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통해 바라본 획일화의 무서움 '주테라피' [BIAF]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통해 바라본 획일화의 무서움 '주테라피' [B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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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 단편영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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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5마리의 동물들이 그룹 테라피를 받고 있다. 박사 클레멘트(개)를 중심으로 굼벵이, 고양이, 돼지, 사마귀, 새가 둘러 앉아 서로의 문제를 털어놓는다. 이 자리에 고릴라 한 마리가 들어온다. 새로운 환자로 합류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각 환자들은 생김새에 맞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굼벵이는 행동이 굼떠서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통보받았으며 사마귀는 좋은 번식력으로 새끼만 1천 마리다. 여기에 그녀는 성관계 중 상대의 머리를 뜯어 먹어버리는 종족 습관이 있다.

새는 어린 시절 음식을 두고 경쟁을 펼치던 동생을 둥지 아래로 떨어뜨린 무서운 과거가 있다. 그의 기억은 스스로 이 기억을 가둬 기억나지 못하게 만든다. 돼지는 계속 음식을 가져다 먹고 고양이는 자신의 항문을 핥는다. 이에 고릴라는 화를 내며 난동을 부린다. 그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고릴라를 말리는 과정에서 클레멘트 박사는 개의 본성을 드러낸다. 고릴라에게 이빨을 내밀고 달려들며 그가 던진 막대를 물기 위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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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테라피는 ‘치료’를 위한 모임이다. 그리고 클레멘트는 이 모임에 모인 동물들이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으면 자신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클레멘트 박사는 마치 사람 같다. 외형과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개임을 보이지만 개가 보이는 특성은 절정부에 도달해서야 등장한다. 반면 돼지답게 먹고 굼벵이답게 느리며 고릴라답게 흥분하는 동물들은 비정상이고 치료를 받아야 될 존재로 여겨진다.

이는 동물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아닌 인간의 기준에 맞춘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제목 ‘주테라피’는 동물의 치료를 말하는데 이 치료는 zoo(동물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물의 본성을 버리고 인간이 원하는 모습을 갖춘 동물. 이런 동물을 심리적으로 만들어 내는데 치료는 집중한다. 동물원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적당히 움직이고 조용한 동물을 좋아한다. 이빨을 내밀고 포효를 해대며 난동을 부리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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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을 생각해 보라. 아파트에 어울리는 개를 만들기 위해 성대수술을 시키고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 철저한 배변 훈련과 행동제어는 기본이다. 인간은 인간의 기준에 맞춰 동물들을 제어하고 획일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런 훈련을 통해 완성된 모습은 내면의 욕망을 억제하고 살아가는 ‘노예 같은 인간’의 모습이다. <주테라피>는 동물들의 심리치료를 통해 본성을 억제한 획일화된 모습이 ‘정상’이라 여기는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인간에 이어 동물마저 획일화시키려는 사회의 모습. 그런 모습을 담은 동물들의 공간인 동물원. 그런 동물원에 어울리는 동물을 학습시키는 훈련을 그룹 테라피를 통해 나타낸 이 단편영화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표현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편의와 통제를 위한 욕망은 같은 인간의 본성과 다양성을 ‘비정상’이라는 프레임으로 억압하면서 획일화를 강요하였다. 이런 강요는 인간을 넘어서 동물을 향하고 있음을, 동물을 향한 욕망이 다시 인간을 향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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