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71분, 영화 '더 파티'에 담긴 풍자
군더더기 없는 71분, 영화 '더 파티'에 담긴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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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파티' / 12월 20일 개봉예정

▲  영화 <더 파티> 포스터
ⓒ (주)라이크콘텐츠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가 재미있게 감상하는 영화나 드라마 대다수가 이 감정에 동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면 그 행동이 나쁜 행동임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노나 경멸보다는 그 속에서 즐거움과 쾌감을 느낀다. <더 파티>는 저녁 식사 자리에 모인 지식인들의 민낯을 통해 위선을 까발리는 길티 플레저 영화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된 자넷은 저녁식사 자리에 친구들을 초청한다. 정당 정치를 비판하는 냉소주의자 에이프릴과 결별을 준비 중인 그녀의 독일인 남자친구 고프리드,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마사와 체외수정으로 세쌍둥이를 임신한 연인 지니, 여기에 잘 나가는 은행가 톰이 참석한다. 이 즐거운 자리, 이상하게 자넷의 남편인 교수 빌은 무기력하게 거실에 앉아 음악만 듣고 있다. 멍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던 그는 손님들 앞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내뱉는다. 
  
빌의 고백을 시작으로 영화는 캐릭터들의 추잡스러운 정체를 폭로한다. 자넷은 자신의 잘못은 가린 채 남의 잘못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자세를 보인다. 지성과 이성으로 무장한 교수 빌은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행동을 반복해 왔으며 자본주의의 승자 논리에 익숙한 톰은 본인이 패자의 입장에 처하게 되자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들이 만든 사회적 정체와 이면의 정체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이 웃음은 인물 사이의 연결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각 인물들이 자넷의 집으로 향한 뒤 보인 행동 하나하나의 이유가 서로 간의 충돌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연결에 윤활유가 되어주는 인물이 에이프릴과 고프리드라 할 수 있다. 

 

▲  영화 <더 파티>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에이프릴이 지닌 냉소주의자의 냉철한 시점은 서로 간의 충돌로 타오르는 인물들의 감성과 상반된 대사로 상황을 반전시키며 웃음과 함께 마침표 역할을 해준다. 제한된 인물과 공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인물의 과잉된 감정이 주가 될 수 있었던 영화의 느낌을 알맞게 잘라주는 역할을 해낸다. 반대로 고프리드는 이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상황들을 연결시키며 작품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도주의자를 표방한 이 궤변론자는 빌의 고백 이후 충격에 빠진 인물들을 하나하나 연결해 이야기를 완성시켜 나간다. 그의 궤변은 이성적으로 상황을 관찰하던 지식인들에게 색다른 시점을 제시하며 예기치 못한 웃음을 유발해낸다. 놀라운 건 이 냉철한 이성주의자와 요상한 궤변론자가 이야기 속 인물들 중 가장 정상으로 보일 만큼 인물들이 지닌 과거의 비밀이 충격적인 데 있다. 
  
<더 파티>는 71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을 깔끔하게 쓸 줄 아는 영화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내려가는 순간 말끔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구성에 군더더기가 없다. 이런 구성을 통해 영화는 지성과 사회적인 지위를 이유로 위선을 행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변명도, 감정적인 동요도 허락하지 않는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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