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밖 현실의 로빈은 행복했을까? 두 편의 영화가 이야기하는 서로 다른 크리스토퍼 로빈
동화 밖 현실의 로빈은 행복했을까? 두 편의 영화가 이야기하는 서로 다른 크리스토퍼 로빈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11.07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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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와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

DJ Film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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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지난 10월, 훈훈한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제목마저 푸근한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 로빈이 어릴적 친구인 '곰돌이 푸'를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된 로빈은 일에 치여 가정에 신경 쓰지 못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곰돌이 푸는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작품 속 어른 크리스토퍼 로빈의 모습은 <곰돌이 푸>의 작가인 A.A. 밀른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해 9월 국내 개봉한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은 '곰돌이 푸'의 탄생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와는 다른 감정을 주는 영화다. 1차 대전에서 돌아온 밀른은 전쟁에 대한 끔찍한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는다. 뛰어난 작가였던 그는 도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시골로 내려간다.

이 시골마을에서 밀른은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과 로빈이 가지고 노는 인형들에 영향을 받아 동화 <곰돌이 푸>를 집필한다. 그는 아들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건 물론 전쟁의 아픔을 문학의 힘으로 이겨내고자 하는 희망을 이루지만 로빈은 아니었다.

어린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밀른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었다. 그가 지닌 전쟁의 상처는 컸고 자신만의 양육방법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도시 생활을 버릴 수 없었던 어머니는 도시로 돌아가고 로빈 곁에는 쌀쌀맞은 아버지와 유모만이 남는다. 자식에게 사랑을 주는 법을 몰랐던 밀른은 떠나려는 유모를 붙잡으려는 로빈을 이해하지 못한다.
 

DJ Film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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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이야기를 보면 <곰돌이 푸>의 탄생은 행복과 사랑 속에서 꽃피운 동화와는 거리가 멀다.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의 밀른과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로빈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그 소중한 무언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로빈은 바쁜 일상에 찌들어 아내와 딸에게 애정을 주지 못한다. 그에게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서류가 어린 시절의 절친한 친구 곰돌이 푸의 존재보다 소중하다. 밀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갇혀 아들과 소통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기 보다는 아들에게 그 상처를 느끼게 만든다.

차이라면 로빈의 곁에는 곰돌이 푸와 아내가 있다. 아내는 딸이 외롭고 상처받지 않게 그 옆을 지킨다. 어린아이가 느끼기 쉬운 소외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곰돌이 푸는 로빈이 잊고 살았던 동심과 우정이라는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만든다.

느리고 둔하지만 감성적이고 따뜻한 푸의 언동은 바쁘게 쫓기며 살아온 로빈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의 '진짜' 로빈은 <곰돌이 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후 더 큰 고통을 겪는다.

 

DJ Film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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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한 로빈은 자아를 형성하지 못하였다. 진정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소년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이다. 로빈은 자신을 동화 속 크리스토퍼 로빈으로 대하는 매스컴에 환멸을 느낀다.

밀른이 전쟁이라는 트라우마 속에 갇힌 것처럼 아버지는 아들을 동화라는 환상 속에 가둬버린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해 동물 인형에 의존해야 했던 로빈의 마지막 공간마저 밀른은 가져가 버린 것이다.

만약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로빈에게 '푸'가 없었다면 로빈은 다시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었을까? 또 회사의 직원들을 남이 아닌 동료로 생각할 수 있었을까? 빨간 풍선을 들고 돌아온 푸는 로빈에게 남아있는 동심을 일깨워준다. 반면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의 로빈은 소중한 인형이 '곰돌이 푸'라는 동화 속 캐릭터가 되면서 동심을 빼앗긴다.

작품의 제목이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인 이유는 두 가지라 본다. 첫째는 동화 속 주인공인 크리스토퍼 로빈으로 살지 않겠다는 로빈의 의지이고 둘째는 그 시절 동심의 세계 속에 살던 자신에게 고하는 이별이다.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의식인 동심을 통한 사랑과 우정을 더욱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동화의 감동을 선사한다면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은 안타깝고 슬픈 현실적인 감동을 준다. 두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로빈'이 선사하는 색다른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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