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세계, 영화 '판타스틱 플래닛'
'인간'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세계, 영화 '판타스틱 플래닛'
  • 최인호 객원기자
  • 승인 2018.09.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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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글로벌스타 최인호 객원기자]

[역지사지 :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

이 영화는 엄마를 잃은 아기'옴'의 내레이션을 위주로 전개된다.

아기'옴'의 엄마는 도망치기 위해 아들을 안고 필사적으로 도망쳐보려 하지만 엄청나게 거대한, 마치 거인이나 다름없는, "트라그족"의 단순한 재미와 장난을 위해서 엄마'옴'의 하찮은 목숨은 희생당한다.

 

사실 이 시작 부분의 짧은 장면이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암시한다고 할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그렇다. 바로 어디선가 익숙한 장면... 마치 동네 어린 꼬마들이 길바닥의 '개미'를 대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시작부터 자아낸 강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영화에 대한 보는 이들의 집중력을 더 높이는 장치가 된다.

다행히도 아기는 트라그족의 지도자중 하나인 '씬'박사와 그의 딸 '티바'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의 딸 티바는 아기'옴'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껴 결국 집으로 데려가 키우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단 허락은 하지만 '옴'에 대한 경계를 여전히 늦추지 않는다. '옴'이 자꾸 도망을 치려고 하자, 아버지 '씬'박사는 아기 '옴'에게 평생 족쇄와도 같이 따라다닐 목줄을 아무렇지 않게 채워버린다. 이쯤되면 조금씩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관객들이 생겨날 것이다. 한번쯤 자신의 목을 스윽 만져보면서 떠오르게 되는, 바로 자신의 집에서 키우고있는 애완동물이 떠오르게 될것이다. 우리가 애완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듯 '티바'도 아기'옴'에게 '테어'라는 이름을 붙여주어 '유대감'이라는 관계를 설정하기 시작한다.

 

'테라'라는 행성에서 데려온 이 '옴'이라는 생명체는 지능이 꽤 뛰어나 길들이면 귀여운 "애완옴"이 되지만, 번식력이 또한 높아서 (길들이지 않은)지저분한 "야생옴"은 트라그족에겐 처리해야하는 골칫덩어리였다. 마치 인간이 자신의 애완견과 애완묘는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주인없이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길고양이들은 피하고 싶은 존재로 인식하듯 말이다.

이 트라그행성의 1주일은 '옴'에겐 1년이라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엄청난 몸집의 크기 차이만큼이나, 시간의 흐름도 52배라는 엄청난 차이이다. '티바'가 자고 일어나면 '옴'은 벌써 한살을 먹게 되는것이다. 물론 영화속에서 트라그족이 수면을 취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게 보이는 장면도 있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수면보다는 '명상'이라는것을 한다. 그것도 오래....
훌쩍커버린 아기옴 '테어'는 어느날 우연히 '씬'박사와 그들의 동료가 명상을 하게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명상하는동안 트라그족들은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2>의 액체인간처럼 상상하는대로 모양이 자유자재로 마구 바뀐다. 이 명상장면은 영화 전체의 기과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기괴하다 못해 징그럽다고 느끼는 관객도 분명 있겠지만, 트라그족에 있어서 '명상'이라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보여주는 장면중 하나이다.

또한 트라그족에게는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과 고시생들이 갖고 싶어하는 초레어 아이템을 갖고있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그런 헤드폰이 아니다. 머리에 쓰고 가만히 듣기만 하면 정보와 내용이 저절로 머릿속에 저장되는 것이다. 티바는 야자를 땡땡이 칠 필요도 없고, 학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급하게 삼각김밥을 사먹을 일도 없는 것이다. 티바는 항상 이런 (세상에서 제일 쉬운)공부를 할 때마다, 테어를 안고 있었는데, 테어 역시도 돈 한 푼 들이지않고, 트라그행성의 각종 정보를 무임승차하며 아주 쉽게 배울 수 있었다. 테어는 티바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티바의 아버지 '씬' 박사가 티바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테어를 떼어놨고, 그는 더 이상 공부를 못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운, 아니, 공부가 너무 하고싶었던 테어는 이에 불만을 품었고 티바가 성장하며 점점 테어에 관심이 멀어지게 되자, 초강력 레어템인 헤드폰을 들고 공부의 자유를 외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거운 헤드폰을 낑낑거리며.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한 테어는 우연히 마주친 여자 야생옴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출. 덕분에 그동안 자신의 육체를 속박하던 목걸이를 끊어버리고 자유를 얻게된다. 야생으로 버려진...아니 돌아간 테어는 여자옴과 함께 야생옴들이 서식하고 있는 버려진 공원안의 큰나무 속 은신처에 다다른다.

인간에게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인 들쥐와 바퀴벌레처럼, 트라그족에게도 이런 야생 '옴'은 그저 불편하고 성가신 박멸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기에 야생 '옴'들은 트라그족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숨어지내야했다. 지금까지 리뷰에서 보듯이 '옴'이라는 생명체는 너무나도 '인간'을 닮아있다. 한 가지 다른것은, '인간'은 능동적인 객체이지만, '옴'은 피동적인 객체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트라그족에게 길들여졌을때 해당되는 것이다. 마치 야생성을 갖고 있는 동물이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손에 길들여져 야생성을 잃어가듯이 말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을 길들이기를 좋아한다. 아니 길들일 줄만 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진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게 길들여진다는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길들여지는 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사회가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외부자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길들여진'테어는 '길들여지지 않은'옴들 사회에서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고, 결국엔 '결투'라는 원초적 방식을 통해서야 무리에서 인정받게 된다.
 

 

길들여지지 않은 '옴'들은 뛰어난 지혜로 여러가지 위기를 헤쳐나간다. 그들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에 대항하기 위해 마치 석기시대 원시인들이 그렇듯, 뾰족한 무기와  하나가 된 단결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 하지만 야생옴들의 최대의 위협이자 적은 바로 "트라그"족이었다. 트라그족 입장에서는 야생의 '옴'이 없어져야 할 존재이지만, 야생의 '옴'입장에서 역시 트라그족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없어졌으면 좋겠는 존재이다. 서로가 생각이 너무나도 달라서 공존하기 힘든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결국 싸움으로 이어진다거나, 혹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모두 부정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될것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것인가?"
"과연 인간의 입장과 생각이 무조건 옳은것인가?"
역지사지는 필요하기 마련이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은 살면서 종종 듣지만,
모든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는 전혀 해보지 못한, 쓸데없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옴'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인간 역시 각자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영역을 지키거나 다른 영역을 빼앗고 약탈하듯, 야생옴들 역시 각자의 구역에 타구역에 살고있는 '옴'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공공의적 '트라그족'이 옴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트라그족의 글을 읽을 줄 아는 '테어'는 이를 미리 알아챈다. 다른 영역의 옴은 처음엔 '테어'를 의심하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 나서야, 즉 트라그족의 초강력 살상무기에 의한 대대적 학살을 겪고 나서야 그들은 하나가 된다...

 

 

이런 와중에 트라그족 하나가 옴들의 공격에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 겪어보는 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에  트라그족은 더욱 경각심을 높이며, 대대적인 옴 박멸계획을 세우고, 옴들역시 생존을 위해 이 행성을 떠날 대대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1973년 개봉했던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 '판타스틱 플래닛'은 한국에서 2004년 재개봉 되기도 하였으며, 다른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소재와 기괴한 그림체로 인해 한 번 본 관객들은 쉽게 지우기 힘든 영화이다. '스테판 울'의 소설 '대량 출산 움족(Oms en série)'을 원작으로 하였으며, '르네 랄루'와 '롤랜드 토퍼'가 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는 70분 내내 강력한 흡입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오묘한 분위기와 특이한 그림체만으로도 이미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45년전 영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이 매력이며,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누구에게나 깊은 여운을 주게 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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