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 삼각지대와 시지포스 신화의 흥미로운 만남 '트라이앵글'
버뮤다 삼각지대와 시지포스 신화의 흥미로운 만남 '트라이앵글'
  • 김준모 기자
  • 승인 2018.08.2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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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29일 개봉

영화 '트라이앵글' 포스터. ⓒ 와일드릴리즈
영화 '트라이앵글' 포스터. ⓒ 와일드릴리즈


[루나글로벌스타 김준모 기자] 영화 <트라이앵글>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 영화를 재개봉작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2009~2010년 국내 웹하드와 P2P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로 당시 이 영화가 선보인 소재적인 재미와 구성을 통한 반전은 어둠의(?) 박스오피스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이미 어둠의 경로를 통해 많이 퍼졌기에 흥행이 힘들다고 생각했던 걸까. 수입사를 통한 정식배급은 이뤄지지 않았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숨겨진 보석 같은 반전 스릴러 영화로 남게 될 것이라 여겨졌다.
 
약 10년의 시간이 흘러 <트라이앵글>이 정식 개봉을 하게 되었다. 타이밍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어둠의 경로에서 유행한 시점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최근 <인비저블 게스트>, <더 바디>, <해피 데스데이> 등 독특한 구성과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을 선보이는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가 되었다. 그 열풍에 힘입어 <트라이앵글> 역시 오랜 시간 끝에 극장에서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트라이앵글>은 두 가지 흥미로운 소재를 결합시킨 영화다. 첫 번째는 공간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는 버뮤다 삼각지대이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플로리다 해협과 버뮤다 섬, 푸에르토리코(혹은 아조레스 제도)를 잇는 삼각형 범위 안의 해역을 가리키는 버뮤다 삼각지대는 지난 500년간 수백 건의 항공기와 선박 실종사건이 발생했으나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한 지역으로 남아있다.

영화 '트라이앵글' 스틸컷. ⓒ 와일드릴리즈


영화는 제스 일행이 탄 요트가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는 위기에 처하지만 호화 여객선을 만나 구사일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헌데 이 호화 여객선에는 승객이 아무도 없는데 배 안의 사진들을 보면 이 배가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버뮤다 지역의 의문의 실종사건들과 유사함을 보여주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번째는 시간적 배경이자 구조를 이끄는 시지포스 신화이다. 시지포스는 굉장히 현명하고 신중한 인간으로 신을 가지고 논 인간이기도 한다. 그는 제우스가 자신을 죽이려 들자 그가 보낸 죽음의 정령 타나토스를 감금한다. 그는 아내인 메로페에게 자신의 장례를 치르지 말도록 지시해 지옥에서 처벌받지 않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오래도록 장수한 뒤 삶을 마친 시지포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가혹한 형벌을 받게 된다. 그 형벌이 지옥에서 언덕 위로 큰 바위를 밀어올린 뒤 다시 아래로 떨어뜨리는 형벌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현명한 인간인 시지포스는 이 무의미한 일을 스스로 인지하기에 누구보다 큰 괴로움을 느낀다. 영화는 이 시지포스 신화에 기반을 두고 시간을 조작한다.
 
시지포스가 받은 형벌처럼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공통점이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이다. 시지포스와 제스는 삶의 지속이라는 같은 욕망을 소유하고 있다. 시지포스는 죽지 않기 위해 죽음의 정령 타나토스를 납치하고 제스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살인이 반복되는 유람선을 탈출하고자 한다.
 

영화 '트라이앵글' 스틸컷. ⓒ 와일드릴리즈
영화 '트라이앵글' 스틸컷. ⓒ 와일드릴리즈



즉, 이 작품은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를 시지포스 신화로 풀어낸 영화라 할 수 있다. 장점이라면 이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개의 소재를 잘 엮어냈다는 점이다. 공간적인 흥미와 구성적인 만족감, 여기에 신화와 연관된 전개와 결말이 꽤나 인상적이다. 특히 시작과 끝이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구성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지포스의 형벌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줘 비극성을 강화시킨다.
 
아쉬운 점은 이런 타임루프 영화들이 최근 극장가에 많이 개봉하면서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피 데스데이>, <하루>, <엣지 오브 투모로우>, <7번째 내가 죽던 날> 등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번 변주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된 익숙한 소재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지니는 구성적인 재미를 오롯이 느끼기가 힘들다.
 
영화가 주는 스릴러적인 쾌감이 이 타임루프 구성에서 오기 때문에 관객이 이미 구성에 익숙해졌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이음새가 강한 각본과 짧은 발열시간에도 가열되는 스릴감, 한때 이 영화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반전은 여전히 유효한 <트라이앵글>만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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