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느껴질 때
'클레어의 카메라',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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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를 중심으로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나에게 홍상수 영화는 불륜 전과 후로 나뉜다. 그의 불륜 후 영화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저건 다 자기변명이라고. 그의 영화에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불륜으로 사회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사람이 ‘나 불륜했다, 그래서 뭐?’ 라는 식으로 계속 같은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범죄 영화를 만드는 건 상상이고 가상이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영화를 만드는 건 피해자들에 대한 조롱이며 멸시다. 예술과 사생활은 떼어놓고 생각을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사생활 때문에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감상에 방해가 된다면 그건 관객을 배려하지 않은 감독의 잘못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컷ⓒ 콘텐츠판다 , (주) 영화제작전원사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봤을 때 이런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22살 나이차이가 나는 여배우와 바람을 폈고 아내에게 이혼 소송을 냈다. 그리고 그 상대인 배우 김민희는 영화 속에서 이 사실에 대해 항변하듯 말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외국 도시에서 초대받아 밥을 먹을 때 영화에게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칭찬하는 장면에서 사랑을 쟁취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칭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정도로 과하게 해석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또 홍상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사상이나 생각을 강하게 전달하는 장면(예를 들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이선균이 화를 내는 장면 같은)에서 불륜에 대한 정당성을 말하는 자기변명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다. 그냥 영화라면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불륜을 저지른 감독과 배우이며 마치 관객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영희가 책을 읽는 장면에서는 영희가 아닌 김민희가 영화 속에서 자기변명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이는 배우의 연령대와도 연관되어 있다. 홍상수 감독은 남자배우를 통해 자신을 투영시킨다. 남자배우들의 직업은 영화감독 또는 영화계 종사자이며 그들은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 이전까지 이런 홍상수 영화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는 유준상과 이선균이었다. 그가 김민희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남자배우의 연령대는 올라가게 된다. <그후>에서는 권해효가 <클레어의 카메라>에서는 정진영이 홍상수의 분신으로 출연한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스틸컷ⓒ 콘텐츠판다 , (주) 영화제작전원사 , 무브먼

 
<클레어의 카메라>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너무 같은 느낌을 받은 작품이다. ‘순수한 게 착한 건 아니다’라는 양혜의 말과 만희와 완수와의 관계는 양혜를 대중과 매스컴, 만희를 김민희, 완수를 홍상수 감독으로 치환하면 또 다시 그들 관계의 변명이다. 이 작품에서 만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이유를 만희와 완수의 관계, 완수를 좋아하는 양혜의 질투 때문이라고 추측하게 만든다. 만희가 양혜에게 해고 통보를 받는 프랑스 카페에는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있다. 해고당하는 순간 만희는 그 개를 쓰다듬으며 ‘착하다, 순하다’라는 말을 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배우 김민희가 대중에 의해 당한 처우를 보여주는 거처럼 느껴졌다.

양혜가 만희에게 했던 말과 사람들이 만희를 보는 시선이 만희가 개를 바라보는 시선과 일치한다. 만희는 주변 사람들이 호감을 품을 만큼 착하고 순수하다. 하지만 개가 안이 아닌 밖에 있는 거처럼 만희는 해고를 당한다. 이는 대중이 김민희라는 순수한 배우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강요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려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런 생각이 어느 정도 확신으로 바뀌게 된 건 파티 장면에서였다. 파티 장면에서 감독 완수는 만희에게 말한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스틸컷ⓒ 콘텐츠판다 , (주) 영화제작전원사 , 무브먼

 
‘싸구려 관심의 대상이 돼서 좋을 게 뭐야. 넌 너무 예뻐. 네가 가진 그대로 살아. 뭘 홀리려고도 하지 말고.‘ 파티 장면에서 만희는 짧은 핫팬츠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완수는 그런 만희에게 이런 말을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의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너를 보여줘라. 대중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고 너 그대로 살아가라. 감독은 대중들에게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던지 아니면 내버려 두던지 하라고 말하는 거처럼 보인다.

결국 또 다른 홍상수의 자기변명처럼 느껴졌던 영화가 이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건 표현 방식에 있어 신선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클레어는 독특한 외지인이다. 장소는 프랑스 칸이고 탑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등장했는데 주요 인물들은 다 한국인이며 이들은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게 만드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클레어는 이들의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사진을 찍으면 그 인물이 다른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클레어는 이런 대사를 한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 순간 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영화 속 배경들이 떠올랐다. 사람은 익숙한 것을 먼저 바라본다. 그래서 그 익숙함이 먼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천천히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익숙함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스틸컷ⓒ 콘텐츠판다 , (주) 영화제작전원사 , 무브먼

 
이 1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를 계속 보고 있자면 익숙한 한국 배우들 때문에 가려졌던 프랑스라는 배경이 드러나고 만희와 양혜, 만수 세 사람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도. 이 지점이 신통하다고 느낀 게 만약 이를 홍상수 감독의 변명으로 해석해 보자면 ‘당신들은 나와 그녀의 관계에 있어 익숙하다 여기는 답만 내놓고 있다. 사랑에 있어 당신들이 내놓은 전형적인 해석과 반응이 정답인 거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당신들의 마음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라는 말처럼 들린다. 참으로 묘하게도.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느껴진다. 그의 영화들이 그렇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바꾸지 않고서야, 여배우를 바꾸지 않고서야 김민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다 변명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변명만 하는 친구라도 옆에 두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그의 영화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홍상수가 가진 무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추가해 즐거움을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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