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정유미의 선택,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비판과 비난은 올바른가
'82년생 김지영' 정유미의 선택,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비판과 비난은 올바른가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09.17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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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 영화 <국제시장>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과 달리 평가에서 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윤제균 감독은 ‘우리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지만 영화평론가들은 ‘술술 흘러간다. 그렇다고 술술 받아들이겠다는 건 아니다(이용철 평론가)’, ‘산업화 세대의 정치적 반동성을 탈색한 채 부르는 헌창(황진미 평론가)’, ‘아버지 세대에 주는 위로 혹은 면죄부(이은선 기자)’ 등 영화의 완성도와는 다른 사회적인 분위기와 관련된 평을 남겼다. 당시 대한민국은 젊은층으로 대변되는 진보와 노년층으로 대변되는 보수의 갈등이 심화된 형국이었다. <국제시장>은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보수층을 위한 영화로 둔갑하게 되었다.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작품은 변하지 않는다. 창작자의 손길이 담긴 채 그대로이지만 사회적 시선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진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워낭소리>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독립영화로써 큰 성공을 거두며 ‘독립영화의 신화’로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람을 계기로 부정적인 시선을 얻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의 홍보마케팅을 지원하는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을 폐지하며 힘든 독립영화계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관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시 좋은 영화에는 관객이 많이 든다.’며 지원사업과는 관계없이 영화가 좋으면 관객이 알아서 찾아오니 (흔히 말하는)‘노력을 하라’는 투의 발언을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워낭소리>의 성공은 따뜻한 시선에서 벗어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었다.
 
농부와 소의 우정을 가슴 아프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은 이충렬 감독은 이 전 대통령 앞에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이 시키는 대로 ‘배가 많이 고프다.’라고 말했다가 줏대 없는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정권이 다르고 시대가 달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과 받지 않았을 시선을 당한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작품은 어떤가. 이 작품의 성공에는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적 시선이 뒷받침되었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각광받는 시대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 이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님에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는 이런 사회적인 배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남주 작가는 그저 시대적인 기류를 잘 탄 운이 좋은 작가일까?
  

소설 <82년생 김지영> 표지ⓒ 민음사

 

 
운은 스스로의 노력이 만들어낸다. 조남주 작가가 페미니즘 열풍을 보고 이에 맞춰 작품을 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방송 작가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연들을 들어온 건 물론 이전부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왔다. 조남주 작가의 시선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비판을 들어야 했다. 성공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이 ‘작품 외적인’ 요인이라면 창작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소설이 되었다. 남녀 갈등의 시대에 표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영화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정유미 역시 이런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배우 정유미, 영화 <우리 선희> 스틸컷ⓒ (주) 영화제작전원사 , (주) 영화사조제


정유미의 선택에는 의문을 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첫 번째로 원작이 베스트셀러 작품이며 두 번째로 현재 충무로에는 여성 배우가 이끌 만한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세 번째로 드라마에서는 주연 배우임에도 불구 현재 영화계에서는 조연급에 머무르고 있다. 배우의 작품 출연 반대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배역의 싱크로율 문제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원작의 배역과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고 여겨지는 경우 비판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치즈 인 더 트랩>의 드라마화 당시 홍설 역의 김고은이 원작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영 전부터 논란이 되었다.
 
두 번째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예가 故 육영수 여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에 배우 감우성이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이 등장했을 때이다. 당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때였으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배우 감우성의 출연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감우성이 배역을 거절하며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82년생 김지영>과 정유미의 문제는 두 가지 경우 중 후자에 해당된다. 혹자는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출연할 경우 정유미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뭐라 답을 내리기 힘들다.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게 그렇다. 큰 잘못을 한 스타가 구렁이 담 넘듯 문제를 넘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가 하면 큰 문제가 아님에도 맹렬한 분위기에 휩싸여 커리어가 망가지는 스타도 있다. 하나 확실한 건 정유미의 ‘선택’이 비판 또는 비난을 받을 만한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이어졌던 사상문제와 세대갈등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그리고 새롭게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가 젠더이슈이다. 이런 문제는 선진국들이 겪어왔던 과정을 따르고 있다. 오히려 젠더이슈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는 건 그만큼 한국사회가 성숙해졌다 볼 수 있다. 사상이라는 냉전시대에나 할 법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여성문제라는 이전에 다루어지지 않던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현 정권의 반응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불만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처음 이 문제에 직면했고 이전의 어떤 시대보다 격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문화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성 아이돌들의 성상품화 문제, 영화 <브이아이피>의 여성혐오 문제 등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이전에는 없던 시각들이 발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82년생 김지영>의 문제 역시 이런 새로운 시선으로 인해 주목받게 된 것이라 본다.
 
정유미의 선택이 그녀에게 어떤 미래를 안내할진 모르겠다.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으며 여느 배우들의 커리어 한 작품처럼 흘러지나갈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사회적인 분위기가 배우 개인의 선택에 비난을 가하는 정당성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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