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은 성공한 추석영화가 될 수 있을까?
'명당'은 성공한 추석영화가 될 수 있을까?
  • 송승원 평론가
  • 승인 2018.09.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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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미리 보는 '명당' / 9월 19일 개봉예정

[루나글로벌스타 송승원 평론가]

9월 19일 개봉 예정인 박희곤 감독의 '명당'
9월 19일 개봉 예정인 박희곤 감독의 '명당'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브런치 무비 패스 덕분에 <명당>을 개봉 일주일 전 미리 만날 수 있었다. 평탄했다. 추석이라는 시기적 대목을 노렸을 이 작품은 특색도, 한계도 분명한 전형적인 사극 장르 작품 그 자체였다. 크진 않았지만 분명, <명당>에 거는 기대가 있었다. 조승우는 <명당>을 터닝포인트 삼아 존재감 확실한 주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지성과 조승우의 연기적 합은 잘 맞을까. 무엇보다 박희곤 감독은 '풍수지리'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어떻게 작품 속에 녹여낼까.

 

박희곤 감독은 팩트와 픽션의 간극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박희곤 감독은 팩트와 픽션의 간극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흥선대원군이 지관(풍수지리사) 정만인의 조언을 받아 이() 대에 걸쳐 천자가 나온다는 가야산 기슭에 본래 존재하던 가야사를 불태워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

 

 <명당>의 모티브는 역사서 속, ''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한 문장에서 비롯됐다. 박희곤 감독은 흥선대원군이 풍수지리를 통해 야망을 이루려 했다는 팩트와 당대의 인물들이 풍수지리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바꾸려 했다는 픽션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아우른다. <명당>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박희곤 감독은 팩트와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려 관객들로 하여금 픽션을 통해 팩트를 유추하도록 서사 구조를 설계한다.

 조선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두고 있으므로 관객들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셈이다. 당시의 조선이 직면하게 될 비극의 참상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괴롭고 또, 안타깝다. 클라이맥스는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아들(고종)을 즉위시키기 위해 이대에 걸쳐 천자가 나오지만 이대 이후에는 몰락이 점지된 터를 우여곡절 끝에 손에 넣는 순간이다. 흥선대원군이 손에 넣은 것은 종래에는 '통한의 역사'였던 것이다.

 <명당>에는 이와 같이 팩트와 픽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점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관객에게는 비극적인 역사의 시발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저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극도의 무력함과 더불어 긴장감, 몰입감도 수반된다. 인물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조마조마 해지는 일반적인 작품들의 경우와 달리, <명당>에서는 그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조마조마 해진다. 이를 의도한 감독의 의도가 놀랍다.

 

결국, 풍수지리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결국, 풍수지리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풍수지리라는 소재 활용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작품을 직접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극 중에서 풍수지리가 갖는 호소력이 그렇게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서사의 전개, 연결, 반전에 있어 딱 필요한 만큼만 활용된다. 풍수지리라는 소재 자체가 불러일으킨 흥미와 궁금점은 그다지 충족되지 않는다. 초반에는 이해를 돕고자 예시로서 일련의 사건들이 배치됐지만 그마저도 작품이 진행될수록 시들해져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풍수지리를 소거하면 애석하게도 <명당>에는 더 이상 인수 분해할 특색이 없다. <명당>에서는 기존 사극 장르 작품들의 클리셰가 과하게 느껴진다. 박희곤 감독은 사극 장르에서 일종의 공식으로 통하는 인물 유형을 고수한다. 어질지만 무력한 왕(철종)/ 탐욕스러운 세도가(김좌근)/ 정의롭고 출중한 주인공(박재상). 이들은 관객의 예상 범위를 크게 이탈하지 않고 그 전형성을 보여준다.

 주제의식도 마찬가지다. 박희곤 감독은 '사람을 항상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와 같이 상투적인, 그러나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한다. 한편으로는 김좌근의 만행에 대해 침묵하고 이익만을 탐하는 신하들의 파렴치함을 부각해 현실 정치 세태를 비판하는 구간으로 활용하는 연출도 보여준다이마저도 상투적이지만 이러한 클리셰가 최근까지 답습된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여전히 호소력을 갖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명당'에는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남겨진 역사뿐이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명당'에는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남겨진 역사뿐이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연기 부문의 경우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듯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간혹, 대사 톤이나 악센트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보다 아쉬웠던 것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씬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지점의 2/3까지만 끌어올리고 중단하는 경우였다. 당연히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일 수 있는 구간이었는데 그런 식으로 번번이 좌절되니 보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조승우의 연기는 변함없이 빛을 발했지만 이번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남기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명확한 주인공이 명시돼있지 않을 뿐더러, 2~30분 간격으로 작품의 시점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군가가 돋보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조승우와 지성과의 케미는 나름 훌륭했다고 본다. 인물 설정 자체에서 오는 상호작용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두 사람 자체가 갖는 시너지가 확실하게 존재했다.

 기술 부문을 마지막으로 평을 끝내자면 제일 실망스러운 부문이었음을 밝힌다. 이따금씩 CG가 촌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티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심한 부분에서는 작품 이입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CG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감상하는데 큰 지장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CG가 이렇게까지 낙후된 것에 대해서는 실망보다 의문이 앞선다.

 

 연휴를 맞아 <명당> 관람을 고민하고 이 글을 터치했을 독자들을 위해 굳이 잘 매기지 않는 평점을 매겨보자면 10점 만점에 5.5. <명당>은 흥미롭지만 아쉬운 점이 분명하게 그리고 적지 않게 존재한다. 글의 서두에서 밝힌 기대는 대부분 좌절됐다. 그럼에도 <명당>에 거는 기대가 나와 다르다면 그리고 사극 장르를 정말 좋아한다면 킬링타임 용으로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무난하지만 살짝, 아쉬운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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