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와 공포로 이루어진 에도가와 란포의 세계관과 만나다 '유령탑'
기괴와 공포로 이루어진 에도가와 란포의 세계관과 만나다 '유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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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가와 란포 <유령탑> (북홀릭)

 
 
 

 


* 이 글에는 책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최고로 뽑히는 작가다.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 상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 기괴한 분위기의 연출,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 등을 뽑을 수 있다. 

에도가와 란포 단편집이 국내에 있긴 하지만 장편이 들어온 건 드물다. 이 작품은 작년에 북홀릭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되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화가 인상적이다.(앞부분에 미야자키의 만화가 있는데 이 만화는 작품을 다 읽고 읽길 바란다. 순서를 모르고 처음에 있다고 읽었다가 '이게 뭔가' 싶었다.)

작품은 영국풍의 시계탑이 있는 저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기타가와 미츠오는 숙부의 명으로 시계탑을 향한다. 그 시계탑은 해괴한 소문이 도는 곳으로 유령탑이라고 불리고 있다. 하지만 미츠오의 숙부 코다마 조타로는 유령과 보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 저택을 구입하였다. 

미츠오는 저택 안에서 노즈에 아키코라는 의문의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시계탑에 대해 미츠오에게 알려준다. 숙소로 돌아가던 중 숙부가 미츠오의 약혼녀 미우라 에이코와 함께 나타나고, 숙부는 미츠오가 부상을 당했다는 전보를 받았다 말한다. 이 순간부터 누군가의 계략과 속셈이 이 유령탑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미츠오.

약혼녀 에이코는 미츠오가 자신이 아닌 아키코에 관심을 가지자 질투를 느낀다. 에이코는 아키코를 죽이려 들고 이 작전이 실패하자 가출을 감행한다. 아키코는 조타로의 양녀가 되고 잠정적으로 미츠오의 약혼녀가 된다. 

시계탑이 있는 저택이 보수를 마치고 손님들을 초대한 날 에이코는 나가타라는 남자와 함께 나타나 아키코가 이 성의 전 주인인 나가타 테츠의 하녀 아카이라고 주장한다. 에이코는 미츠오에게 애정을 구애하고 아키코가 나타나자 그녀에게 달려든다. 

그 사이 미츠오는 등에 칼을 맞고 마비 증세를 느낀다. 의문의 사고를 당한 미츠오와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 에이코. 그리고 연못에서는 에이코로 추정되는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발견된다.

'유령탑'의 세 가지 매력

이 작품의 매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주인공 캐릭터가 지닌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물에 대한 오해와 이로 인한 감정의 반전이다. 미츠오는 아름다운 아키코에게는 지나친 애정을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녀에게 씌워지는 혐의(그러니까 그녀가 나가타 테츠의 하녀인 아카이이고 아카이가 나가타 테츠를 죽인 진범일 수 있다는 것과 아키코가 에이코를 죽였다는 것 등)들을 부인한다. 

반면 에이코에 대해서는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진한 혐오와 염증을 보여준다. 에이코가 질투심이 강한 여성처럼 보이지만 약혼자가 빠져버린 여성에게 그 정도 반감은 가질 수도 있는데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헌데 묘하게도 작품이 진행되면서 이 미츠오의 예측이 다 들어맞는다. 그의 근거라고는 '얼굴이 저렇게 선하고 예쁜데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어!'가 전부인데 말이다.

이는 범죄추리소설이 주는 재미라 할 수 있다. 추리하는 건 철저한 이성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범인의 범행 동기에는 감정이란 게 주입되어 있다. 최근 범죄소설의 동향이 싸이코패스와 돈 문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무리일 수 있겠지만 범죄소설들의 범행동기에는 범인의 감정적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하기에 추리라는 것도 감정에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다. <명탐정 코난>의 희대의 명짤(?)이라 할 수 있는 해변에서 보나에게 접근하는 남자를 보고 '보나에게 남자가 접근하다니! 이건 뭔가 수상해!'라는 생각을 코난이 하는 것처럼 추리를 진행하는 주인공의 감정은 사건 해결의 큰 실마리가 됨과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을 반전시키는 묘미도 준다.

두 번째는 자극적인 표현이다. 신문에 연재했던 작품답게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들기 위한 표현들이 상당하다. '이건 공포다' '난 큰 두려움을 느꼈다' 등등 다음 화에서 엄청난 공포나 자극이 펼쳐질 거처럼 포장하지만 막상 뜯어보면 그리 큰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다.(이는 온갖 영화나 게임에서 더 자극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세대이기에 이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게 '전신(前身)'과 '후신(後身)'이라는 단어의 선택이다. 이 단어만 보면 미츠오가 상자를 열었을 때 아주 끔찍한 무언가가 등장할 것만 같은데 막상 열어본 상자에는 얼굴을 본 뜬 밀랍모형만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들이 작품을 허무하게 만드는가. 그건 또 아니다. 오히려 자극적인 문구들이 호기심과 긴장감을 자극한다. 아키코의 정체와 연관된 인물들의 표현이 다양한 것도 인상적인데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가 한 장르만을 팠던 작가이니 만큼 이와 관련된 표현들이 정말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표현들은 아키코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과 과연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추측을 심도 있게 진행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기괴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범죄소설 작가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미츠오가 양충원을 향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양충원에 한 가득 들어찬 거미, 작은 키에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노파, 닫힌 방에 감금된 꼽추, 어둠 속에서 성냥에만 의존한 채 방 안을 살피는 미츠오의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기괴함 덕분인지 에도가와 란포의 문체는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상당하다. 고풍스러운 공간과 나름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와 대비되는 기괴함과 혐오감으로 무장한 분위기는 에도가와 란포의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그의 두꺼운 단편집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 <유령탑>으로 에도가와 란포를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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