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가정을 통해 말하는 가족, '친애하는 우리 아이'
재혼 가정을 통해 말하는 가족, '친애하는 우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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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애하는 우리 아이' / 11월 1일 개봉

▲ <친애하는 우리 아이> 포스터 ⓒ 아이 엠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결혼'이 두 사람의 사랑의 종착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새로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 이미 그려온 그림을 하나의 작품으로 합치는 힘들고 고된 과정이다. <친애하는 우리 아이>는 따뜻해 보이는 제목 속에 가족이 지닌 아픔과 외로움을 뚝심 있게 담아낸 영화다.
 
타나카(아사노 타다노부 분) 일보다 가정이 먼저인 남자다. 동기들 중 유능한 인재였지만 재혼 후 직장보다 가정을 가까이하게 되면서 창고관리직으로 좌천당한다. 상사는 아이는 아버지의 등을 보고 크는 법이라며 직장생활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지만, 타나카는 아이가 크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며 가정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런 그에게 큰 고난이 찾아온다. 아내 나나에(다나카 레나 분)가 임신하면서 아내의 딸 카오루(미나미 사라 분)의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갑자기 자신에게 차갑게 굴며 "친아빠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카오루. 갑작스러운 카오루의 변화 앞에 타나카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애하는 우리아이>의 영어 제목은 'Dear Etranger'(친애하는 이방인)이다. 작품은 아내의 임신으로 인해 딸이라 여겼던 카오루의 변화 앞에 자신을 이방인이라 여기는 타나카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가족이라는 소재를 '가족애'나 '부모의 헌신'이 아닌 '가족 안에서의 이방인'으로 조명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결합한 가정 안에서 각각의 구성원들은 자신을 타자(他者)라 인식한다. 타나카는 자신이 꾸렸던 가정과 헤어져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그는 처음부터 이 구성원에 속해있지 않던 사람이다.

 

▲ <친애하는 우리 아이> 스틸컷 ⓒ 아이 엠

 

하지만 카오루와 두 딸의 사랑과 이해로 가정에서의 공간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카오루에 의해 이 공간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타나카는 고민에 빠진다. 영화는 그가 겪는 고민은 세 가지 점에서 더 심화된다. 첫 번째는 자신의 현실이다. 그는 직장에서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44세의 중년 남성이다. 새로운 가정을 위한 헌신이 승진 대신 택한 길이었지만 이 길이 인정받지 못하자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는 전부인 유카의 가정문제이다. 타나카의 이혼은 유카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은 그의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이 꾸린 새 가정은 아내의 임신으로 새로운 탄생을 앞두고 있는 반면 유카의 가정은 새 남편의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 사오리를 보며 타나카는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 지금 자신이 필요한 곳은 나나에의 가정이 아니라 유카와 사오리가 있는 가정이어야 한다는 죄책감, 새 남편이 죽어가면서 가족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이 그것이다.
 
세 번째는 나나에의 전 남편이다. 카오루가 만나고 싶다 말하는 친아빠이자 나나에의 전 남편은 카오루를 폭행했다. 이 일로 카오루는 성인 남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 카오루가 첫 생리통 때 타나카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문에 자물쇠를 달아 달라"고 말하자 타나카는 참았던 감정을 터뜨린다. 이 분노에는 아버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아픔과 가정폭력을 휘둘렀던 남자만도 못한 존재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이 담겨 있다. 이런 무력감을 타나카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고, '우리 가족'이 아닌 '나나에의 가족'으로 인지하게 만든다.
 
<친애하는 우리 아이>의 가장 큰 미덕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시점과 사정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타나카의 시점을 중점으로 두되 나나에 가정의 과거와 타나카가 이혼한 이유를 장면으로 담아내면서 인물 하나하나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추측이나 전형성이 아닌 관계 사이에서의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어느 인물도 미워할 수 없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타나카를 밀쳐내는 카오루도, 어린 딸을 폭행한 사와다도 나름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인 이유가 있기에 인물들이 '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사람'처럼 느껴진다.          

 

▲ <친애하는 우리 아이> 스틸컷 ⓒ 아이 엠

이런 장점은 가족의 위기나 붕괴를 다룬 기존 작품들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색다름을 준다. 가족 간의 사랑과 감정적인 호소, 특히 핏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화들과 달리 가족 내에서 느껴지는 소외감과 답답함, 외로움이라는 현대 사회의 가족 해체 현상에 가까운 감정들을 가족영화에 담아낸다.

이런 영화의 감정은 현실적이기에 더 큰 감동을 준다. 사랑과 믿음에 기초한 가족영화 속 이야기가 판타지처럼 느껴지고 봉합되는 반면 <친애하는 우리 아이>는 현대 가족에서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에 기초하기에 그 울림의 감동이 더 진하다.
 
두 이혼 가정의 결합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족 구성원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말하는 이 영화는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바라본다. 미시마 유키코 감독은 시게마츠 기요시의 원작을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깊이 있게 따스함을 담아낸다. <친애하는 우리 아이>는 독특한 제목만큼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11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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