이올린의 거장 이차크 펄만의 삶을 세 가지 위치에서 조명한다. 첫 번째는 유대인, 두 번째는 교육자, 세 번째는 애처가이다. 이를 통해 감독은 이차크가 정말 좋은 사람임을 보여준다.
 
이차크 펄만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그의 부모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게토에 격리된 적이 있다. 4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굳어진 이차크는 5살 때 라디오에서 들은 클래식의 영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TV에 출연하며 재능을 뽐낸 그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차크의 성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바로 장애 때문이다. 이차크는 당시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걸 바라봤어요."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스틸컷ⓒ 영화사 진진


14살에 미국으로 온 이차크는 줄리아드 음대에서 공부를 하며 도로시 딜레이라는 은사를 만나게 된다. 도로시는 음악이 지닌 힘을 믿는 이였고 음악은 수동적인 학문이 아니라 생각하였다. 그녀는 이차크를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보내 능동적으로 예술을 수용하게 이끌었다. 이차크가 다른 클래식계의 거장들과 달리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2부 공연을 즉흥적으로 발표하며 청중과 호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게 음악이란 정해진 걸 공부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빠르게 변화하는 뉴욕에 거주하면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그에게는 뚜렷한 정체성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이 썼던 바이올린을 수집하는가 하면 나치 문양이 새겨진 바이올린을 수선사에게 맡겨 문양을 지워 달라 말한다. 강한 정체성과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차크는 교육에 있어서도 이런 모습을 잘 나타낸다.
 
"누구나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 다만 걸리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라고 말하는 이차크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본다. 과거 장애 때문에 자신의 단점만을 바라봤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었던 그는 학생들의 장점을 최우선으로 바라보며 성장에는 속도만 다를 뿐이라는 교육론을 펼친다. 그를 위대한 음악가이자 동시에 위대한 교육자가 될 수 있게 도와준 건 아내 토비 펄만이다.
 
감독은 상영 내내 존재감을 드러내는 토비 펄만에 대해 "모든 위대한 남자 뒤에는 위대한 여자가 있다고 하지만 위대한 남자의 앞에도 위대한 여자가 있다는 걸 토비가 보여준다"는 센스 있는 인터뷰 답변을 했다. 학창 시절 이차크의 음악적 재능에 반해 먼저 다가섰던 토비는 그에게 안정과 영감을 주는 존재이다. 아내와 한 번도 크게 다퉈본 적이 없다는 이차크는 안정적인 가정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게 도와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스틸컷ⓒ 영화사 진진


토비는 남편에게 어떠한 강요도, 압력도 가하지 않는다. 이차크가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키게 도와주고 몸이 불편한 그를 도와 가정이 안정되도록 노력한다. 이런 그녀의 노력은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터뷰 질문에 토비가 센스 있게 답을 하면 이차크는 뒤이어 자신의 말을 시작한다. 그녀는 남편이 인터뷰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게 도와주며 그가 말할 땐 대화를 끊지 않으며 존중을 표한다. 이차크 역시 이런 아내를 사랑하며 개인적인 일이나 고민을 상담한다.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은 '시네마 비테리'라는 방식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시네마 비테리는 카메라를 보고 설명하는 인물을 넣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영화 속 인물 혹은 대상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감독의 의도나 생각이 적게 반영된다. 그러하기에 관객에 따라 바라보는 이차크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음악가를, 누군가는 교육자를, 또 누군가는 애처가의 면모를 중점으로 두고 받아들일지 모른다.
 
앨리슨 쉐르닉 감독은 이 방식을 통해 '예술가'라는 다가가기 힘든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낸다. 뛰어난 예술가의 예술적인 영감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어떤 고난을 겪었고 고민을 가지고 있는가, 그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예술과 사상이라는 어려운 문제에서 벗어나 한 명의 '좋은 사람', 이차크 펄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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