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생애 한 번의 사랑 '체실 비치에서'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생애 한 번의 사랑 '체실 비치에서'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11.08 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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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위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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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세레나데 송으로 유명한 노래 중 이적의 <다행이다>라는 노래가 있다. ‘다행이다 /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 여기 있어줘서라는 아름다운 가사로 상대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감미롭게 표현한다. 이 노래와 반대되는 감정을 주는 이적의 노래가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이다. ‘내가 버린 건 어떠한 사랑인지 / 생애 한번 뜨거운 설렘인지 / 두 번 다시 또 오지 않는건지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라는 노래의 가사는 어린 시절 놓쳐버린 사랑에 대한 후회를 담고 있다. <체실 비치에서><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의 감성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부부 플로렌스(시얼샤 로넌 분)와 에드워드(빌리 하울 분)는 신혼여행지인 체실 비치를 향한다.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약속으로 서로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했지만 그 서약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만다. 커플은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닮아간다는 건 사랑을 시작할 땐 두 사람이 달랐다는 소리이다. 사랑은 서로 다른 매력에 끌리기 마련이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비슷한 사람이다. 두 사람에게는 같은 마음의 상처가 있다. 이 상처는 두 사람의 신혼 첫날 섹스를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만들어 버린다.

 

에드워드의 어머니는 그가 어린 시절 움직이던 기차 문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정신에 이상을 겪게 된다. 나체로 소파에 앉아 물감으로 그림만 그리는 어머니를 에드워드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런 어머니의 존재는 에드워드와 두 여동생이 집밖으로 나가는 걸 꺼리게 만든다. 어머니로 인해 열등감에 사로잡힌 에드워드는 여자를 사귀지 못한다.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 보일 반응을 차마 견뎌낼 자신이 없다.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위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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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는 어린 시절 성적인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식탁에서 정치문제를 토론하고 대학에서 반핵 운동을 벌일 만큼 지성을 지닌 그녀지만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이 지닌 몸 때문에 성적인 고통을 겪었다 생각한다. 에드워드가 플로렌스에게 반한 이유는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준 자세 때문이다. 에드워드는 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어머니도, 여동생들도 축하해 주지 않고 흥분하는 그를 귀찮게 여긴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플로렌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자 그녀는 그를 축하해 준다.

 

이 인연을 계기로 에드워드는 플로렌스를 어머니에게 소개한다. 어머니를 받아들이는 플로렌스를 보고 그는 결혼을 생각한다. 플로렌스는 여자에 서툰 에드워드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성적인 매력을 과시하며 여성에게 접근하지 않고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극복할 시간을 주는 존재라 여긴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은 그들의 가정과 연관되어 있다. 두 사람 다 가정을 떠나고 싶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들은 상대에 대한 인내와 배려보다는 희망과 안식을 기대한다.

 

첫 섹스가 실패로 돌아간 건 두 사람이 서로가 가진 트라우마를 극복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로렌스는 여전히 몸에 대한 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의 반응에 다시 열등감이 피어난다. 새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던 어린 두 남녀는 자신들에게 닥친 사랑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되는지 알지 못한다. 플로렌스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안을 하고 에드워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땐 아주 오랜 옛날이었지 / 난 작고 어리석은 아이였고 / 열병처럼 사랑에 취해 버리고 / 심술궂게 그 맘을 내팽개쳤지라는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의 노래 가사처럼 작고 어리석은 아이였던 에드워드는 서로를 보듬어 안아주는 대신 그 마음을 내팽개쳐 버린다. 어린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결혼은 가정에 대한 출구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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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가 주는 상실감과 연민의 감정은 두 사람의 이별 후 더 격양된다. ‘오랜 뒤에 / 나는 알게 되었지 / 난 작고 어리석었다는 것을 / 술에 취해 집을 향하던 봄날에 / 물결처럼 가슴이 일렁거렸지라는 가사처럼 30대가 된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와의 사랑을 술집에서 이야기한다. 그는 플로렌스가 내뱉은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말하지만 그 안에는 잊지 못할 사랑을 외면한 자신에 대한 책망이 담겨 있다.

 

이후 플로렌스는 자신의 아픔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지만 에드워드는 그러지 못하였다. 과거 에드워드는 술에 취해 유대인 친구의 뒤통수를 때린 중년 남성을 죽일 듯이 팬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이후 에드워드에게 한 마디 말도 걸지 않는다. 그때 그가 폭력을 휘둘렀던 건 친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품었던 열등감 때문이다. 그는 열등감으로 인한 분노로 주변을 경계했고 유대인 친구는 이를 알았던 것이다. 이런 에드워드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플로렌스가 유일했다.

 

플로렌스를 품어주지 못한 에드워드는 결국 평생의 사랑을 놓치고 만다. ‘내가 버린 건 어떠한 사랑인지 / 생애 한번 뜨거운 설렘인지 / 두 번 다시 또 오지 않는 건지라는 가사처럼 어떤 사랑은 주기적으로 오는 설렘인 반면 또 어떤 사랑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운명이다. 영화는 노년이 된 에드워드와 플로렌스를 보여준 뒤 그들이 체실 비치에서 이별을 택한 순간을 보여준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에드워드의 운명 같은 사랑을 부각시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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