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 '영주'
인간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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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영주' / 11월 22일 개봉

/사진=영화 '영주' 포스터
/사진=영화 '영주' 포스터

 

 

[루나글로벌스타 한재훈 에디터] 11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영주'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됐다.

'영주'는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과 힘겹게 살아가던 영주가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경미 감독의 작품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의 연출부 출신으로, 단편 '사라진 밤'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차성덕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사진=영화 '영주' 스틸컷. 유호정(좌)과 김향기(우)
/사진=영화 '영주' 스틸컷. 유호정(좌)과 김향기(우)

 

"엄마와 아빠 중에 한 명만 돌아온다면 넌 누구였으면 좋겠어?"

말도 안 되는 질문이지만 영주는 '그냥' 물어본 게 아니었다. 스무살 문턱에 선 고등학생 영주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잠시나마 웃는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후, 고모와 함께 살아온 영주와 남동생 영인이는 정말 말 그대로 '행복하지 못하게' 살고 있다. 소녀가장이 되면서 일찍부터 책임지는 삶을 배웠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과 함께 동생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어느 날, 자신의 부모님이 살아 생전 남겨놓은 집을 처분하는 문제로 인해 고모와 싸운 영주는 더 이상 자신은 어린 애가 아니라고 필요없다면서 고모에게서 벗어난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중, 남동생 영인이가 사고를 친다. 친구들과 함께 돈을 훔칠 때 동참한 것. 합의금을 통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영주는 어쩔 수 없이 고모를 다시 찾아가서 사정을 말한다. 그렇지만 고모는 '지금까지 키워줬더니 가 버릴 때는 언제고, 다시 필요할 때만 찾아오냐'면서 영주를 도와주지 않는다. 영주는 길을 걷다 캐피탈 광고를 보고 300만원이라는 돈을 빌리려고 하나 세상이 그리 쉬운 곳이던가. 상담원은 10분 안에 입금이 된다고 말하면서 이자 30%를 선입금하라고 말한다. 아뿔싸, 90만원을 어찌어찌 마련해서 입금하지만 10분은 커녕 한 시간이 지나도 돈은 입금되지 않는다.

사기를 당한 것을 안 영주는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가해자들이 운영하는 두부 가게를 찾아간다. 분노와 상처는 깊지만 다른 말은 안 하고 직원을 구하는지만 물어본다. 그렇게 영주는 가해자들과 함께 산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생각보다 힘들게 살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인 두 사람은 아들이 하나 있지만, 정신이 없는 상태로 누워만 있는 상태다. 단순히 분노로 인해 복수를 생각하고 찾아온 영주였지만,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가해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베풀려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마음의 빚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동생 영인이의 합의 날짜가 다가오면서 결국 영주는 두부 가게 아줌마, 아저씨의 가게에 몰래 들어가 금고에서 돈을 훔치려고 한다.

그런데 아저씨가 갑작스럽게 오고 쓰러지는데, 영주는 차마 모른 척 하지 못하고 구급차를 부른다. 덕분에 아저씨는 목숨을 건진다. 아줌마는 예전 교통사고 얘기를 영주에게 먼저 꺼내면서, 아저씨를 발견하고 신고해줘서 고맙다고 얼마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준다. 충분하게. 영주에게 "아저씨 목숨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는 좋은 애인 걸 알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필자가 이 장면에서 울컥했던 이유는 잘못으로 인해 분명 영주의 부모님을 죽인 가해자인데, 정작 영화 속에서는 영주의 부모님과도 같은 사랑을 주기 때문이었다.

안아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 주고, 끊임없이 영주를 챙겨주려는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영주는 어느 날 울면서 말한다. "아줌마랑 계속 같이 있어도 되는거죠?"

동생 영민이가 영주가 일하는 곳의 아저씨, 아줌마가 가해자였던 사실을 눈치채고, 과연 알고도 영주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물어본다. 원망하고 복수하고 싶었는데, 제가 아줌마 많이 좋아해서 말하고 싶었다면서 늦은 밤 아저씨, 아줌마 집을 용기내어 찾아간다. 그리고 이 사실을 말한다.

과연 사람은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고,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악'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선'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은인'이자 '애정의 대상', '존경의 대상'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쓰레기', '악마', '약속 안 지키는 사람' 등 원망과 미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그렇다. 한강에서 울다가 일어나 걸어가는 영주의 모습은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초라하고 슬프고 비참한지와 상관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김향기의 연기에서 참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1시간 4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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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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